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세계이야기(미뇽)
사회

쉬어가는 세계이야기(미뇽)

by 림프사랑 2023.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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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뇽(Mignon)

 

독일의 <빌헬름>이라는 청년이 도시의 한 여관에 묵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이층으로 올라가다가 그는 계단을 내려오는 작은 소녀를 만납니다.

머리를 두르고 있는 길고 검은 머리 다발만 아니었더라면 그는 그 소녀를 사내아이로

알았을 것입니다.

 

소녀가 그의 곁을 지나 뛰어나갈 때 그는 그 소녀를 두 팔로 붙잡고 어디에 소속되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그 소녀가 방금 여관에 투숙한 줄타기 곡예사들 중의 하나일 것이라고 확신

합니다. 소녀는 그에게 날카로우면서도 어두운 눈빛을 보내고는 그의 팔에서 빠져 나가 말없이

달려나가 버렸습니다.

 

다음번에 소녀를 보았을 때 빌헬름은 소녀에게 다시 말을 걸었습니다.

"나를 무서워하지 말아라, 꼬마야,"

"네 이름은 뭐지?" 하고 친절하게 말합니다.

 

"미뇽이라고들 불러요" 

"나이는 몇 살이니?" 하고 그는 물었습니다.

"나이를 알려 준 사람이 없어요."하고 소녀는 대답합니다.

 

빌헬름은 가던 길을 계속해서 갔습니다. 그러나 그는 소녀의 검은 눈과 낯선 태도에 대해

궁금히 여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오래지 않은 어느 날, 곡예를 구경하고 있던 군중들 가운데에서 커다란 비명이 들립니다.

 

빌헬름은 무슨 일인지 보려고 내려갔습니다. 그는 곡예사의 주인이 몽둥이로 어린 미뇽을 때리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는 달려가서 그 남자의 멱살을 잡았습니다.

"어린애를 놔 줘 ! " 하고 그는 소리칩니다.

"저 아이에게 또 한번만 손을 댓다간 우리 둘 중의 하나는 이 자리를 떠나지 못할 거야."

 

그 남자는 빠져 나가려고 해보았지만 빌헬름은 그를 단단히 붙잡고 있습니다.

소녀는 기어서 빠져 나가 군중들 속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그 애의 옷값을 내시면 그 애를 데려가도 좋소." 결국 곡예사가 소리칩니다.

 

모든 것이 잠잠해지자 빌헬름은 곧 미뇽을 찾으러 갔습니다. 소녀는 이제 그에게 소속된 것입니다.

그러나 소녀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곡예사들이 마을을 떠난 뒤에야 소녀는 그를 찾아옵니다.

"어디에 있었지 ?" 하고 빌헬름이 친절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그렇지만 소녀는 대답하지 않습니다.

 

"너는 이제 나와 함께 살게 되었다. 그러니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 하고 그가 말합니다.

"노력할께요 " 미뇽은 온순하게 대답합니다.

그때부터 소녀는 빌헬름과 그의 친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하려고 노력합니다.

소녀는 자기 이외에는 아무도 빌헬름 시중을 들지 못하게 합니다.

 

소녀는 곡예사들이 자기의 볼에 붉게 색칠한 물감을 얼굴에서 지워 버리려고 세면대로 가는 것을 

자주 보았습니다. 실제로 소녀는 그 고운 갈색 색조를 뭔가 짙은 염색이라고 생각해 씻어 없애려다가

거의 살갗을 벗길 뻔까지 합니다.

 

미뇽은 날이 갈수록 더 예뻐집니다. 그 애는 층계를 걸어서 오르내리는 법이 없었습니다.

층계의 손잡이를 잡고 뛰어 내리는가 하면 어느새 층계 위에 얌전히 앉아 있곤 하는 것이었습니다.

항상 뛰어다니기 바쁜 모습을 보여줍니다.

 

소녀는 각기 다른 사람에게,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합니다.

힐헬름에게 이야기 할 때는 가슴 위에 팔짱을 끼고 말합니다. 소녀는 가끔은 하루 종일 말 한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빌헬름의 시중을 드는 것을 결코 싫증내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밤 그는 무척 피곤하고 슬픈 심정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미뇽은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소녀는 앞장서서 등불을 이층으로 들고 왔습니다.

