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이에는 이
사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by 림프사랑 2022.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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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눈, 이에는 이


우리 신랑은 말 한마디를 해도 절대로 곰살맞게 하지 못하고, 절대로 부드러운 말로 속삭이지 못하고,
이런 짓 목에 칼이 들어와도 못하는 경상도 사나이입니다.
저도 말 많은 여자는 아니지만 도대체 하루에 몇 마디를 안하는 신랑과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말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저희 집에서는 제가 십분의 구만큼 얘기하고 우리 신랑이 십분의 일만큼 대답하며 삽니다.

그런데 어느 날 텔레비젼에서 어느 유명한, 부부클리닉 강사가 나와서 이런 말을 합니다.
'요즘 부부의 가장 큰 문제는 대화가 없는 것입니다. 대화를 하려면 텔레비젼을 끄고, 부부가 대화시간을 가져야합니다.
그래야 중년이 넘어서도 부부간에 뜨거운 사랑을 확인하며 살 수 있습니다.'
'그래 고마 저거다. 저게 바로 우리 부부에게 꼭 필요한기다.'
그래서 그날 밤, 제가 맘먹고 우리 신랑 위해서 돼지고기 한근 사다가 양념 듬뿍해서 지글지글 제육볶음해서 저녁상을 차렸습니다. 그리고 소주 한 병도 올려놓고, 대화의 장을 열어 볼라고 제가 먼저 그랬지요.

"여보야, 제육볶음 맛이 어떻노? 내가 딴 건 몰라도 제육볶음은 제대로 하제? 그치"
"응"
역시 간단한 우리 신랑 대답. 물론 저는 다시 도전했습니다. 대화가 그렇게 짧으면 안되잖습니까?
"여보야, 그래도 내가 처음 시집와가 요리할 때보다 음식 솜씨가 억수로 많이 늘었제?
이렇게 하마 인자는 식당도 차려도 안되겠나. 우에 생각하노? 여보야."
"아, 거 시끄럽다. 고마 밥이나 묵으라."
그래도 제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대화의 장을 열어 볼라캤습니다.

"어머? 여보야 그것만 먹지 말고 이것도 쪼매 먹어봐라. 이것도 함 먹어보고. 아!"
제가 입에 넣어주려고 했더니 우리 신랑 뒤로 확 물러나면서 이럽니다.
"고마, 와카노? 내 밥은 내가 묵는다. 치아라!"
여기까지 나오니까 진짜로 저도 성질 나더만요. 아니 누구는 하고 싶어서 하는 건가요?
부부간에는 대화가 중요하다니까, 오랜만에 부부간의 대화 한번 해보겠다는데 이렇게 나오면 섭하지 않겠습니까?
그냥 참아야 하는데 성질이 확 나서 저도 그랬지요.
"됐다. 고마. 그래. 니 밥은 니 묵고, 내 밥은 내 묵자."

그런데 그때 전화벨이 울린 겁니다. 전화 받으러 갈려고 의자 밀치고 일어나 가는데 순간 뭐가 발에 걸려서
제가 그냥 확 꼬꾸라지면서 넘어지는데 하필이면 넘어지는 순간 한쪽 다리에 의자가 걸려서 의자랑 저랑
거실 바닥에 개구리 뻗듯 그렇게 뻗었지 뭡니까?
"아이고 발꼬락이야. 아이고."
아니, 사람이 넘어졌으면 남편이란 사람이 일어나서 부축해주며
'자야, 많이 다칫냐? 어데 좀 보자. 내 호 해주께.' 이래야 되는거 아닙니까?
그러나 우리 남편은 밥 먹다 말고 그대로 앉아서 엎어진 저를 내려보며 이카데요.

"고마 일나라."
남편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알고 보니까 넘어진 것도 남편이 뻗은 다리에 걸려서 넘어진거더만요.
어찌나 억울하던지. 갱상도 아줌마 성질나면 한 목소리 하는 거 아시지예?
"아이고, 내 죽는다. 아이고. 남편이 발 걸어서 마누라 죽는다. 아이고, 동네 사람들! 남편이 사람 잡는다. 아이고."
남편은 그제서야 먹던 밥숟가락 놓고 일어서데요.
"니 와카노? 니가 걸려놓고."
제가 다시 또 그랬지요.
"아이고, 걸리긴 지나가는데 자기가 걸어놓고, 그래 미우면 말로 하지 남편이 이래 마누라를 잡나?
아이고, 의자까지 같이 자빠뜨릴라고 아주 용 썼구만, 아이고. 내 죽는다."

