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애환
사회

불혹의 애환

by 림프사랑 2022.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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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나이 불혹이면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건 인생을 잘못 산 탓인지,
어째 저는 더 흔들리고 줏대로 없어지고 인생이 갈수록 험난하다는 생각만 듭니다.
그러니까 5월, 결혼기념일 며칠 전부터 아내가 달력에다 빨간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치다 못해 뻘겋게 칠해놓고,
시커먼 매직으로 '결혼 10주년!' 하고 커다랗게 써놓기까지 하더라구요.
저도 인간인데 차마 모른 체 할 수가 없어서 그날 아침 출근하면서 그랬습니다.

"당신이 알아서 멋있는 스케줄 한번 짜봐."
이랬더니 이미 준비된 답변이라는 듯 대뜸 이러데요.
"신혼여행 때 갔던 동해 앞 바다 있잖아. 우리 거기 가서 옛날에 했던 거 해보자. 응?"
옛날에 뭘 했는지 생각도 안나지만 어쨌든 가보자 싶어 애들은 처형집에 맡기고, 토요일 오후 동해로 출발을 했습니다.
도착을 하니 호텔은 너무 비싸서 모텔 잡고 짐을 푼 다음 시장에서 산 선글라스 끼고 바닷가엘 나갔지요.
그런데 제 옆에서 팔짱을 끼고 모래밭을 걷던 집사람이 심하게 콧소리를 넣으면서 이러데요.

"아잉. 자기. 우리 옛날 신혼여행 때처럼 한번 해보자. 응? 왜 그때 내가 막 뛰니까 자기가 나 잡으려고 막 뛰어왔잖아.
그거 해보자. 응?" 이러는데 어쩌겠어요. 모처럼 맘먹고 왔는데 해달라는 데로 해줘야죠.
"그래? 그럼 워디 한번 뛰어 가봐."
그런데 제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우리 집사람이 '나 잡아봐라!' 하더니 딴에는 요염하게 뛴다고 실룩거리며 뛰어가더라구요. 아무리 맘을 굳게 먹었어도 도저히 잡으러 뛰어가고 싶은 마음이 안생기더라구요.
'아이구, 이걸 뛰어? 말어?' 이러고 있는데 웬수같은 마누라가 뒤를 돌며 또 이러는 거예요.
"자기야. 빨리 와. 뭐해?" 그러니 또 어쩝니까? 할 수 없이 몇 걸음 뛰었지요.

그런데 바로 그때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마누라 바로 뒤로 어떤 늘씬한 아기씨 하나가 생머리를 휘날리며
같이 뛰어가고 있더라구요. 몹시 우수에 찬 모습으로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요. 몹시 외로워 보입디다.
그래서 좀 바라봤지요. 하도 눈이 시원해서요.
그렇게 얼마를 봤을까, 이건 또 웬일입니까? 우리 마누라가 앞으로 뛰었다 뒤로 뛰었다 하며 요란법석을 떨더니
아마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니까 그 아가씨가 전 줄 알았나 봐요.
갑자기 휙하고 돌아서더니 그 큰 덩치로 그 아가씨를 덥석 안으며 이러데요.


"까꿍!! 자기 놀랬지?"
그런데 우리 마누라 몸무게가 70킬로그램에 육박합니다. 그 큰 덩치로 그 야리야리한 아가씨를 덮쳤으니
그 아가씨 온전하겠어요? 모래밭에서 두 여자가 바로 엉키면서 쓰러지더라구요.
그리고 잠시 후 정신을 차려보니 마누라는 위에서 발버둥치고, 그 여자는 밑에 깔려서 이러더군요.
"캑캑!, 살려주세요! 숨 막혀요, 캑캑!"
저도 집사람 성질 건드려서 한번 깔려봤는데요 진짜 죽을 맛입니다. 그래서 동병상련인지라, 아주 인도주의적인
입장에서 제가 얼른 달려가 마누라 밀쳐내고, 밑에 깔린 아가씨를 구해냈던 거지요.

