뿅망치에 눈탱이 밤탱이
사회

뿅망치에 눈탱이 밤탱이

by 림프사랑 2022.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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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올해 마흔하나이고, 아내는 마흔입니다.

보통 가장으로 회사 열심히 다니고, 저녁이 되면 아이들과 함께 노는 걸 즐기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성격은 좀 내성적이라 말이 없고, 조용한 반면 아내는 활달하고 농담도 잘하고

웃는 소리는 탤런트 전원주씨와 비슷합니다.

 

어느 토요일 저녁, 마침 내일이 조카 결혼식이라 저희 집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동생네가 함께 있었구요.

오늘밤만 지내면 내일 함께 결혼식을 보고, 동생네는 집으로 내려가게 되어 있었는데,

그런데 제 동생이 장난이 좀 심하거든요. 장가 간 지 얼마 안돼서 아이도 없고,

그래서 우리 집 꼬마를 데리고 잘 놀아주곤 합니다. 

그런데 한참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아빠, 삼촌이 때렸어. 삼촌이 나 막 때렸어. 흑흑."

평상시에도 애들하고 놀다가 애를 꼭 울려서 안그래도 한번은 혼을 내줘야지 했던 터에

우는 작은 놈을 보고 저도 모르게 흥분했습니다.

 

"진짜야? 알았어. 아빠가 오늘 삼촌 가만 안둔다. 야, 너 이리와 봐!"

이러면서 옆에 있던 풍선 뿅망치를 들고 동생에게 달려들었거든요. 그런데 사실 뿅망치 맞아봐야 얼마나 아프겠어요.

그냥 상징적인 느낌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간 감정이 실려 가지고 좀 과격하게 내리쳤습니다.

'퍽!' 그런데 분명히 망치로 내쳐친 건 동생이었는데

옆에 있던 우리 아내가 갑자기 짧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눈을 붙잡고 쓰러지더라구요. "으윽."

 

아내를 보며 잠시 어리둥절해 있는데 그때 우리 동생이 그러는 거예요.

"형, 어떡해? 형수님 커튼 집게에 맞으셨나봐."

뭔 소린가 싶어서 주변을 둘러봤더니 제가 달려들어 풍선 뿅망치로 내려치면서

그만 커튼을 건드려서 커든에 달려 있던 쇠집게가 날아가 우리 마누라의 눈을 내려쳤더라구요.

아내는 어떻게 맞았는지 눈을 붙잡고 한동안 소리를 지르더라구요.

"으윽, 눈이...눈이...안보여."

 

그 소리에 방안에 계시던 어르신들도 다 뛰어나오셔 무슨 일이냐고 물으셨지요.

그런데 장황하게 그간 일을 설명하기에는 경황이 없는 데다 제가 아직 손에 풍선 뿅망치를 들고 있으니까

어머님이 그러시더라구요.

"너 그 걸로 에미 때렸냐?"

"아니요, 그게 아니고..."

"아니면 에미 눈이 왜 그러냐? 지금 엉?"

"야, 뭐라고 말 좀 해봐."

저는 동생한테 도움을 청했는데 바로 이때 얄미운 동생이 전혀 모른다는 듯이 딴청을 부리더라구요.

"엉? 난 잘 모르겠는데? 아. 형은 그러게 내가 성질 죽이라고 했더니..."

"아니, 이런 놈을 봤나?"

 

그날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고 있더라구요. 어쨌든 그대로 놔둘 수가 없어서 아내 데리고 병원에 갔거든요.

"어떻게 되신 거예요?"

병원 응급실 간호사가 묻는데 딱히 할말이 없더라구요.

"맞은거 같은데요. 괜찮을까요?"

간호사는 찬바람을 쌩쌩 날리며 사람을 째려보며 이러는 겁니다.

 

"맞은 거 같기는요? 확실하게 맞았구만."

그 간호사는 아내한테 이러데요.

"많이 아프시죠? 피하지 그러셨어요. 일단 응급치료 받으시면 괜찮을 것 같아요. 시력에는 별 이상 없거든요.

진단서 끊으시려면 말씀하시구요. 한 4주는 나오겠어요."

어쩜 그리도 친절하게 말하던지 원. 그런데 이게 대체 뭔 소리입니까? 진단서를 왜 끊냐구요.

 

제가 무슨 폭력남편입니까?

그리고 이쯤에서 이 마누라도 그렇습니다.

