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골 양반이 사위감을 고르는데 매사에 부지런하고 서두르는 사위를 찾고 있었다.
어느날 총각 한 놈이 동네 측간(옛날화장실)에 드는 것을 우연히 보았다.
이놈을 보니 허리끈 풀 생각은 않고 주머니칼 꺼내어 끈을 싹둑 자르는 것을 보고 되게 서두르는 놈이구나...
그놈 참 잘 살겠다... 됐거니...했다.
일보고 나오는 놈을 붙들고 내 사위가 돼 달라고 하자 쾌히 승낙했다.
이것저것 마련할 것 없이 한 달 안에 날을 잡아 예식을 올리자고 하자 이놈 깜짝 놀라며
"한 달이나요? 오늘밤에 해치웁시다" 한다. 서두르는 꼴이 보통 잘살 놈이 아니구나 하고 그날 밤 찬물 떠놓고
귀밑머리 얹는 것으로 혼례를 치렀다.
신랑 신부 신방에 넣어 주고 사랑방에 앉아 있는데 신방에서 신부의 비명소리가 자지러지게 들려오는지라,
허겁지겁 달려가 보았더니 신랑놈 빗자루 거꾸로 들고 신부를 개패듯 패고 있었다.
무슨 행패냐고 따져묻자, 신랑놈 하는 말이 동침을 했으면 애를 낳아야 할 게 아니냐는 것이다.
우리 한국사람 매사에 너무 서두르는 것을 빗대는 우스개 이야기이다.
무슨 일이건 빨리빨리 서두를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민족은 어쩌면 이 세상에서 우리뿐이 아닐까 싶다.
달리기 빨리 하는 것 쯤은 좋다. 밥도 빨리, 공부도 빨리, 돈도 빨리 벌고 출세도 빨리 하려 든다.
밥은 빨리 먹으면 체하고, 공부는 빨리하면 날리며, 돈은 빨리 벌면 망치고, 출세를 빨리 하면 다친다.
모든 과정을 겪고 다지지 않으면, 매사에 그르치는데도 일단 서두르고 보는 것이 고금에 불변한
한국인의 가치관이 되어 있다.
터키사람들이 하루에 가장 빈도 높게 쓰는 말이 '수하힐리'이다. 즉 '천천히'란 뜻이다.
말끝마다 수하힐리...수하힐리...한다.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것이 우리의 격언인데 오늘 못 하면 내일이 있지 않느냐는
것은 회교 문화권의 격언이다.
미국사람은 1분에 평균 120보를 걷는다던데 우리 한국사람은 130보를 걷는다.
보이지 않는 무엇엔가 홀린듯이 허겁지겁 쫓기며 산다.
서양에서는 이미 [소크라테스]로부터 [버트런드 러셀]에 이르기까지 예찬한 미덕이 '천천히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 이다.
그런데 한국사람은 잘한 것이건 못한 것이건 일단 이렇게 서두르고 본다.
이 서두르는 심성 때문에 우리는 아직도 명예롭지 못한 세계 제일의 금메달 2관왕이 되고 있다.
교통사고 세계 제일이 그 하나요, 산업재해 세계 제일이 그 하나다.
안전시설을 소홀히 하고 어물쩍 빨리 돈을 벌려는 사업장 구조가 주범이요,
위험을 무릅쓰고 안전수칙을 어길수록 빨라진다는 작업심리가 종범이 되어,
산업재해 일등국으로 불명예스런 타이틀을 아직도 쓰고 있는것이다.
이번 광주아파트 붕괴사고도 똑깥은 맥락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던 산업재해이다.
아직도 산재희생자를 찾지도 못하고 있는 현대산업개발!!
[현대 산업 개발 업체]가 아니라, [과거 산업 재발 업체]로 바꿔야 되지 않나?
산재희생 가족들의 울부짖음이 들리는 듯하다!!!
2021년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아파트 붕괴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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