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없는 이야기 ▒
먼나먼 동쪽 나라에, 할일이 아무것도 없는 대왕이 있었습니다.
매일같이 하루 종일, 그는 푹신한 금방석 위에 앉아 남들이 해주는 이야기를 즐겨
듣는게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무엇에 관한 것이든 그 이야기가 아무리 길더라도
듣기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야기가 끝날 때가 되면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네 이야기의 결점은 꼭 한 가지 너무 짧다는 것이다." 꼭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세상의 내놓아라하는 이야기꾼들이 궁전에 초대되기 시작합니다.
그들 중 몇은 정말이지 대단히 긴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왕은 이야기 하나가 끝날 때 마다 언제나 서운해 합니다.
마침내 그는 모든 도시와 마을과 시골에 누구든지 자기에게 끝없는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에게는 상을 내리겠다고 포고를 합니다. 그는 포고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에게 영원히 계속되는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에게는 나의 가장 예쁜 딸을 아내로
맞이하도록 해주겠으며, 그를 나의 후계자로 삼아 나를 이어 왕이 되도록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포고문의 전부는 아니었다. 왕은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하나 덧붙였습니다.
"만약 누구든 그런 이야기를 하려다가 실패하면 그의 목을 자르겠노라."
왕의 딸은 매우 예뻤기 때문에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하려는 젊은
남자들이 그 나라에는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목숨을 잃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단 몇 사람만이 그 상을
받고자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모두 목숨을 내 놓아야만 했습니다.
한 젊은이는 석 달 동안 계속되는 이야기를 꾸며내었지만, 석달이 지나자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해 낼 수가 없자, 그의 운명은 다른 사람들에게 경고가 되어 오랫 동안 그 누구도 왕의 인내력을
시험해 보려는 무모한 짓을 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남쪽에서 온 낯선 사람이 궁전에 나타났습니다.
"대왕이시여, 끝이 없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 상을 내리신다는 말씀이 사실입니까?"
"사실이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임금의 가장 예쁜 공주를 아내로 삼게 해주고 임금의 후계자로 삼으시겠다는
것입니까?"
"그렇다, 성공만 한다면" 하고 왕이 말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성공한 자가 없다는 것을 명심해라. 실패하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제가 메뚜기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가 있는데 그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이야기해 보아라. 들어 보자꾸나."
이야기꾼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옛날 어떤 임금님이 자기 나라에 있는 모든 곡식을 몰수해서 튼튼한 곡식 창고에 쌓아
두었습니다. 그러나 메뚜기 떼가 그 나라로 날아와서 곡식을 둔 곳을 살펴 보았습니다.
여러 날 동안 살펴본 끝에 메뚜기들은 그 창고 동쪽에 한 번에 메뚜기 한 마리가 지나갈
만한 크기의 틈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메뚜기 한 마리가 들어가서 곡식 한 알을 물고 나왔습니다.
그러자 또 한 마리의 메뚜기가 들어가서 곡식 한 알을 물고 나왔습니다."
날이 지나고 몇 주가 지나도록 이야기꾼은 계속해서 말합니다.
"그러자 또 한 마리의 메뚜기가 들어가서 곡식 한 알을 물고 나왔습니다."
한 달이 지나고 일년이 지났습니다. 이년이 지난 뒤에 왕이 말합니다.
"얼마나 더 오랫 동안 메뚜기들이 들어가서 곡식을 물고 나오게 되느냐?"
"이봐, 이봐! 너는 나를 미치게 하려는구나. 나는 더 이상 듣지 못하겠다."
"포고문대로 내 딸을 데려가고 내 후계자가 되어 왕국을 다스려라.
그러나 다시는 그 지긋지긋한 메뚜기에 관해서는 내게 한 마디도 하지 말아 다오!"
그래서 그 낯선 이야기꾼은 왕의 딸과 결혼해서 여러 해 동안 그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의 장인인 대왕은 더는 이야기를 듣고자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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