어찌나 밉던지 죽는 척을 했지요. 그랬더니 그제야 좀 쳐다봅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아닌 게 아니라 발이 퉁퉁 부어 오는데 순식간이더라구요.
속으로 '참말로 이거 어데 부러진 거 아닌가? 걱정도 되고 그러는데 이 남자가 그러데요.
"내 좀 나갔다 온데이."
저는 그게 약 사러 가는 줄 알았습니다.
마누라가 이렇게 아프다는데 약은 사오겠지 했는데 약은 뭔 놈의 약입니까?
그날 술먹고 새벽에 들어왔습니다. 인간이 이러면 안되지요. 참말로 안되지요.


다음날 퉁퉁 부어오른 발가락을 질질 끌면서 병원에 갔는데 엑스레이를 찍고 이리저리 보시더니
의사선생님은 이러는 겁니다.
"아지메요. 이거 그냥 놀라서 부은 것 같으니까요. 집에 가서 찜질하고 푹 쉬시소."
"뭐라꼬요? 그럴 리가 없는데, 이래 억시로 아프고 발이 붓는데 분명히 어디 뿌러졌을 겁니다.
다시 한번 잘 찾아 보이소."
"그래 아픕니까? 이상하네."
의사선생님은 이러는 저 때문에 다시 또 사진을 이리저리 보시다가
"아, 그라마 여기 실금이 하나 갔는데 간단하게 깁스하면 한 이주일이면 괜찮겠습니다."


"깁스요? 선생님요, 그거 억수로 많이 좀 해주이소"
"예? 와예? 많이 하면 불편할낀데요."
"아닙니더, 괜찬심더. 저는 원래 체질적으로 깁스를 많이 해야 하는 체질입니더. 많이만 해주이소."
그래서 그날 의사선생님은 아주 미세한 실금이라서 발가락만 해도 된다는 것을 우겨서 허벅지까지 깁스하고
집에 갔습니다. 그리고 퇴근시간이 되기를 기다렸지요.
"띵동!"
"누구라요?"
"내다. 문 열어라."

"당신인교? 우야노. 쪼매만 기다리소. 내 엄청 오래 걸릴낍니다."
그리고 한 5분 걸쳐서 걸어간 뒤 문을 열었습니다. 남편이 문 늦게 열었다고 신경질을 확 내려다 말고
제 허벅지까지 싸여 있는 깁스를 보고 놀라데요.
"헉! 이 뭐꼬?"
"뭐긴? 고마 의사선생님이 내 보고 큰일 날 뻔 했다카드라. 쪼매만 잘못 됐으마 일어나지도 몬하고 살아야 한다고
억시로 조심하라카드라. 잘못되마 또 해야 한다고. 우야노, 내 이래가 밥도 몬차려줄낀데."
우리 남편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이카데요.

"진짜 의사선생님이 그래 말했나? 아니, 니 일부러 뿌라뜨린 게 아이고 진짜로 어제 넘어져서 이렇게 됐나?"
"당신은 뭔 말을 그케 하노? 이 다리 깁스는 절대로 안정이 필요하다카드라.
신경 쪼매만 써도 이 다리가 절대로 안붙는다카네. 아이고, 우예 이래 머리가 아프겠노? 으흑..."
우리 남편 그제야 달려들며 이카데요.
"그...그래. 그라마 쉬야지. 내 걱정은 말고 밥 차려 먹을 테니까네 니는 쉬라."

"미안해서 우야노, 그란데 내도 아직 밥 안묵었는데"
"글라? 그라마 내가 차려 주께."
"그래도 되겠나? 이거 미안해서 우짜지"
아이고 꼬셔라. 아이고 좋아라. 지금 깁스 풀 때도 됐지만 버티고 있습니다.
청소도 시키고, 밥도 시키 묵고 아주 좋습니다. 그러기에 평소 잘 좀 하제.
이게 바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맞지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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