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5
사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5

by 림프사랑 2024.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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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단편집

 

미하일이 구두공 집에 온 지가 6년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아들이 창 밖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아저씨, 저것 좀 보세요. 어떤 아주머니가 두 여자 아이를 데리고 오는데,

한 아이는 다리를 절름거리고 있어요"

 

아이의 말에 미하일은 일을 멈추고 창 밖으로 돌아 앉아서 바라보았습니다.

미하일의 태도에 놀랍니다. 지금까지 밖을 내다보거나 하는일이 거의

없었는데 오늘은 창 밖을 보며 정신없이 무엇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도 창밖을 바라보자 부인이 두 여자아이를 데리고 들어옵니다.

"이 아이에게 봄에 신겨 줄 구두를 맞추려고 왔습니다."

"아 그래요? 우리는 그렇게 작은 구두를 만들어 본 일이 없지만 만들 수는

있지요. 미하일은 구두 만드는 솜씨가 매우 훌륭하답니다."

 

미하일을 돌아보니, 일손을 멈추고 두 여자아이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치 오랫동안 헤어졌던 친구를 만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부인은 다리가 불편한 아이를 무릎에 올려 놓으면서 말합니다.

 

"두 아이는 쌍둥이라서 발치수가 같아서 불편한 발을 먼저 재서 한 짝을

만들고 다른 발은 치수를 똑같이 해서 세 짝을 만들어 주세요."

 

"어쩌다가 저렇게 되었습니까? 태어날 때부터 저랬나요?"

"아닙니다. 아이의 어머니가 잘못해서 그만..."

 

"그럼 부인은 이 아이들의 친어머니가 아니신가요"

"나는 이 아이들과 관계없지만 내가 맡아서 기르고 있어요.

6년 전 이 아이들은 태어난 지 일주일도 안돼서 고아가 돼버렸죠.

이 아이들은 정말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었지요"

 

부인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나는 남편과 같이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아이들 부모와 이웃에 살고 있었어요.

이 아이들 아버지도 농사꾼이었는데 숲에서 일하다가 나무에 깔렸어요.

집으로 옮겼지만 곧 세상을 떠났죠.

 

사흘 후 그 아내가 쌍둥이를 낳은 거예요. 그리고 다음 날 죽었어요.

워낙 가난하고 친척 하나 없어서 도와줄 사람이 없었어요.

그야말로 혼자서 힘들게 쌍둥이 낳고, 혼자서 죽어간 것이지요.

 

이튿날 아침에 그 집에 가 보았더니 가엾게도 부인은 이미 세상을 떠났더군요.

그런데 한 아이가 쓰러진 엄마에게 깔려 있지 뭐예요. 그래서 다리 한쪽을

못 쓰게 된 겁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장례를 치뤄 주었어요.

모두 착한 사람들이지요.

 

두 갓난아기만 남았는데 보낼 데가 없었고, 우리 마을 여자 중에 젖을 먹일 

수 있는 것은 나뿐이었죠. 당시 나는 낳은 지 8주된 아들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지요. 그래서 내가 잠시 이 아이들을 맡게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의논한 끝에 이렇게 말하더군요.

'마리아 아주머니, 당신이 얼마 동안 아이들을 맡아줬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할 테니까요.'

 

"하나님 덕분에 젖이 잘 나왔어요.

그래서 내 아이와 두 아이, 이렇게 세 아이에게 젖을 먹여 키웠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뜻인지, 두 쌍둥이는 잘 컸는데 내가 낳은 아이는 두 살 때

죽었습니다.

 

그 후로 하나님이 다시는 내게 자식을 주지 않으시더군요.

그러니 이 아이들은 사랑할 수 밖에 없지요.

내겐 촛불과 같은 존재랍니다."

 

여인은 한 손으로 절름발이 아이를 안고, 또 한 손으로는 뺨에서 눈물을

닦아냅니다. 구두 수선공의 아내는 이렇게 말 합니다.

"부모 없이는 살아도 하나님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녀를 배웅하고, 그와 아내는 미하일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는 무릎에 손을 얹고 앉아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빙그레 웃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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