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11일 오전 8시 46분
보스톤에서 이륙한 아메리칸 항공사 여객기가 맨해튼 무역센터 북타워로 돌진했다.
첫 테러기가 북타워에 충돌하며 생긴 여진이 남타워를 강타하자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비상계단으로 달려갔다.
이 아비규환의 혼란 중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사고 지점은 그들이 있던 남타워가 아닌 북타워이니, 안심하고 사무실로 되돌아가라는 메세지였다.
그날 비상계단에 서 있던 수천 명의 사람들이 그런 갈등에 빠졌다.
그냥 올라갈 것인가? 끝까지 내려갈 것인가?
생존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일부는 정말 사무실로 되돌아갔고, 일부는 건물을 빠져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뛰쳐 나오기가 무섭게 17분 뒤 또 다른 여객기가 남타워를 덮쳤다.
두 번째 테러 여객기가 남타워를 덮친것이다.
62분만에 건물은 거짓말처럼 내려앉았다.
순간의 결정이 생사를 갈랐다. 누가 살고 누가 죽었나?
매사에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김 과장은 "별일 아니야!"
소리치며 사무실로 되돌아 갔을 것이다.
밥값 낼 때 항상 손을 바르르 떨던 최과장은 일등으로 건물을 탈출했을 것이다.
이 17분짜리 드라마에서 평소 낙관적인 사람들은 목숨을 잃은 경우가 많았을 것이고,
소심하고 찌질하단 소리를 듣던 이들은 생존했던 확률이 훨씬 높았을 것이다.
지금 나는 왜 이 모양으로 살고 있는가? 우린는 이런저런 이유를 떠올린다. 부모를 잘 만나서,
혹은 잘못 만나서, 대학 전공 때문에, 기타 등등...조금씩은 모두 관련이 있겠지만
무엇을 하며 어떤 인생을 사느냐를 결정하는 데 상당히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성격이다.
우리는 살면서 9.11테러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을 자주 경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성격은 평생 동안 자신이 내리는 크고 작은 결정에 꾸준히 영향을 미친다.
성격에 따라 친구를 고르고, 직업을 선택하고, 주말에 무엇을 하느냐를 결정한다.
현재의 나는 상당 부분 이런 선택이 누적된 결과다.
하지만 우리 눈에는 내면의 성격보다는 바깥세상의 것들이 훨씬 잘 보인다.
가령 차에서 내리는 사람의 성격은 보이지 않아도, 그가 어떤 차에서 내렸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그가 행복해 보이면 고급 차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행복하다면, 원인은 그의 차가 아니라 그의 성격일 확률이 훨씬 높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다녀도 웃을 사람이다.
행복의 원인 중 사람들이 가장 과대평가하는 것이 돈과 같은 외적 조건이다.
어떤 것이 그렇게 중요할까?
오랫동안 행복을 연구한 석학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그 질문을 한다면 대답은 거의 비슷하다'
"유전, 더 구체적으로는 외향성"
사실 이 대답은 행복 연구에 대해 전문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진단이다.
학계의 정설 중 일반인들에게 가장 덜 알려진 사실이 바로 행복과 유전의 관계다
DNA가 행복을 완전히 결정한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학자에 따라 다소 의견이 다른 통계적 수치지만, 학계의 통상적인 견해는
행복 개인차의 약50%까지 유전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일란성 쌍둥이들은 유전자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들의 유전자 유사성은 100%다. 그런데 간혹 생후 각자 다른 부모에게서 입양돼 자라는 경우가 있다.
제임스1과 제임스2 사례를 보면 이 둘은 생후 3주만에 다른 가정으로 입양되어 30년 넘게 살았다.
서로의 존재조차 모르며 평생을 살았던 두 사람의 유사성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이혼한 전처의 이름(린다)부터 아들의 이름(앨런), 반려견의 이름(토이), 직업(보안관), 가장 싫어하는 스포츠(야구), 좋아하는 맥주(밀러)와 가장 자주 가는 휴가지(플로리다 주의 특정 해변)까지 완벽히 일치했다.
