이 세상에서 한국사람처럼 사내아이를 선호했던 나라는 없을 것이다.
그 선호가 얼마나 혹심했는가를 대대로 내려온 민속으로 증명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미 혼담이 오갈 때부터 신부감이 아들을 잘낳을 상인가, 못 낳을 상인가로 선택의 시련을 받는다.
'삼십무자상' 이라 하여 아들 못 낳을 30가지 상이 기피당했다.
한데 기피해야 할 무자상이 어쩌면 그렇게도 요즈음 여인들이 애써 추구하는 미의 조건과 꼭 맞아 떨어지는지
흥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테면 가는 허리는 아이 들어설 스페이스가 좁다고 생각했음인지 무자상이다.
애써 염색까지 하는 금발은 노랑머리 또는 붉은머리라 하여 무자상이고,
찡그리면 미간에 생기는 차밍 마크ㅡ곧 도장무늬도 무장상이다.
이렇게 선택받아 시집을 가서도 아들을 낳는 택일에 고등수학적 제약을 받아야 한다.
이를테면 어머니 나이가 홀수일 때 홀수의 달에 씨를 받으면 아들을 낳고,
어머니 나이가 짝수일 때 짝수의 달에 씨를 받으면 딸이 된다던가ㅡ
법도 있는 집안에선 시집가기 전에 귀숙일([貴宿日]ː씨내리는 날) 셈하는 법을 구구셈 외우듯 외어보냈던 것이다.
귀숙일이란 그날 씨를 받으면 아들이 된다는 날이다.
이를테면 정월달의 귀숙일은 '아육구장(16910), 아둘새(11 12 14), 아사구(21 24 49)요...' 하며 일년 열두달 동안의 귀숙일을 줄줄이 외우고 또 실천을 해야 했다.
또 자궁에는 좌우로 두 구멍이 나 있는데, 좌혈로 들어가면 아들이 되고 우혈로 들어가면 딸이 된다 하여
한국 여인은 일상적으로 왼쪽을 아래로 하여 눕고 자는 버릇을 들이게끔 강요받았던 것이다.
이렇게 수태하고서도 뱃속에 든 아이가 아들이기를 바라는 강력한 원망이...
수탉의 깃 세 개를 뽑아 임부가 깔고 자는 요 속에 몰래 넣어 두면 뱃속의 아이가 아들로 변하고,
활줄을 복부에 감고 석 달만 지나면 아들로 변하며 ,원추리 열매를 허리춤에 차고 다니면 아들로 변한다던가...
이런 풍토인지라 태아의 성별감식법이 발달하지 않을 수 없다.
걸어가는 임부를 뒤에서 불러본다.
왼쪽으로 돌아보면 아들이요, 오른쪽으로 돌아보면 딸로 감식했다.
잉태 중 왼쪽 유방에 딴딴한 응어리가 생기면 아들이요, 오른쪽에 생기면 딸이다.
아이밴지 석 달 만에 왼쪽 배가 아프면 아들이요, 오른쪽이면 딸이다.
임부의 왼손이 부어오르면 아들이고 오른쪽이면 딸이다.
좌남우녀 사상이 일맥상통하는 태아감식법이랄 수 있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이 가공할 사내아이 선호의 전통 때문에 초음파나 양수검사에 의한 태아 성별감식을
엄하게 다스리지 않고는 남녀 성균형이 깨질 것이요...
남녀 성불균형 댓가로 농촌 총각들은 한 때 장가를 가려면
외국에서 색시감을 들여오는 이른바 다문화가정이 늘어났던 결과이기도 한것이다.
문명사회의 또다른 파괴로 이어질 가능성을 지금도 예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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