소녀는 불을 책상 위에다 내려놓고 잠시 후 그에게 춤을 추어도 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춤을 추면 선생님의 마음이 좀 가벼워질거예요." 라고 말합니다.

빌헬름은 소녀를 기쁘게 해주려고 그래도 좋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소녀는 작은 깔개를 갖다가 마루 위에 펼칩니다. 깔개의 네 귀퉁이에는 촛불을 하나씩 놓고

깔개 위에는 달걀을 여러 개 놓았습니다.

 

소녀는 달걀들을 특정한 형태로 늘어 놓았습니다. 이 일이 끝나자 바이얼린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던

남자를 불렀습니다. 소녀는 띠를 묶어 두 눈을 가리고는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소녀는 얼마나 가볍고 빠르며 민첩하고 놀랍게 움직였는지! 소녀는 달걀들 옆을 너무도 빠르게 뛰며

가깝게 밟았으므로, 누가 보았다면 소녀가 달걀들을 모조리 깨뜨리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소녀는 달걀을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소녀는 계란들 사이를 갖가지 발놀림으로 밟고 지나다닙니다. 그중의 하나도 놓여진 위치에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빌헬름은 모든 근심을 잊었습니다. 그는 소녀의 동작을 줄곧 지켜보았습니다.

 

춤이 끝나자 미뇽은 한 발로 계란들을 굴려 모아 자그마한 무더기를 이루게 합니다.

하나도 뒤에 남기지 않았고 하나도 깨뜨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다음 띠를 눈에서 풀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합니다. 빌헬름은 그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춤을 보여 준 데 대해서 소녀에게 감사했습니다.

 

그는 소녀를 칭찬하고 다독거려 줍니다. 그리고 소녀가 너무 피곤해지지 않았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소녀가 방에서 나가자 바이얼린을 연주했던 사람은 빌헬름에게, 소녀가 그 춤곡을 자기에게 가르쳐

주느라고 애썼다고 말해 줍니다. 그는 소녀가 자기에게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그 노래를 들려 주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또 소녀가 자기를 위해 그가 바이얼린으로 연주하는 것을 배우는데 대해 자신의 돈을

바이얼린 주자에게 주려고까지 했다는 것도 이야기합니다.

 

미뇽이 빌헬름을 기쁘게 해주고 걱정을 잊어버리게 하는 방법이 또 하나 있습니다.

미뇽은 그에게 노래를 불러 주었던 것입니다. 그가 가장 좋아한 노래는, 전에는 한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노래였습니다. 그 곡 또한 그에게는 낯설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매우 기뻣습니다.

 

그는 소녀에게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가사를 말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는 가사를 받아 적었습니다. 그렇지만 달콤한 곡조는 가사보다도 더 즐거웠습니다.

그 노래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푸른 잎사귀 아래 오렌지가 빛나고,

레몬과 시드런이 자라는 나라를 그대는 아시나요?"

한번은 노래를 끝내고 나서 소녀가 다시 말합니다. 

"선생님은 그 나라를 아세요?"

"틀림없이 이탈리아일거야." 하고 빌헬름이 말합니다.

"거기에 가 본적이 있니?" 소녀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미뇽(프랑스어: Mignon)은 <앙브루아즈 토마>가 작곡한 3막의 오페라입니다.

 

미뇽의 뜻은 <귀여운>입니다.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작품을 기초로, <쥘 바비에>와<미셀 카레>가 프랑스어

대본을 작성하고, 그 이후 <앙브루아즈 토마>가 작곡한 3막의 오페라가 완성됩니다.

 

이 작품은 1866년 파리 <오페라 코미크>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어릴적 집시에게 붙잡혀 온 미뇽은 

빌헬름에 의해 집시에게서 자유를 찾아 주게 되고, 미뇽의 노래를 듣게 된 빌헬름은 이탈리아까지

미뇽을 데리고 가게됩니다.어린 딸을 잃어버린 상실감으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어머니와 재회를 

하게 되자 세사람은 행복한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오페라 아리아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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