이런 일란성 쌍둥이들의 행복수치는 어떨까? 물론 매우 비슷하다.
유전의 힘은 강력하다.
회사에서 활달하고 긍정적이기로 소문난 윤 대리는 누구보다 아침 인사를 잘한다고 치자.
"아, 윤 대리의 행복비결은 아침 인사였구나"라고 어떤 높으신 분이 판단한다.
그래서 '아침 인사하기'가 회사의 새해 캠페인이 된다.
쾌활한 기질을 가지고 태어난 윤 대리에게는 무수한 습성과 특성이 있다. 그중 하나일 뿐이다
인사하는 모습이 눈에 잘 띄기 때문에, 그것이 그의 행복 비결이라는 과장된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유전적 영향은 어떤 경로를 통해 행복으로 전달되는 것일까?
인간이 가진 모든 신체적, 심리적 특성은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 키,얼굴형, 지능, 심지어 취침 시간까지..
이렇게 유전적 영향을 받는 무수한 특성 중 행복과 특히 연관성 높은 것이 있다.
무엇일까?
'외향성'이라는 성격 특질이다
외향성이 행복 연구에서 그토록 주목받는 이유는, 한마디로 행복과 가장 손을 꼭 쥐고 있는 짝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연구된 그 어떤 특성도 외향성만큼 행복과 관련 깊은 것이 없다
30년전 성격 연구 과정에서 외향적인 사람들이 유난히 행복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외향성이 높은 사람의 특성은 무엇일까?
대표적으로는 사람을 찾고, 그들과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외향성이 높을 수록 자극을 추구하고, 자기 확신이 높고, 처벌을 피하는 것보다는 보상이나 즐거움을 늘리는데 촛점을 둔다. 외향적인 사람들이 타인을 찾는 본질적 이유가 '자극추구'라는 흥미로운 설명도 있다.
사실 사람만큼 '자극적인 자극'도 없다
외향성이 높을 수록 타인과 같이 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또 그들(특히 이성)이 자기를 좋아하도록 만드는 타고난 재주가 있다.
행복하기 위해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요조건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극단적인 두 그룹 즉 행복값이 상위 10%에 속하는 사람들과 하위 10%속하는 사람을 비교해보았을 때
연구자들이 수많은 변인을 측정했지만 그룹 간 차이는 없었다.
가령 얼마나 돈이 많다고 생각하는지, 외모, 학점, 심지어 얼마나 많은 긍정적.부정적 사건들을 경험했는지...
두 그룹 간의 차이는 2가지 영역에만 나타났다.
첫째, 성격이다
행복한 사람들은 월등히 더 외향적이고 정서적 안정성이 높았다.
둘째, 대인관계
행복지수 상위 그룹의 사회적 관계의 빈도와 만족감이 월등히 높았다.
사실 두가지 공통점분모는 '사회성'이다.
그래서 행복을 보장하는 충분조건은 없지만, 없어서는 안 될 필요조건이 사회적 관계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보면 행복은 타인과 교류할 때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일종의 '부산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그것은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다.
역으로, 의무감이나 수단으로써 사람을 만나는 것은 가장 피곤한 일이 될 수 있다.
한국인들이 행복하지 못하다고 고백하는 이유도 역시 사람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빈곤한 인생은 곁에 사람이 없는 인생이다.
그의 겨울은 유난히 춥고, 베인 상처도 잘 아물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행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레바논에 이런 속담이 있다
"사람이 없다면 천국조차 갈 곳이 못 된다."
이 말을 거꾸로 생각하면 무엇을 하며, 어떤 모양의 인생을 살든, 사람으로 가득한 인생은
이미 반쯤 천국이라는 뜻이리라.
출처-<행복의 기원:서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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