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줄타는 로프공
사회

외줄타는 로프공

by 림프사랑 2022. 11. 21.
728x90
반응형

코킹작업

저는 3년전에 유리시공을 했던 사람입니다.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준 유리를 제자리에 장착하고 고정이 되도록

코킹공사 해주는 그런 일입니다.

 

이것을 '건설의 꽃'이라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밧줄 한 가닥에 몸을 의지하며 한 손에는 코킹총을 들고

이리저리 반동을 주면서 이쪽 저쪽 움직이고 있으면

웬만한 사람들은 정말 감탄을 합니다.

 

그 당시 저는 실리콘 쭉 짜주는 총같이 생긴 거 있잖습니까?

다른 사람들은 보통 하나씩 차고 일할 때 저는 양손에 하나씩 두 개 차고 

왼쪽, 오른쪽 자유자재로 발포를 하니 남들은 그러더군요.

전설의 쌍권총 서부 사나이를 닮았다고...

 

하여간  제가 이렇게 일하고 있을 적에 그 밑에서 바라보던 웬만한 여성들

'까악~! 오빠, 너무 멋있어!'

이러면서 자지러지는데

이것도 너무 지나치면 피곤하더라구요.

 

비 오는 날은 정기휴일이나 다름없이 휴일을 즐기고 있는데,

느닷없이 어디 강변 근처에 유리 마감공사가 있는데

내일까지 유리공 6명을 소집해야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한때 밧줄에 발이 묶여 30분 정도 '매달린 적이 있던 형님', 그리고 코킹 쏠 때마다

가스분출 바로바로 터지기 때문에 마치 압축기를 보는 것 같다고 붙여진 '압축기형님',

그리고 '밧줄이 풀어져서 떨어져 죽을 뻔했던 형님' 그리고 아는 형님들 소집해서

 

강촌의 모처에 도착을 하니 아마도 음식점을 하려는지 건물 전체를 유리로 감싸는 형태로

집을 짓는데 이게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게다가 그 밑이 바로 강물이 흐르고 있어서 유리 외장공사를 하려면

강위에 매달려서 공사를 해야 하는데 '풀어진 밧줄 형님'이 그러시더라구요

"야 쌍권총아, 이게 물 위에서 작업을 해야하는디 쪼까 힘들겠다잉?"

"그러게 말입니다요. 그래도 해야지요."

 

이러면서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한달동안 무사히 공사를 마치고 드디어 마지막 날. 

다른 부분은 거의 완공되고 마지막으로 남은 유리 외부공사를 제가 하게 되었습니다.

 

외벽 7층 높이에 매달려 일을 하고 있노라니

참으로 유유히 흐르는 강물도 보이고,

삶의 즐거움과 생로병사의 아픔이 나를 깨닫게 하기도 하고...

 

그리고 문득 저멀리 아래를 보니 번개탄 불빛이 피어오르면서

거기에 삽겹살이 지글지글 타오르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참 그때까지도 제 운명을 모른 채, 빨리 끝내고 내려가서 삽겹살이나

맛있게 먹어야지 이랬거든요.

 

하여간 옥상에서 다시 한번 밧줄 점검을 한 다음에,

휴대폰이 강물에 떨어질 것을 생각해서 옥상에 놔두고,

끈을 타고 화룡점정의 점을 찍듯이 그렇게 마지막 마무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완성이 되었기에 저는 바로 밧줄을 풀면서

밑으로 가볍게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사고가 발생했던 거지요.

 

제가 밧줄 길이 계산을 약간 착오하는 바람에

글쎄 밧줄 길이가 2층 높이에서 딱 멈춰버렸습니다.

 

 

땅에 닿기엔 밧줄이 한참 모자라는데 그것보다도 더 심각한 것은

이미 풀어진 밧줄이라 다시 올라갈 수가 없다는 것이죠.

으윽...! 이게 무슨일이란 말입니까?

 

처음에는 제가 그래도 여유 있게 형님들을 불렀습니다.

왜냐면 근처에 형님들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형님!! 매달린 발 형님~~!

압축기 형님~~! 아무도 없어요?

저 매달렸어요. 저 좀 올려주세요."

 

그러자 제 목소리는 그저 대답없는 메아리가 되어 상공을 휘젓고

다시 제게 돌아오더군요.

 

사람들이 모여서 삽겹살 굽고 있는 장소는 건물에서 한참 떨어진 산쪽이고,

제가 매달린 쪽은 그 큰 건물의 뒤편 즉 강물 쪽이라서 아무리 소리쳐도~~

누구 하나 이 한적한 건물 뒤편 목소리에는 관심도 없더라구요.

