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스물네살의 초보 엄마입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보니까 자꾸만 남들이 얘가 얘를 낳은 것 같다고 하는데~
사실 저도 얘가 자꾸 울면 너무 속상해서 같이 울게 되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수시로 남편 회사에 전화를 하거든요.
"오빠. 얘가 자꾸 울어, 어떡해?" 그러면 오빠는 가슴을 막 치면서 이래요.
"어휴,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떡해?"
남편하고 저하고 아홉 살 차이 나거든요.
같은 회사에 다녔는데 그때 남편은 직장 상사였고 저는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었구요.
그래서 남편은 싫다고 하는데도 제가 무지 많이 쫓아다녔어요.
나중에는 하도 쫓아다니니까 오빠가 지쳤는지 그러더라구요.
"그래, 결혼하자. 해!"
그래서 드디어 결혼도 했구요.
물론 저희 집에서는 저보고 정신 나갔다고 안된다고 난리가 났지만 그것도 제가 막 우겼죠.
그래도 오빠가 너무너무 좋은데 어떻게 하겠어요?
그런데 막상 결혼하고 나니까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더라구요.
밥도 제대로 안되고 반찬은 달걀말이 이거 하나 빼놓고 할 줄 아는게 없거든요.
그래서 한 달 내내 달걀말이만 해 줬더니 남편이 달걀만 봐도 속이 매슥거린다고 제발 다른 요리 좀
해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농담 삼아 '달걀말이 싫으면 계란말이 해줄까? 했더니 짐 싸서 나가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김치전'을 해볼까 구상 중에 있었는데 그 사이 애가 생겨서 입덧이 심해서 아직까지 못해봤구요.
그냥 달걀말이 계속 먹고 있어요.
하여간 저 애 낳을 때요 세상에 애 낳는 게 이렇게 아픈 건 줄 몰랐거든요.
소리 소리 지르고 애 안낳겠다고 도망 다니고 하여튼 말썽 많이 부려서 오빠가 정말 애 많이 먹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오빠한테는 쪼금 미안하구요. 그런데 애 낳고 난 다음에도 자꾸만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밤낮이 바뀌어서 계속 울어대질 않나. 우리 오빠는요 저랑 우리 아이때문에 걱정이 돼서 회사에서도
일이 손에 잘 안잡힌데요.
그런데 며칠 전 어린이날이었어요. 그날 우리 아이 딱 50일 되는 날이었거든요.
그래서 나름대로 어린이날인데 뭔가 기념을 해줘야 할 것 같아서 남편이 아직은 무리라고 하는데도
제가 우기고 우겨서 백화점에 우리 아이 데리고 갔어요. 유모차 사러간 거예요.
그런데 유모차 고르면서 너무너무 행복했었지요.
"우리 아이가 얼마나 좋아할까? 오빠 정말 멋지다. 나 이걸로 할래."
저는 오빠에게 이러면서 아주 예쁜 초록색 유모차로 골라서 매장을 나왔거든요.
그리고 오빠가 제 선물도 하나 사준다고 해서 옷하나 사려고 숙녀복 매장을 돌고 있는데
그런데 그렇게 한30분쯤 흘렀을 때 갑자기 백화점 전체에 안내방송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띵똥! 아동용품 매장에서 초록색 유모차 구입하신 손님,
아기 두고 가셨습니다. 빨리 매장으로 와 주십시요.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저랑 오빠랑 이 방송 둘 다 들었거든요. 그때 오빠가 그러더라구요
"야, 진짜 어떤 정신 나간 여자가 애를 다 놓고 가냐? 별꼴이다."
"그러게 말이야, 오빠 정말 너무 정신없이 산다. 그치?"
"근데, 너 우리 애기는 유모차에 태운 거지? 너무 조용하지 않냐?"
"어머 오빠는 당연히 태웠지. 자나봐. 볼래?"
제가 유모차 뚜껑을 확 열었는데 아! 진짜 이게 웬일이냐구요?
유모차에 우리 아이가 없는 거예요.
오빠가 황당해 하면서 그러더라구요.
"야...야 없잖아. 뭐야? 너 아이 태웠다며?"
저는 분명히 태운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왜 없냐구요. 분명히 태웠는데 흑흑...
결국 우리 오빠 얼굴이 빨개져셔는 이러는 거예요.
"뭐야? 그럼 우리가 애 두고 온 거야? 너 지금..."
그런데 그 사이에도 안내방송은 계속 나오고 있었구요.
"아~, 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유아용품 매장에서 유모차 사 가신 분,
아기 놓고 가셨어요. 빨리 와주세요. 아기가 울어요."
주변 분들이 이러시는 거예요.
"아니 세상에 진짜 별꼴이네. 다른 것도 아니고 애를 놓고 다니냐? 세상에~"
"그러게 말이예요 나도 별거 다 놓고 다녀봤어도 애 두고 다니는 사람은 처음 봤네."
얼마나 창피하던지 하여간 오빠랑 저랑 뛰어가서 다시 유아용품 매장으로 갔는데,
우리 불쌍한 아이가 얼마나 울었는지~~
유아용품 매장에 쩌렁쩌렁 난리가 났더라구요.
매장 언니가 우릴 보고 신경질 내면서 그러시더라구요.
"아니, 어떻게 애를 놓고 가실 수 있어요? 유모차에 태운다고 애 좀 봐달라고 하더니만
잠깐 뭐 하는 사이에 유모차만 끌고 가시면 어떡해요?
우리는 애 버리고 간줄 알고 얼마나 긴장했는데요!!"
아니 글쎄 이게 아니었거든요.
분명히 새로 산 유모차 꺼내서, 거기에 우리 아기 태우고 출발한 것 같은데
우리 아이가 왜 안 탄 거냐구요? 그날 밤 집에 돌아왔는데
"으, 내가 못살아. 앞으로 당분간 외출하지마. 알았어? 내가 제명에 못살아. 진짜 못살아."
오빠가 자기 가슴을 아프게 팡팡 치면서 이러는 데 할 말이 없더라구요.
그때 오빠는 계산하고 있었고 제가 애 안고 있다가 매장 언니한테 맡겼거든요.
그리고 괜찮은 옷이 또 있길래 그거 잠깐 보다 그냥 확 잊어버린 거예요.
그 후 오빠가요. 이틀 동안 말을 안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화해해 보려고 달걀말이말고 김치전 준비중이이예요.
그거 잘되면 오빠가 잘했다고 화 풀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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