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하늘이요, 여자는 땅이다
사회

남자는 하늘이요, 여자는 땅이다

by 림프사랑 2022.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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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경상도 사는 30대 후반의 평범한 가장입니다.

일찍이 저희 어머님께선 "남자는 하늘이요, 여자는 땅이다"를 몸소 실천하시며 귀하디 귀하게 길러주셨지요.

그렇게 30년을 넘게 살아온 제가 결혼을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뭐 연애시절에야 뭔 소리를 못하겠습니까?

결혼은 해야겠기에 우리 집사람 만나러 갈 때면 간하고 쓸개는 집에 고이 모셔놓고 나가서는

'별을 따준다.' '달을 잡아 온다' 별의별 감언이설로 꼬셔서 집사람 데려왔다 이거지요.

 

그리고 결혼한 뒤 제가 무슨 우주선장도 아니고 어떻게 별을 따고 달을 땁니까?

간하고 쓸개하고 찾아와서 호령을 했지요.

우리 마누라 돌변한 제 태도에 눈이 뚱그레지면서 외치데요.

"배신이야. 배신. 물리도!"

"고마 그래라. 물리 돌라카는데 물리 줘야지. 나가라."

제가 바로 이랬더니 우리 마누라 바로 백기 들고 투항을 해오더군요.

아흐! 그날부터 완전히 기선제압하고 순풍에 돛을 달고 휘파람 불어가며 순항을 했다 이겁니다.

 

남자 분들 해봐서 알겠지만 마누라 잡고 살면 얼마나 편합니까?

"재떨이?" 하면 바로 30초만에 재떨이 들고 튀어나오지. "양말?" 하면 코앞에 양말 대령하지.

정말 이토록 편하고 보람찬 생활이 어디 있겠냐구요.

그런데 어느 날 첫 딸을 낳더니 말투부터 달라지데요.

평소에는 제가 '어이?' 하고 부르면 '네' 하며 머리를 조아리며 달려오더니

이때부터 '어이?' 하고 부르면 눈에 힘을 빡 주고 '왜?' 하며 눈초리를 치뜨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이때만 해도 말투는 좀 께적지근해도 행동은 여전히 인간 리모콘이었는데 이게 웬 말입니까?

둘째 아이를 낳았는데 그냥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더니 완전히 얼굴표정이 확 바뀌더라구요.

"어이, 재떨이 가져와!"

"뭐? 고마 좋은 말로 할 때 재떨이 가져오는 길에 기저귀도 하나 가져오소, 알았스요?"

정말 여자의 변신은 무섭더만요. 어쨌든 옛 영광의 날은 서서히 저물어가고 안그래도 심란한데 이건 또 

웬일입니까? 마누라가 반항에 불을 확 댕기는 아니 아예 석유를 통째로 들이붓는 사건이 발생했다는거 아닙니까?

 

글쎄. 우리 막내 처제가 올 봄에 결혼을 했는데 하필이면 신혼집을 우리와 같은 아파트에 차릴 게 뭐겠습니까?

저는 이때만 해도 다가올 제 앞날의 먹구름을 생각도 못한 채 쫄다구 하나 생겼으니 얼마나 군기를 잡을 수 있을까?

은근히 기대가 컸다 이거지요. 그런데 아이고 말도 마십시오. 그건 저만의 착각이요. 헛소리였더라구요.

이 두 남녀 나이가 20대 후반 동갑내기들인데 정말이지 뭐가 그렇게 좋다고 허구헌 날 눈 맞추고 지들끼리

'허니?' '달링?' 찾으면서 히히 호호거리는데 아이고 눈꼴 시려서 차마 볼 수가 있어야지요.

 

그래도 이것까지도 좋다 이겁니다. 이 웬수같은 동서! 이 인간이 도대체 앞에 거시기만 달렸다 뿐이지 하는 짓은

영 가스나처럼 요리를 하질 않나, 고무장갑 끼고 바닥청소, 욕실청소 도맡아 하고 그리고도 지 마누라는 침대에 눕혀두고

텔레비젼이나 보라고 하질 않나..., 아니 이러니 우리 마누라 눈에서 불꽃이 안튀어 오릅니까?

우리 마누라가 처제 집에 다녀온 날은 에어컨, 냉장고, 텔레비젼. 전혀 필요가 없다니까요.

냉기는 빵빵하게 나오지 밤새도록 어찌나 잔소리를 해대는지 텔레비젼 볼 시간이 어디 있어야죠.

그런데 여기까지도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드디어 며칠 전 막내 처제 생일날이었는데 동서가 그러데요.

 

"형님, 꼭 와서 축하해주십시요. 우리 허니가 형부를 무척이나 챙깁니다. 안오시면 섭섭해 할 거예요. 하하하."

영 찜찜했지만 어쩌겠습니까? 어른 된 도리로 가긴 갔다 이거죠.

그런데 마누라 앞장 세워 처제네 아파트 현관문을 여는 순간 아이고 저는요 유치원 학예발표회 온 줄 알았다니까요.

웬수같은 동서! 온 집안을 풍선으로 도배를 하고선 미키마우스 머리띠까지 하고 앞에 나와서 온갖 재롱 다 떨면서 

장미꽃다발까지 안기더군요.

"자기, 자기를 위해 준비했어. 받아 줘~!"

"자기야, 정말 고마워. 나 너무 행복해. 자기야 사랑해."

 

 

우리 처제는 감동의 물결이 억수로 몰려오는지 지들끼리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고 아주 난리도 아니더라구요.

그러고 나서 그 웬수같은 팔불출 동서는 심혈을 기울였다나 뭐라나. 해물 스파게티라나? 카레라나?

