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4
사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4

by 림프사랑 2024.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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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단편소설

 

미하일은 부지런히 일했던 만큼, 멋있고 튼튼한 구두를 만드는 사람이 없다는

소문이 퍼지자 이웃 마을에서까지 주문이 밀려들게 됩니다.

 

어느 겨울 날, 가게 앞에 마차가 한 대 멈추어 섰습니다.

마차 안에서 가죽 외투를 걸친 점잖은 신사가 내려 가게를 향해 증계를 올라

옵니다. 그는 일어나 인사를 했지만 신사의 큰 몸집에 그만 어안이 벙벙해집니다.

 

신사는 크게 숨을 내쉬더니 가죽 외투를 벗은 후 의자에 앉자 이렇게 말합니다.

"이 가게 주인이 누구요?"

"네 제가 주인입니다. 손님"

 

신사는 큰 소리로 하인을 불러서 말합니다.

"그것을 이리 가져와!"

젊은이는 탁자 위에 놓고 펼치자 가죽이 들어있었습니다.

신사는 손가락으로 가죽을 찌르며 이렇게 말합니다.

 

"주인, 이게 어떤 물건인 줄 알겠소?"

"아주 좋은 물건입니다."

"물론 좋은 가죽이오, 아마 주인은 이런 물건을 한 번도 보지 못했을걸. 독일제

가죽인데 20루블이나 주었소"

"이 가죽으로 내 발에 꼭 맞는 가죽 장화를 만들어 줄 수 있겠소?"

"네 만들수 있습니다."

 

신사는 갑자기 큰 소리로 말합니다.

"만들 수 있다고!  당신은 먼저 누구의 가죽 장화를 어떤 가죽으로 만드는지 똑똑히

알아야 해. 나는 1년을 신어도 닳아지지 않고 모양이 찌그러지지 않는 가죽 장화를

원한단 말이요. 그러니 자신이 있으면 맡아서 만들고 만일 자신이 없으면 아예 거절

하는 것이 좋소.  만약 장화가 1년이 못가 찌그러지거나 파손되면 당신을 교도소에

보낼 것이오. 그러나 1년이 지나도 이상이 없으면 10루블을 더 지불하겠소."

 

그는 잔뜩 겁이 나서 대답을 못 하고 미하일의 옆구리를 찌르면서 의논합니다.

"여보게, 어떻게 하지?"

미하일은 주문을 맡으라는 뜻으로 고개를 약간 끄덕였습니다.

 

"저 젊은이는 누구요?"

"저 사람은 우리 가게의 뛰어난 직공인데, 선생님의 장화를 만들 것입니다."

 

신사는 미하일에게 말합니다.

"분명히 알아 두게. 반드시 1년 동안은 탈이 나지 않는 장화를 만들어야 해."

"염려 마세요. 반드시 약속한 날짜 안에 장화를 만들어 놓겠습니다."

 

그는 미하일에게 말합니다.

"주문을 맡기는 했으나 큰 걱정이야. 자네는 눈도 밝고 솜씨도 좋으니까 이

치수대로 재단을 하게. 나는 가죽을 꿰매겠네."

 

미하일은 재단을 마치고 가죽을 꿰매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구두를 만들 때

쓰는 두겹 실이 아니고 슬리퍼를 만들 때 쓰는 한겹 실이었습니다.

 

점심 시간이 되어 그는 일어나 미하일 쪽을 보았더니 그는 가죽으로 슬리퍼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게 웬일인가? 미하일은 한 번도 실수한 일이 없었는데 하필이면 이런

때에 이처럼 엄청난 실수를 하다니, 손님은 장화를 주문했는데 이 사람은 슬리퍼를

만들고 있으니 가죽만 못쓰게 되어 버리고 말았어. 이 비싼 가죽을 구할 수도 없는데

큰일 났구나.'

 

"여보게 미하일, 나를 아주 죽일 작정인가? 장화를 주문했는데 자네가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은 슬리퍼가 아닌가?" 그가 기가 막혀 미하일을 나무라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립니다. 

 

조금 전에 신사와 함께 왔던 젊은 하인이었습니다.

"실은 조금 전에 주문했던 장화 때문에 마님의 심부름을 왔습니다."

"장화는 이제 필요없게 되었어요. 나으리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이 곳을 나와 댁으로 가시는 도중에 마차 안에서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마님께서는

장화는 이제 필요없으니 그 가죽으로 죽은 사람에게 신기는 슬리퍼를 만들어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미하일은 탁자 위에 남은 가죽을 챙기고 다 만들어진 슬리퍼를 툭툭 털어 앞치마로 잘

닦아 하인에게 건네주자 슬리퍼를 받아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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