남편이 오해를 받고 있으면 해명을 해줘야지, 왜 아무 말도 안합니까?

이것도 일종의 간접폭력 아닙니까?

하여간 치료받고 집에 와서 며칠 쉬면된다고 해서 안심을 했는데 다음날 이게 웬일입니까?

집사람 왼쪽 눈이 시퍼렇게 무슨 판다 곰처럼 멍자국이 생긴 겁니다.

 

 

정말 딱 보니까 정통으로 맞은 그런 사람 얼굴이더군요.

또 왠지 불안해지기 시작하는데 아내가 결혼식에 가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

"그 얼굴로 어떻게 결혼식에 참석을 하겠다는 거야? 그냥 집에 있어라."

"아, 됐어. 그렇다고 어떻게 안가? 오히려 안가면 더 이상하지. 괜찮아. 선글라스 쓰고 가면 돼."

 

이게 말이 됩니까? 가까운 일가친척이라 한복 입고 가야 하는데 한복에 선글라스 끼고 결혼식장에 나타나면

지가 무슨 매트릭스도 아니고 사람들이 뭐라고 하냐구요. 그래서 제가 무지하게 말렸지요.

"제발 가지 마라. 날 봐서."

그런데 도대체 말을 들어먹어야지요. 결국 한복에 선글라스 끼고 결혼식장에 갔습니다.

물론 그날 결혼식 치루는 당사자들보다 우리 집사람 더 스타 됐구요.

 

그런데 더욱 결정적인 문제는 저희가 일종의 먼 겹사돈이거든요.

그래서 그 자리에 장인, 장모님하고, 처형네도 오셨는데

집사람을 보더니 어이가 없어서 그러시더라구요.

 

 

"야! 너 뭐냐? 지지배야. 한복에 웬 선글라스야? 안 벗어?"

처형이 이러시는데 우리 마누라는 별로 개의치 않더군요.

"그럴 사정이 있어서 그래. 어머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호호호."

우리 처형은 옆구리 막 찌르며 이러시데요.

"아부지가 빨리 그거 벗으라고 난리시잖아. 아주 별 하다하다 희한한 짓을 다 한다.

진짜 빨리 안 벗어?"

 

그러자 우리 집사람은 제가 말리고 어쩔 사이도 없이 장인. 장모님 앞에 서더니 선글라스를 확 벗더라구요.

 "아 진짜. 봤어? 봤으면 됐지?"

저희 장인, 장모님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너...너...그게...웬일이냐?"

"아이구 그냥 그렇게 됐어. 신경 쓰지마."

 

그런데 바로 이때, 사건의 핵심부에 있었던 그 말썽 많은 작은 놈.

솔직히 말하면 이놈이 사단 아닙니까?

이놈 때문에 생긴 일인데 이놈이 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향해 대뜸 그러더라구요.

"할아버지, 아빠가 망치 들고 엄마 때렸어. 그래서 엄마 눈 아야했어."

 

아 순간, 그 시끄럽던 결혼식장 안에 일순간 몰아친 그 싸늘한 침묵.

장인. 장모님은 거의 떨면서 말씀도 못하시고

처형은 절보고 이러데요.

"아니 세상에. 어떻게 망치로... 어머어머."

"그게 아니구요. 그 망치가요..."

 

제가 어떻게든 수습해 보려고 했는데 장인어른 아무 말씀도 없이 휙 하고 어디론가 가버리시고

그 자상하시던 장모님도 찬바람 몰아치시며 이러시데요

"자네, 그렇게 안봤네."

장모님은 장인어른 따라가시고, 제가 처형이라도 붙잡아 보려고 했는데 처형마저 이러시데요.

"정말 그러는 거 아니야. 제부. 꼭 그래야만 했어? 흥!"

 

그런데 이 마누라가 그제야 그러는 겁니다.

"아니 왜들 저러냐? 괜찮아 됐어. 나중에 내가 설명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마."

되긴 뭐가 됩니까? 저 소심한 놈입니다. 그런 오해받고 전 못 삽니다.

 

어쨌든 다음날 우리 집사람이 장모님과 처형한테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소상히 설명했다는데

그 분들이 한결같이 그러셨다네요.

"에이그, 그래도 서방이라고 편들기는. 됐다. 불쌍한 것."

결혼한 지 7년, 그간 쌓아온 이미지가 있는데 정말 괴롭습니다.

사실을 사실이라고 해도 진실을 믿어주시지 않으니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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