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그런 사람 아니거든요!
사회

저 그런 사람 아니거든요!

by 림프사랑 2022.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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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얼마 전 제 아내가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간 토요일이었어요.
반장 아주머니라고 하면 온 동네 정보통에다가 사통팔달이잖아요.
하여간 소문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가?
저희 아파트 반장 아주머니도 그런 분이셨는데 제가 딱 걸려들었던 겁니다.

그날 아내가 나가면서 현관문 안쪽에다 대문짝만하게 이렇게 써 붙여놓고 갔더라구요.
'자기야, 빨래 걷어서 개놓고 세탁기에 있는 빨래 다 돌아갔을테니까 널어 놔.
병원 갔다 올 때까지 제대로 안되어 있으면 알지?
나 요즘 맘 잡고 살려고 그러는데 대강 알아서 해. 그럼 사랑해.'
아! 순간 섬뜩해지면서 갑자기 저도 모르게 손이 움직이더라구요.
지난번에 이렇게 써놓은 것을 제가 과감하게 무시하고 텔레비젼 보다가 소파에 누운 상태 그대로 새우꺽기를 당했지요.
그때 거의 죽다 살았습니다.

하여간 저 상당히 소심한 놈이거든요.
그래서 바로 아내가 시킨대로 빨래 먼저 걷어놓고, 세탁기에서 빨래 꺼내서 널고,
그리고 거실에 앉아서 빨래를 개기 시작했습니다.
아, 정말 꼭 주부가 된 느낌이 들더라구요. 속으로 "그래 우리 아내도 이렇게 하루를 보내겠구나!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서 열심히 해야지!" 뭐 이런 기특한 생각도 하면서 열심히 빨래를 개고 있었는데
문득 개던 빨래 중에 얼마 전 아내가 샀다는 레이스가 무지하게 달린 분홍색 브래지어가 눈에 띄더라구요.

순간 뭐랄까 저도 그 순간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모를 호기심이 발동했다고 할까요.
우리 집사람 언젠가 그거 하면 무지하게 답답하다고 했는데 과연 얼마나 답답할까?
뭐 이런 생각부터~ 레이스를 이렇게 많이 달아놓으면 왠지 불편하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까지.
그래서 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땀도 나고 해서 위티셔츠를 벗고 맨살에 아내의 브래지어를 걸쳐보았지요.
뭐 그런데로 괜찮더만요. 그래서 이왕 걸쳐 본 김에 호크도 채워봤습니다.
가슴이 없어서 그런지 작을 줄 알았는데 잘 맞더만요.
사실 뭐 혼자 있는데 여름에 좀 색다른 맛도 있고 어떻습니까? 괜찮잖아요?

그래서 저 그차림 그대로 개던 빨래도 마저 개고 그리고 시키지 않은 청소도 하고 그랬다 이겁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마침 엘리베이터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저 그때 순간적으로 진짜 깜찍한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집사람이 저보고 항상 무뚝뚝하다. 재미없다 그러는데 이 기회에 생활의 활력도 주고 웃음도 주면 얼마냐 좋냐구요.
그래서 저 '집사람이 초인종 누르면 숨었다가 확 나타나서 이 깜찍한 모습도 보여주고 즐겁게 해줘야지!" 이러면서
아주 깜찍하게 현관문 앞에 서 있었거든요.

하여간 잠시 후 엘레베이터가 '띵!'하고 울려 퍼지고 그리고 예상대로 '띵똥!'하고 초인종이 울리더라구요.
저는 물론 작전대로 문 뒤에 숨었다가 문을 확 열어주면서 너무나 깜찍하고 발랄하게 고개를 귀엽게 45도 각도로 기울이면서, 그리고 손을 양 허리에 대고 가슴을 쭈욱 펴면서 그랬지요.
"자갸? 나 좀 봐라. 예쁘지? 사랑스럽지? 그치그치?" 아 여기까지 참 귀엽지 않습니까? 너무나 발랄하지 않나요?
이쯤 되면 분명 우리 집사람이 이러겠지요.
'자갸, 뭐 하는 거야? 너무 귀엽다. 우리 신랑.' 그렇게 예뻐해줘야 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웬 아주머니 한 분이 말똥말똥
저를 쳐다보며 아무 말씀을 못하고 계시더라구요.