그걸 먹이는데 아이고 정말이지 먹으라고 하니깐 먹긴 했는데 우리 마누라 희번덕거리는 눈초리 마주칠 때마다

움찔움찔한 게 소화가 안되더라구요.

결국 그날 행사 다 끝나고 집으로 오는데 저는 오는 길 내내 뒤통수에 구멍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마누라는 아니나 다를까 현관문 들어서기 무섭게 두 아이를 축구공 패스하듯 저에게 휙

떠안기더니 방문을 확 닫고 들어가 버리데요.

 

"아빠한테 씻겨달라고 해. 그러고 빨리 자!"

아! 어쩌겠습니까? 상황이 상황이니 만치 반항을 할 수도 없고, 애들 대충 씻겨서 재우고 방문을 살짝 열고 들어갔지요.

그랬더니 우리 마누라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데요.

어쩌겠어요? 그래도 애교 좀 떨어보겠다고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그랬지요

"왜 그래? 응?" 아이고 깜짝이야!

우리 마누라 그냥 냅다 뒤집어쓰고 있던 이불을 양쪽 발로 걷어차더니 열변을 토하는데 저는 마누라 입에서 

불꽃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니깐요.

우리 마누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그러데요.

 

"아이고 억울해. 난 이게 뭐야?

결혼한 지 10년이 되도록 남편한테 꼴랑 장미 한 송이 받아본 적 없고, 라면 하나 얻어 먹어본 적도 없고, 아이고 억울해. 누구는 남편 잘 만나 풍선파티에 스파게티까지 얻어먹고 사는데. 아이고, 아이고 억울해서 못살아. 나는..."

일단 진정을 안시키면 거의 날밤을 새우겠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여보, 그게 말이야. 그게 어디 사내자식이야? 내가 말이야 할 줄 몰라서 그동안 안했겠어?

자기가 이렇게 원하는 줄 알았으면 내가 진작했지.

그럼그럼. 그러니까 앞으로 내가 그놈보다 더 잘해주면 될 거 아니야. 알았지?"

 

그런데 정말 그 다음날부터 어찌나 마누라 눈치가 보이는지 무슨 구실을 만들어서라도

저도 이벤트 하나 만들어 만회를 해야지 했는데 참 힘들더라구요.

그것도 해본 사람이나 해본다고 기념일이고 뭐고 챙겨본 적이 있어야 챙기죠.

할 수 없이 달력 들고 날짜 확인하고 드디어 마누라 생일이 곧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았다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그게 바로 어제였는데 참나, 마누라 생일 챙겨주겠다고 회사에다가는

"저...어머니께서 갑자기 쓰러지셔서 병원에 가야 되겠는데요?" 하며 슬픈 표정 억수로 잡아주고

조퇴를 다 했다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꽃가게 들어가서 과감하게 주문했다 이거죠.

"아저씨! 장미 백송이 주세요!"

그런데 웬 꽃값이 그렇게 비싼 겁니까?

전 하나에 100원쯤 해서 백송이 하면 한 돈 만원 하는 줄 알았는데 진짜 겁나게 비쌉디다.

그 돈이면 소주가 몇 병이고 꼼장어가 몇 접시인데. 아이고. 아까워라... 뭐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마누라 기분 한번 풀어주자고 샀다 이거예요.

 

그리고 웬수같은 동서. 뭐? 스파게티? 그래 저도 요리 해주겠다 이겁니다.

그래서 뭐로 할까 고민하다 우리 마누라 튀김 무지하게 좋아하거든요.

특히 고추튀김, 새우튀김 사족을 못씁니다. 그래서 고추사고, 새우도 씻어놓고 밀가루 풀어서 풍덩 빠트려

새우를 튀기려고 하는데 요리도 해본 사람이 한다고 밀가루 반죽하는 거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어찌 어찌해서 물 붓고 밀가루 붓고 반죽 만들어 튀김옷을 입히긴 했는데 기름에 넣고 지글지글 얼마나 익혔나?

그때 전화가 울리데요. 전화를 받아보니 우리 장모님이신데 딸 생일이라 잘 지내는지 걱정하시기에 걱정 말라고

한 10분 수다 떨었습니다.

그런데 전화 끊고 돌아서 보니 이게 웬일입니까? 새우, 고추 펑펑 뛰어오르면서 새까만 숯이 되어가고 있더라구요.

 

"아이고, 내 고추."

비명을 지르며 뛰어가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기름이 바닥에 튀어 있는 걸 모르고 바로 찍 꽈당!

제가요 키가 180에 몸무게가 80킬로그램입니다. 그 덩치가 바닥에 미끄러져 벌러덩 했으니 그 모습 상상이 갑니까?

아이고 그날 생일파티요? 될 턱이 있겠어요.

마누라 손잡고 병원 가서 화상치료 받고 넘어지면서 왼발 오른발이 꼬여서 오른쪽 인대가 늘어났대나 뭐라나.

팔자에도 없는 깁스하고 집에 오는 길에 우리 마누라가 그러데요.

"아이고, 그럼 그렇지. 내가 무슨 복에...제발 말썽이나 부리지마 제발!"

 

회사에는 창피스러워서 계단에서 굴렀다고 했습니다. 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겁니까?

지금 깁스한 자리가 하도 가려워서 젓가락으로 긁으며 이 글을 씁니다.

그리고 막내 동서에게 남자 대 남자로 딱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야, 임마, 너 언제까지 주부습진 걸려가며 그렇게 살래? 제발 너 살고 나 사는 길을 찾자.

오늘 저녁 한잔하러 와라. 알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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