제가 절대 딴 마음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그리고 얼마나 미안합니까? 다른 사람도 아닌 우리 마누라가 눌렀는데요.
그래서 수영복 묻는 모래를 털어 주면서 그랬습니다.
"아이구, 많이 안다치셨어요? 괜찮으세요? 여보, 뭐해, 빨리 미안하다고 사과 드려야지."
이게 전부였습니다. 제가 뭐 잘못한 거 있습니까?
그런데 순간, 뒷골이 몹시 당긴다는 느낌 아시죠? 뒤를 돌아보니 우리 마누라가 도끼눈을 뜨고 절 노려보는데
정말 무섭습디다. 마누라가 그러데요.

"뭐하는 거야? 나도 모래 묻었는데 왜 안털어주고 저 지지배만 털어주는 거야! 엉?"
순간 필이 확 오더군요. '잘못 걸리면 죽겠구나!' 그래서 바로 몸을 낮췄지요.
"아니...그게 아니고...당신이 넘어뜨렸으니까 먼저 털어준 거지. 자자 털어준다. 털어줘"
저는 아내의 코끼리 같은 장딴지에 묻은 모래를 쓱쓱 털어주었지요.
그랬더니 마누라가 제 손을 휙 하고 뿌리치더니 그러데요. "됐어! 고마해!" 심상치가 않더군요.
"괜찮아요" 그 예쁜 아가씨가 몹시 아팠을 텐데도 이렇게 말하고 총총 사라지는데
정말 초연한 뒷모습이 아닐 수 없더라구요. 제가 무슨 딴마음이 있었겠습니까?

우리 마누라한테 깔린 게 미안하니까 그냥 멀어지는 뒷모습을 좀 안타깝게 바라본 거죠.
"뭘 봐!" 마누라의 날카로운 목소리와 함께 제 눈앞에 나타난 큰 바위 얼굴.
아니나 다를까? 마누라가 그러데요
"도대체 누가 당신 마누라야? 나야? 아니면 저 지지배야? 엉?"
그래서 제가 사태수습을 위해 냉큼 대답했지요. "그야 물론 당신이지"
그러자 우리 집사람이 갑자기 슬리퍼를 벗어 내 등짝을 냅다 내쳐치더니 이러더라구요.

"그런데 왜 저 지지배 편만 드는 거야? 아이구, 억울해. 그래 좋아. 내가 당신 믿고 여기까지 따라온 내가 바보다.
난 올라 갈 테니까 여잘 꼬시던지 말던지 잘 먹고 잘해봐. 아이구, 억울해. 아이구."
마누라는 이러더니 냅다 모텔로 들어가서 바로 짐보따리를 싸가지고 나오는 겁니다.
그냥 두었다가는 며칠 피를 말리겠더라구요. 어쩝니까? 그 즉시 모텔 앞마당에서 제가 생쇼를 했다는거 아닙니까?
우선 무릎을 꿇었지요.

"난 당신밖에 없어. 진짜야. 사실은 그 여자가 당신한테 화낼까봐 내가 미리 선수 친 거야.
봐! 그러니깐 그 여자가 당신한테 화안내고 그냥 갔잖아. 내 눈에는 그 여자보다 당신이 훨씬 더 이뻐.
정말이야. 거짓말이면 내가 날벼락을 맞는다"
마누라는 그제야 배시시 웃더군요.
어쨌든 그날 밤 바닷가에서 어떤 배 나온 사십대 남자와 짜리몽땅한 사십대 여자가
밤새도록 '나 잡아봐라!'하고 외치며 뛰여 다녔다고만 적겠습니다.
밤이라 잘 안보여서 다행이었지. 누가 봤으면 노망난 줄 알았을 겁니다.

여자요?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나이 들면서 그 가늘던 허리는 절구통만 해지고, 가냘프던 손은 솥뚜껑만 해지고,
그렇게 흐르는 세월 앞에 많이 변한 줄 알았더니 속은 여전히 밴댕이더라구요.
"이 마누라야! 내가 이 나이에 한눈을 팔면 얼마를 팔겠어? 그냥 보고 즐기는 거지. 속 좀 넓게 가져. 제발 속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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