 

해는 어둑어둑 지고 있는데 그때 옥상에서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더라구요.

'아마도 형님들이 날 찾는 거구나!'

감이 왔지만 받을 수가 없었지요.

 

그래도 저는 '그래 우리 형님들이 오지 않는 저를 이상하게 여겨서 

한번쯤은 뒤돌아 오실 것이다. 그럼 그때 가볍게 구출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형님들 몇시간이 지나도~ 끝내 오시지 않았습니다.

왜냐구요? 나중에 알고 보니 글쎄 '매달린 형님' 께서 제가 나타나지 않자

이런 말도 안되는 발언을 하셨다지 뭐겠습니까!

 

"아이고, 그놈 또 내뺐구만?

그놈이 원래 지 마누라한테는 꼼짝 못하잖여.

틀림없이 지 마누라 전화 받고 집으로 도망쳤을 거구만!"

 

아니 이게 말이 됩니까?

제가 뭐 몇 번 마누라 급명을 받고 형님들이 술 먹자고 할 때 

몇번 빠져나간 적은 있었지만 그러나 이건 그 상황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날 저 그 밧줄에 매달려 엉덩이도 아프고 팔도 저려오는데

더 미치게 한게~ 뭔 줄 아십니까?

바로 강가의 모기떼들 이었습니다.

 

산 속의 모기가 강력하다지만

이 강가의 모기들도 진짜로 무지하게 강합니다.

청바지를 뚫습니다.

 

모기떼들이 대롱대롱 매달린 절 보고

'아니, 고맙게시리 누가 저기에 고깃덩어리를 그대로 매달아놨데?' 하는 것처럼

그때부터 공격을 하는데 정말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제일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쪽 저쪽 반동을 주면서 왔다갔다 하면서

모기떼를 헷갈리게 하는 거 말고는 아무 대책이 없었습니다.

 

그것도 나와 있는 부위가 얼굴이라 그런지

아주 얼굴 쪽에 집중공격을 하더라구요.

모기떼들한테 물린곳을 또 물리고...

 

물리지 않도록 손사래를 쳐도 소용이 없더라구요.

몇시간 모기물린 자국이 가렵기도 엄청가려워서

여기저기 긁느라 혼났습니다.

 

18mm외줄타고 청소하는 로프공

 

하여간 그 와중에도 피곤한지 잠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매달려 있는 와중이라 이러한 위험한 상태에서 잠을 자면 

어떤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인데도 깜빡 깜박 졸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졸았을까?

그때였습니다...

'매달린 형님'과 '풀어진 밧줄 형님'이 술이 취해 화장실 찾아

한적한 강가로 오는것이 보였습니다.

 

그때 정말이지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외쳤습니다.

"형님~~! 흑흑...,

나 좀 풀어주세요. 형님~~,

저 위에 매달려 있어요. 형님!"

 

"도대체 몇시간 동안 그러고 있었냐~~"

"형님~~ 감사합니다. 형님들 때문에 살았어요!"

매달려 있은지 4시간만에 풀려났습니다.

 

그 후 병원에 2박 3일 입원했습니다.

아마도 모기한테 많이 뜯겨서 병원에 입원한 사람은 저밖에 없을 겁니다.

그 후 제 별명이 '쌍권총'에서 '모기 물린 쌍권총'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무도 소리쳐도 대답이 없었던 어둠속에서 공허함과 두려움~

줄에 매달렸던 4시간 동안, 모기들 때문에 힘들었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모기들에게서 도움을 받았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기떼에 뜯기면서 이쪽 저쪽 왔다 갔다, 손사래를 치기도해서

몇시간 동안은 두려움을 감소시켜주는 행동이 되지 않았나~

한동안 졸지 않게 계속 윙윙거려 준것도 도움이 된것 같습니다.

 

줄에 매달려 어둠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면~

오히려 더 두려움이 컸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줄에 매달린 형님', '줄이 풀어져 죽을 뻔한 형님' 들의 사례도 있고

나 또한 그럴 가능성에서 예외일 수 없겠다는 두려움도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쌍권총' 일을 그만두고 말았지요.

 

여기까지가 저의 유리시공에서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728x90
반응형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합니데이~~  (14) 2022.11.23
아버지의 지게 작대기  (20) 2022.11.22
3남매 우량아  (18) 2022.11.20
어느 여대생의 파리 배낭여행기  (20) 2022.11.19
웃으며 쉬어가는 코너  (11) 2022.11.18

댓글


TOP

TEL. 02.1234.5678 /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