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를 살아가는 부부
사회

조선시대를 살아가는 부부

by 림프사랑 2022.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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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남편은 유난히 사극을 좋아합니다.

시청률에 관계없이 무조건 사극이면 말을 시켜도 모를 정도로 집중을 합니다.

 

무슨 날만 되면 남들은 불편하다고 안입는 한복을 어찌나 즐겨 입는지 잘 때도

안 입고 자는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연애시절 남편을 만났을 때는 교양있고 예의바른 점이 너무 매력있는 남성으로

점수를 후하게 준 덕분일까요, 그 후 결혼까지 이어졌는데요.

 

한참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어야 할 우리 부부는 과거속 조선시대를 살아가는 

부부가 되어 있었습니다.

 

결혼 1년후 친정 아버님 칠순이셔서 전날부터 친지 분들이 모두 모였지요.

남편과 친정 식구들은 결혼식 때 대충 인사를 나눈 정도였는데 술이 오가고 이야기도

무르익는 분위기 속에서 친지분들이 주시는 술 넙죽넙죽 다 받아 마시고 있어서

점점 불안해진 저는 옆에서 계속 눈치를 줬죠. 

 

"취했어요. 그만 마셔요. 내일 일찍 일어나야지."

제 언성이 조금 높아지자 눈에 촛점이 흐려진 남편이 간신히 저를 보면서 이럽니다.

"부인 닥치시오!"

 

순간 모든 것이 정지된듯 멍해지더라구요. 장난이 아니구나 싶더군요.

그동안은 둘이 있는 공간에서 장난처럼 받아 주었던 것이 아~ 현실이구나!!

잠시후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해서~~

 

 

"빨리 방으로 들어가요. 어른들 계신데 왜 이래요?"

"어허! 부인은 닥치래두요. 교양없이~"

 

이때 작은 오빠가 옆에서 듣더니 "동생은 닭 안들고 있어. 지금 젓가락 들고 있어"

순간 집안은 웃음바다가 됐지만 저는 더 짜증이 나더군요.

 

얼마 전에 고향친구들 몇 명과 술 마시고 새벽에 들어 와서는 자고 있는 아기한테

뽀뽀하겠다고 깨워서 애를 울리더니 저보고 이러데요.

"부인 꿀물 대령하시요"

 

신혼 때는 남편이 사극에 빠져 있는 것이 남편의 성향과 취미라 생각하고 따라주기로 

마음먹고 "예 여기 대령하였습니다." 하면서 따라주었는데 그것도 한 두번이지

매번 그렇게 따라주는것도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돼나~~고민이 되기 시작하더라구요.

 

혼자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기 싸움에서 지지않기 위해 자꾸 그러는 걸까?

생각이 들기도하고, 어떤 때는 부부가 아니라 날 시녀로 부려 먹기 위해 결혼했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들수 밖에 없더라구요.

 

술자리를 피하지 않고, 자주 나가는 것도 싫어 죽겠는데 ~

어느 날 고민과 원망이 한꺼번에 화로 올라오기 시작하더라구요.

"내가 이렇게 사는거 누가 알겠어, 내가 미쳤지!! 그때 내가 눈이 삐어서 결혼했지"

 

그랬더니 남편 왈~

"부인, 지금 나를 원망하는 게요?"

 

"그래, 원망에 실망에 치가 떨립니다. 당신이 왕이면~ 난 왕비입니다!! "

"왕비한테 이렇게 시녀처럼 대우하는 왕이 어디 있습니까?"

 

 

 

남편은 잠시 눈을 끔벅끔벅하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비틀거리며 벽쪽으로 가더라구요.

"미안하오, 못난 내가 사라져 주리다."

그런데 이 다음부터가 진짜 가관입니다.

 

"창문, 너 왜 이리 안열리느냐?"

" 짐을 거역할 셈이더냐?

 

벽을 벅벅 긁으면서 이러는데 내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더 기가 막힌 거는요. 다음날 그 얘기를 해주면 못 맏겠다고 하니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가 오죽하면 영상 촬영까지 해서 보여주리라 하는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이 다음에 진짜 찍는다면 그러겠죠.

"부인 이게 무슨 짓이요? 당장 그만두시오"

 

남편이 술만 마시면 과거의 선비들이나 왕의 말투가 자연스럽게 나오는지~

무슨 꿍꿍이 속으로 그러는지~

 

자신은 환상속의 왕의 삶을 실현하고~ 왕 대접을 받고 살고 싶은~그런 사람 입니다.

그렇다면 저도 왕비처럼 대접받고 싶은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나는 그의 뜻을 거역하지 못하고, 왕 대접을 해야만 하는 시녀이고~

대접 받지 못하고 있는 불편한 부부생활에 회의가 느껴집니다.

 

부부지간에 상하 관계로 살아가는게 한쪽에겐 얼마나 부담이 되는지... 

할머니들이 왜? 황혼 이혼을 많이 하시고 싶어 하는지 실제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결혼생활 계속 이어가야 할지~정말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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