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치케잎 암초
북해에 인치케잎 암초라 불리는 큰 바위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어느 육지에서는 12마일 떨어져 있었으며, 언제나 바닷물로 덮여 있어서
많은 보트와 큰 배들이 그 암초에 부딪쳐 좌초되는 사고들이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그 암초는 수면에 매우 가까이 자리하고 있어서 어떤 배도 그 위를 항해하면 반드시
좌초되고 마는 죽음의 암초였습니다.
약 100여년 전에 그 바위에서 멀지 않는 곳에 <아버브로톡>의 대수도원장이라는 마음씨
착한 사람이 살았습니다.
"그토록 많은 용감한 선원들이 물 속에 있는 암초 때문에 목숨을 잃는 것은 애석한 일이다."
그래서 대수도원장은 그 암초에 부표를 설치하는 배려를 합니다.
부표는 수면에서 이리저리 떠다녔지만, 떠내려가지 못하게 튼튼한 쇠사슬에 묶여 있습니다.
그 부표 꼭대기에 대수도원장은 종을 매어 놓았습니다. 그래서 파도가 덮칠 때면 종소리가
큰소리로 똑똑하게 들리게끔 매달아 있습니다.
그 이후 선원들은 이제 이 암초가 있는 바다를 지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종소리가 울리는 것을 들으면 선원들은 암초가 있는 곳을 알고 배가 그곳을 돌아서 가도록
지시합니다.
"아버브로톡의 착한 대수도원장에게 하느님의 가호가 있기를 ! "감사해하며 모두 한결같이
말합니다. 어느 파도가 잔잔한 여름날 검은 기를 단 배 한 척이 인치케잎 암초에서 멀지 않은
곳을 항해 하게 됩니다. 그 배는 해적 <랄프>라고 불리는 해적 소유의 배였습니다.
그 배는 해상에서나 해안에서나 모든 선량한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바람이 거의 없어서 바다는 거울같이 잔잔합니다. 그 해적선은 거의 정지한 채로
있습니다. 돛을 채워 줄 바람 한 점도 없을 정도였던 것입니다.
해적 랄프는 갑판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그는 거울 같은 수면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인치케잎 암초 위에 떠 있는 부표를 보았습니다. 마치 바다 위에 커다란 흑점이 나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날은 종이 울리지 않았습니다. 부표를 움직일 만큼의 파도가 일지 않았던
것입니다.
"얘들아 ! "하고 해적 랄프는 소리칩니다.
"보우트를 내려 인치케잎 암초로 저어 가자. 늙은 대수도원장에게 골탕을 먹여야겠다."
보트가 내려지고, 건장한 사내들의 힘센 팔이 보트를 인치케잎 암초로 저어 갔습니다.
그러자 해적 랄프는 커다란 도끼로 부표를 묶고 있는 쇠사슬을 끊어 버립니다.
그는 종을 매어 둔 줄도 끊어 버렸습니다. 종은 바다 속으로 부글부글 소리를 내며 가라앉아
이내 보이지 않습니다.
"이 다음에 이곳을 지나가는 놈은 대수도원장을 축복하지 않을 것이다." 하고 랄프는 말합니다.
곧 미풍이 일어서 검은 해적선은 떠나가면서 해적은 뒤돌아보고는 숨겨진 암초가 있는 곳의
표식이 보이지 않자 비열하게 웃고 떠나갑니다.
여러 날 동안 해적 랄프는 바다를 샅샅이 훒었습니다.
그에게 약탈을 당한 배들은 많았습니다.
마침내 그는 우연히도 처음에 출발했던 장소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하루 종일 바람이 몹시 불었습니다. 파도도 높았고 배는 빠르게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녁이 되자 바람은 수그러들고 짙은 안개가 끼기 시작합니다.
랄프는 갑판을 거닐었지만, 그는 배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도 알수가 없었습니다.
"안개만 걷혀 준다면 좋겠는데 ! "그는 말합니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는 소리를 들은 것 같습니다."
"해안 가까이에 와 있음에 틀림없습니다."하고 키잡이가 말합니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하지만 내 생각엔 우리가 인치케잎 암초 가까이에 와 있는 것 같은걸.
그 종소리라도 들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바보같은 짓을 하고 말았구나! "
다음 순간 무언가 요란한 소리가 납니다.
"인치케잎 암초다!" 하고 선원들이 소리칩니다.
배는 한쪽으로 기울더니 침몰하기 시작합니다.
"아, 나는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했던가!" 하고 랄프는 울부짖었습니다.
"이것이 내가 그 착한 대수도원장을 골려 준 벌이로구나 ! "
파도가 덮쳤을 때 그가 들은 소리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닷속에서 그들을 환영하는 죽음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깊은 바닷속으로 사라져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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