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 사돈?
사회

사위? 사돈?

by 림프사랑 2022. 1. 9.
728x90
반응형

3년전 지금의 남편을 만났습니다.

제가 원래는 결혼을 안하고 화려한 싱글로 그렇게 이 화려한 세상을 뷰티플하게 살아보려고 했는데

저희 어머니 등살을 견뎌낼 수가 없었습니다.

"여자 나이 서른이면 설 지난 무우요. 바람 들어간 무시다. 그걸 어따 쓰냐?"

어머니의 지론은 대체로 다 이렇습니다.

 

"빛깔 암만 좋아봐라! 노계보다는 영계가 잘 팔린다.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시집가라."

하여간 이런 어머니의 모진 강압과 학대 속에서도 저 서른한 살까지 꿋꿋이 견디다가 드디어 우리 남편을 만났는데

그런데 정말 마음을 비워서 그런지 그때 만난 우리 남편 괜찮더라구요.

그래서 한 번 만나고 두 번 만나고 그러다 사랑이 싹텄는데 그런데 늦게 배운 도둑 날 새는 줄 모른다고 하더니

정말 너무 좋은 겁니다.

그래서 제가 속으로 '이 남자가 결혼하자고 하면 바로 한다고 해야지' 이렇게 마음먹고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이 남자가 고백을 하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날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 어떻게 프로포즈 할까? 반지를 받게 될까? 목걸이를 받게 될까?

정말 별별 상상을 다 하고 만났는데 그날 그가 제게 한 그 고백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자기야, 나 실은 머리가 예사롭지 않아. 그간 속여 와서 미안해."

이 남자가 이러면서 갑자기 머리를 손으로 움찔움찔해 보더니만 바로 가발을 벗어서 보여주는데

순간, 숨이 막혀오는 그 충격 말로는 다 못합니다.

"허걱!!"

아, 솔직히 제가 그깟 머리털 정도에 연연하는 그런 소심한 여자는 아니지만 이 예사롭지 않은 머리.

이거 직접 보는 거하고 말로만 듣는 거하고는 차원이 다릅니다.

방금 전까지 30대였던 남자가 어쩜 그렇게 갑자기 50대가 될 수 있는 거냐구요?

하지만 그래도 전 그를 위로하며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괜찮아, 자기야. 난 이해할 수 있어. 그런데 그 머리 빨리 덮기나 해줘."

 

그 후 마음을 정리하기까지 다소 힘이 들긴 했지만 저 모든 것을 받아드리기로 마음먹고 

그와 결혼을 했거든요. 그런데 우리 신랑 절대로 우리 친정에는 자기가 대머리라는 거

알리지 말아달라고 하더라구요.

이미지 관리차원이라나 뭐라나, 그래서 본인이 그렇다는데 어쩌겠습니까? 

비밀로 하고 결혼을 했죠.

 

그런데 뜻하지 않은 곳에서 사건이 터졌으니, 세상에 정말 비밀은 없더라구요.

어느 날 부모님이 우리 집에 오셨는데 아버지께서 심심하다며 등산을 하자고 하시더라구요.

우리 남편이 몹시 고민 하더군요.

왜냐하면 이 머리에 가발 쓴 사람들은 운동하는 거 싫어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운동하면 땀나잖아요.

 

어쨌든 그래도 장인의 제안이니 거절도 못하고 그날 우리 남편 안방에 들어와 가발을 벗고 모자를 쓰더니

비장하게 그러데요. "이러면 아버님도 모르실거야. 나중에 집에 와서 샤워하고 가발 다시 쓰지 뭐."

저도 그게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날 우리 남편은 가발을 벗어 화장대 위에 걸어놓고

어머니는 관절이 안좋으신 관계로 혼자 집에 남겨둔 채 저와 남편 그리고 아버지, 이렇게 셋이서 등산을 갔던 겁니다.

물론 등산 중에도 우리의 철저한 남편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모자를 쓰고 있어서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등산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문제가 발생해 있더군요.

아니 세상에 집에 혼자 계신 저희 어머니께서 너무나 깔끔하게 청소를 마쳐 놓으셨더라구요.

"엄마. 너무 깨끗하다."

처음에는 좋아했는데 순간 가발 생각이 나서 부리나케 안방으로 들어갔더니 역시나 너무나 깨끗한 안방.

문제의 가발도 이미 사라지고 없는 겁니다.

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지요 "엄마 요기 있던 거. 혹시 머리카락 같은 거 그거 못 봤어요?"

그러자 저의 엄마는 너무나 태연하게 그러시데요.

