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악마의 빵 조각
사회

작은 악마의 빵 조각

by 림프사랑 2024.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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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단편집

 

어떤 가난한 농부가 아침을 거르고 점심으로 빵 한조각만을 싸 가지고 밭을

갈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농부는 쟁기를 내리고 수레를 덤불 밑에 끌어다

놓은 다음, 그 위에 빵을 놓고 겉옷으로 덮었습니다.

 

이윽고 점심때가 되자 점심을 먹으로 갑니다. 그런데 빵이 보이지 않습니다.

농부는 참 이상한 일도 다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곳에 온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는데, 누가 빵을 가지고 갔을까?'

 

사실은 농부가 밭을 갈고 있는 동안에 작은 악마가 빵을 훔쳐 내고 덤불 뒤에

숨어서 농부의 행동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작은 악마는 농부가 화를 내고 욕하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래야만 큰 악마를 기쁘게 해줄것 같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농부는 빵을 찾지 못하자 약간 실망하지만 "할 수 없지, 설마 굶어 죽기야 하겠나.

누군가 꼭 필요해서 가져갔겠지. 아무나 먹게 내버려 두자."

 

작은 악마는 당황하여 큰 악마에게 달려갑니다.

자기가 농부의 빵을 훔쳤는데도 농부는 욕하기는 커녕 오히려 복받을 말만 했다고

보고 합니다.

 

큰 악마는 노발대발하며 말합니다.

"만약에 농부들과 그들의 아낙네들까지 그런 마음을 갖게 되면 우리들은 할 일이

없어져서 살아갈 수가 없다. 그러므로 그대로 둘 수가 없어!

만약 3년 안에 농부를 이기지 못한다면 네놈을 성수 속에 처박아 버릴 테다."

 

작은 악마는 깜짝 놀라 어떻게 해야 할지 곰곰히 생각하다가 성실한 사람으로

둔갑하여 농부네 집머슴으로 들어갑니다. 여름에 가뭄이 들것을 예상하고 농부에게

습지에 씨앗을 뿌리라고 일렀습니다. 모든 농작물이 말라 죽었는데 이 농부네는 풍작이

됩니다.

 

이듬해 여름 , 머슴은 농부에게 언덕 위에 씨앗을 뿌리라고 권합니다.

그해 여름에는 비가 많이 내려 다른 농부네 농작물은 비를 맞아 모두 쓰러지고

썩었지만 이 농부네 밭에서는 곡식들이 아주 잘 영글었습니다.

 

많은 곡식이 처분하기 곤란할 정도였으므로, 머슴은 밀을 빻아 술을 담그라고 일러줍니다.

농부는 술을 담가 자기도 마시고 마을 사람에게도 나누어 줍니다.

 

어느날 농부의 집에 가보니 돈 많은 마을 농부들을 초대하여 술대접을 하고 있습니다.

아내도 술 시중을 들고 있었는데 탁자 모서리에 옷이 걸려 그만 잔이 쓰러집니다.

 

농부는 화를 내며 아내를 꾸짖었습니다.

"조심해, 못난 것 같으니! 이런 좋은 술을 엎지르다니. 이게 뭐 구정물인 줄 알아,

다리가 어떻게 되었어?"

 

작은 악마는 팔꿈치로 큰 악마을 옆구리를 찌릅니다.

"보십시요. 이제 저자도 빵을 아까워하게 되었어요."

 

가난한 농부가 초대도 받지 않았는데 그 곳에 들렸더니 모두들 한잔 하고 있어서

그 농부는 자기도 한 잔 마시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주인은 그 사람에게 한 잔도

권하지 않고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술을 아무에게나 마구 퍼먹일 수는 없지!"

 

큰 악마는 이 말이 매우 마음에 들었으나 작은 악마는 코를 벌름거립니다.

"두고 보십시오. 지금부터 시작이니까요."

돈 많은 농부들은 주거니 받거니하면서 서로 공치사를 늘어놓으며 입에서

나오는대로 지껄여 댑니다. 

 

큰 악마는 작은 악마를 칭찬합니다.

"만약 술 때문에 저렇게 교활해져서 서로를 속이게 된다면 저놈들은 이미

우리에게 진 거야."

 

작은 악마는 말합니다.

"조금 더 두고 보십시요. 아직도 멀었습니다. 저놈들에게 한 잔만 더 먹여

보십시오. 저놈들은 지금 저렇게 여우처럼 꼬리를 치며 서로 속이고 있지만

얼마 후에는 사나운 이리처럼 변할 것입니다."

 

농부들은 술을 두 잔째 마시더니 목소리가 차차 커지고 거칠어졌습니다.

낯이 간지로운 공치사 대신 그들은 서로 욕설을 퍼붓고 화를 내며 멱살을 잡고

싸웠으며 주인도 싸움판에 끼어들었다가 호되게 얻어 맞습니다.

 

큰 악마는 가만히 보고 있었는데 이것도 마음에 듭니다.

"거 참, 재미있는데."

"아직도 멀었습니다. 놈들에게 석 잔 째 먹여 보십시요. 지금 놈들은 이리처럼

으르렁거리고 있지만 석 잔을 마시면 당장 돼지처럼 되어 버릴 테니까요."

 

석 잔 째 마시자 완전히 취해서, 알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소리를 지르며

남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그들은 비틀거리며 거리로 나갑니다.

주인은 손님을 배웅하러 나왔다가 물웅덩이에 빠져서 돼지처럼 허우적거리며

으르렁거리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훌륭하게 빵을 보상하게 되었는데 너는 어떻게 해서 이런 음료수를

만들었지? 너는 틀림없이 저 음료수에  여우의 피를 넣었을 거야. 그래서 사람들이 

여우처럼 교활해진 것이 틀림없어. 그 다음에 이리의 피를 넣고 돼지의 피를 넣었겠지. 

그러니까 놈들이 저렇게 된 게 아니냐?"

 

"저렇게 된 것은 즉, 그런 짐승의 피가 항상 그자의 마음 속에 있었으나 농부가

필요한만큼의 곡식을 마련할 동안은 그 피가 나올 곳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지요.

곡식에 여유가 생기자 무슨 좋은 위안거리가 없을까 궁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술 담그는 법을 가르쳐 주었는데, 술 담그기가 무섭게 그의 마음 속에서

여우와 이리와 돼지의 피가 솟아났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 술만 마시면 언제든지

짐승이 되어 버린답니다."

 

악마는 술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했지만 결국에는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네요.

악마의 유혹에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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