작은 키에 나이는 한 40대 중반. 약간 살이 찐 모습의 그 분. 나중에 알았지요. 그 분이 반장님이였다는 것을요.
그 아주머니는 '뭐 이런 게 다 있나!'하는 표정으로 제 얼굴 한번, 가슴 한번 그렇게 번갈아 보시더니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아니, 저기 저 반장인데요. 새댁 없어요?"
그래서 제가 순간적으로 가슴을 엑스 자로 가린 뒤 횡설수설하며 말씀드렸죠.
"아니요. 그게, 그게...저...병원...감기...열...아파서..."
그러자 그 반장 아주머니 그러시더라구요.
"회비 받으러 왔는데 그럼 다시 올게요. 근데 저 혹시 원래부터하고 다니세요?"

저 물론 강력하게 주장했지요. 미쳤습니까? 그걸 하고 다니게?
"아니요. 저 원래 안이러거든요. 빨래 개다가...레이스가 많이 달려서...끈도 달렸고..."
다시 또 횡설수설 뭔 소리를 하는 건지 도대체 모르겠더라구요.
"예. 됐구요. 나중에 올게요."
반장 아주머니는 이러면서 휘리릭 가시는데 붙잡고 그것이 아니고 빨래 개다가 그냥 심심해서 한번 해봤다고
아내에게 이쁘게 보일려고 그랬다고 어떻게 일일이 설명을 하냐구요.

반장 아주머니 가시고 10분 있다 아내가 돌아왔는데 그때는 이미 흉측한 상황을 종료시키고
티셔츠 입고 텔레비젼 틀어놓고 바른 자세로 앉아 있었지요.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는 시킨 일 잘 해놨다며 엉덩이 쓰다듬어 주더라구요.
하여간 저는 이게 이렇게 끝나는 줄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있다 아내가 슈퍼 간다고 나갔다오더니만
헐레벌떡 뛰어와 그러더라구요.
"자기야, 빅뉴스야. 세상에 어떤 집인지는 모르겠는데 우리 아파트에 이상한 변태남자가 산데.
아니, 글쎄 여자 속옷만 입고 다닌다네? 정말 웬일이니, 웬일이니.

그런 변태 같은 인간이 같은 아파트에 살고 진짜. 반장 아줌마가 직접 봤다는데
몇 호인지는 끝내 침묵을 지키고 계신다고 하네. 그것도 그렇지 그 소문나면 어떻게 살겠어. 그치?"
저는 이때 얼굴 노랗게 떠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웬수야, 그게 나야.' 맘 같아서는 이렇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물론 못했지요.
우리 아내가 그러데요 "자기야, 얼굴색이 왜 그래? 어디 아퍼?"
저는 차마 아프다고 할 수도 없고, 아 진짜 이게 아니었는데 그래도 참 반장 아주머니 고맙긴 고맙더라구요.
호수까지 정확하게 말씀하셨으면 저 정말 집 빼야 했을 겁니다.

어쨌든 우리 아내는 지금도 그 사실을 모릅니다.
자기 남편이 그 문제의 변태라는 것을요. 빨래 널 때 속옷은 절대 베란다에 널어놓으면 안되겠다는 둥
그 변태 어떻게 생겼나 한 번 보고 싶다는 둥하면서 철없는 소리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학부형들도 계시는데 이를 어쩐답니까?
"반장 아주머니, 하여간 너무 고마운데요 이제 그만 없었던 일로 다시 소문 좀 내주세요.
저 여자 속옷 훔쳐 가는 그런 변태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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