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주박과 소나무
옛날에 표주박이 크고 고결한 소나무 바로 옆에 심어졌어요.
그 계절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표주박은 짧은 시간 동안 무럭무럭
자라서 가지를 뻗치고 가지끼리 서로 뒤엉키더니 마침내 옆에 있는
소나무를 뒤덮고는 그 위에까지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표주박은 자신의 잎이 매우 크고, 꽃과 열매가 아주 아름다웠기
때문에 소나무의 가는 침엽과 자신의 잎을 비교해 보고는 자신이 훨씬
더 가치 있다고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표주박은 소나무를 보고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세상에나 이 높이에 오르기까지 내가 보낸 날짜보다 네 햇수 쪽이 더 많다니."
소나무는 표주박의 뻔뻔함이 우습게도 느껴지지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네 말이 맞아! 그러나 수많은 겨울과 여름을 참아내고 혹한과 혹서를 여러 번
거쳤어도 나는 옛날과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어!"
"어떤 것이 와도 나는 지지 않았어. 너 같은 무리가 그런 상황에 처하면
그 높은 콧대는 꺽이고 말아. 일단 벌레가 붙거나 서리가 내리기만 해도
꿈에서 완전히 깨어날 거야."
◈ 아랍인과 낙타
어느 추운 겨울 날 밤, 한 아랍인이 천막 속에 앉아 있었는데, 자신의 낙타가
조용히 걸어서 천막 안을 들여다 보는 것을 보게 됩니다.
"무슨 일이지?" 하고 그가 부드럽게 물어봅니다.
"추워요! 주인님. 제발 천막 속으로 머리를 집어넣게 해 주세요."
"좋구 말구" 관대한 아랍인이 대답합니다.
그래서 낙타는 천막 속에 머리를 집어 넣고 서 있었다.
잠시 후 "목도 조금 녹여도 되나요?" 하고 낙타가 부탁합니다.
아랍인은 쾌히 승낙합니다. 그래서 낙타는 천막 속에 목을 들이밀었죠
낙타는 불편한 듯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며 서 있다가 다음과 같이 말해요.
"이렇게 서 있는 것도 불편하네요. 앞발을 천막 속에 넣으면 조금 더 여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아랍인은 "앞발을 천막에 넣어도 괜찮아."
이번에는 그의 천막이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자리를 만들기 위해 조금
움직여줍니다. 낙타가 다시 말합니다.
"이런 식으로 서 있다가는 천막이 열려 있어서 둘다 추워져요. 완전히 안으로
들어가서 서 있으면 안 될까요?"
"좋아. 원한다면 완전히 안으로 들어와."
아랍인은 자기 몸과 똑같이 낙타를 염려하는 마음으로 말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보니 천막은 둘이 있기에는 너무 비좁았죠.
낙타는 천막 안으로 밀고 들어가면서 말합니다.
"결국 이 천막은 우리 둘에게는 비좁다는 생각이 드네요. 주인님은 몸집이
작아서 바깥에 서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하면 제가 완전히 들어
갈 수 있으니까요."
결국 낙타는 조금 더 밀고 들어왔고, 아랍인은 천막 밖으로 밀려나 버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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