 

"아, 그거? 너는 더럽게 왜 머리카락을 모아놓고 그러냐? 내가 안방 들어갔다가 아주 놀라서 뒤로 벌렁 자빠질 뻔했다.

내가 다 쓰레기통에 넣어서 버렸다."

순간 우리 남편 얼굴이 노랗게 뜨더군요. 저 너무 어이가 없어서 다시 물었지요.

"엄마, 그게 어떤 건데. 어디에 버리셨어요?"

"쓰레기봉투에 담아서 밖에 내놨지. 아까 청소차가 치워가던데? 왜 버리면 안되는 거냐?"

아! 베란다를 내다보니 아무것도 없이 깨끗하기만 한 쓰레기 처리장.

 

그 후 사태.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식사 끝나고 같이 밥을 먹어야 하는데 아무리 모자를 애용한다고 하더라도 어른들 앞에서, 그것도 식사하는데 

어떻게 모자를 계속 씁니까? 결국 우리는 결심했지요.

그래, 사실대로 보여드리자. 그게 더 낫다!!

우리 작전은 이랬습니다.

"저기요 아빠. 엄마 김서방이 잠깐 보여드릴 게 있데요."

제가 먼저 이렇게 말씀드리고 나면 우리 남편이 그 원초적인 머리로 나와서 이렇게 말하는 거였습니다.

"저기요 장모님. 장인어른 속여서 죄송합니다. 이게 원래 접니다."

 

우리 남편은 원래 머리를 보여주기로 했지요.

제가 각본대로 시작했지요.

"저기요 엄마, 아빠. 김서방이 보여드릴 게 있데요"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우리 남편이 안방 문을 열고 나오자 돌발사태가 발생했지 뭐겠습니까?

원초적인 우리 남편 머리를 보신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시더니 그러시더라구요.

 

"아이고, 사돈어른 언제 오셨습니까?"

두 분께서 거의 동시에 고개를 숙이셨다가 왠지 이상하다 싶으셨는지 다시 고개를 들어

빤히 쳐다보시는 겁니다.

"자네가...으윽!"

어머니가 풀썩 자리에 앉으시는데 어찌나 안타깝던지. 그래도 저의 부모님 나중에 물 한잔씩 드시고 그러시데요.

"아이고, 이 사람. 그간 숨기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나? 진작 말하지 그랬어."

어찌나 고맙던지요.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라 당장 내일이면 출근인데 월요일은 중요한 회사 브리핑도 있다는데

갑작스럽게 그 머리로 어떻게 출근을 하냐구요.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어디 가서 갑자기 가발을 구할 방도도 없고 

그런데 바로 그때, 역시 연륜은 못 속이겠더라구요.

저희 어머니께서 벌떡 일어나시더니 약상자에서 붕대를 꺼내시더라구요.

"안되겠네. 자자. 이 걸로라도 감음세."

 

아, 어떻게 됐냐구요?

그래서 다음날 아침. 우리 남편은 양복차림에 붕대로 머리를 칭칭 감고 회사에 출근했지요.

물론 회사 사람들은 어디를 어떻게 다쳤냐고 난리가 나고 결국 사장님 앞에서 그 모습을 하고 브리핑을 했는데

사장님이 브리핑 다 듣고 기립박수를 치며 그러셨다고 합니다.

"자 여러분, 우리 박수를 쳐줍시다. 저 상황에서도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장한 사원입니다."

사장님은 이러면서 특별 보너스를 챙겨주셨지 뭡니까. 그걸로 갈비 뜯으면서 어찌나 죄송하던지.

 

물론 그 후에도 한 일주일 동안 계속 붕대 묶고 다녔지요.

왜냐하면 머리 부상이 그렇게 빨리 나을 리가 없잖아요. 어쨌든 그때 무사히 위기 넘기고 우리 남편 지금껏

회사 잘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앞머리에 한 열 가닥 정도의 머리카락이 있었는데 그게. 요 며칠 바람이 쌧잖아요.

그 강풍을 못 이기고 떨어지고 말았는데 우리 남편 얼마나 구슬프게 울던지...

"카락아~! 정녕 이렇게 가느냐. 카락아~!

728x90
반응형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자는 하늘이요, 여자는 땅이다  (11) 2022.01.11
저 그런 사람 아니거든요!  (11) 2022.01.10
헌혈합시다  (11) 2022.01.08
뿅망치에 눈탱이 밤탱이  (17) 2022.01.07
한국말 어려워  (13) 2022.01.06

댓글


TOP

TEL. 02.1234.5678 /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