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데이~~
사회

사랑합니데이~~

by 림프사랑 2022.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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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늙은 부부의 이야기'

 

올해 64살이 된 아낙입니다.

딸이 다섯이라 사위도 다섯이고 그 밑에 손자 손녀가 12명이 됩니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꼭 꿈만 같은데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 흘렀는지 결혼한 지

40년이 지났습니다.

 

남편이나 저나 워낙 무뚝뚝해서 40년을 함께 살았어도 '사랑한다!' '예쁘다! '보고싶다!'

이런 말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딸들을 다 출가시키고 느낀 것이 요즘 애들 사는 모습은 우리 때랑은 어떻게나 다른지...

 

아침에 나갈 때도 지들끼리 부둥켜안고, 어른이 보거나 말거나 뽀뽀를 해대고 전화를 해도 

그냥 끊는 법이 없고 꼭 '사랑해~! '나두~!' 이래쌌고, 처음에는 보기가 민망해서 내가 괜히 

얼굴을 못 들겠더니만 자꾸 보니까 그것도 좋아보이고 이 나이 됐어도 괜히 부러운 마음도

생기고 그러더만요.

 

하기야, 참 늙어 주책이라고 할지 몰라도 사람이 몸이 늙어 그렇지 마음이야 똑같잖아요.

저도 남편이랑 손잡고 어디 가고 싶고, 남편한테 예쁘다, 사랑한다, 소리를 들으면 기분 좋지요.

할머니가 됐어도 여자는 여자 아닙니까?

 

그래서 40주년 결혼기념일도 다가오고 해서 남편한테 뭐 좀 특별하게 해주고 싶고,

사랑도 받고 싶어서 머리 좀 썼습니다.

남편 올 시간쯤 돼서 이불 장롱 속에 들어가서 숨어 있으면 집에 있어야 할 사람이 안보이니까

남편이 '여보, 임자 어디있노? 하면서 날 찾을 테고 그러면 한참 있다가 내가 '까꿍! 놀랐으요?'

하면서 귀엽게 나갈라구요.

 

그래서 그날 하루 종일 베란다에 서서 남편이 오나 안오나 지키고 있다가 마침 남편이 저 만치서

집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이기에 얼른 현관문을 열어놓고 장롱에 숨었지요,

숨 막힐까봐 문을 살짝 열어놓고요. 그랬더니 잠시 후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데요.

 

"봐라. 내 왔다."

그런데 아무 대답이 없으니까 드디어 저를 찾는지 안방을 한번 쓰윽 쳐다보고

다시 건넌방으로 가보고 그러더니 다시 안방으로 들어와서 옷을 갈아입더라구요.

그런데 이 양반이 옷을 갈아입고 나서도 그냥 텔레비젼 앞에 앉아 꿈쩍하지 않는 겁니다.

 

아이고, 세상에 예순이 넘도록 장롱 속에 들어가 본 적이 있어야지요.

날은 푹푹 찌는데 덥기는 하고, 숨은 막히고, 그렇다고 이제와서 그냥 아무소리 없이 나가면

영감이 '거기서 뭐 하는 것이여?' 할 것이고...

 

아이고 이것도 하던 사람이나 하는 짓이지 다 늙어 힘들어 죽겄고 참말로~

텔레비젼만 쳐다보고 있는 영감이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도 오기가 생겨서 그냥 슬그머니는 죽어도 못 나가겠데요.

'그래도 언젠가는 영감이 날 찾것지. 그러면 그때 '까꿍!'하고 나가야지' 하면서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계속 기다렸지요.

 

나이든 사랑도 뜨겁고 눈물겹다

 

나중에는 숨이 차오고 허리는 아파서 끊어질 것 같고, 땀은 뒤범벅이 돼서

체면이고 교양이고 견딜수가 없어서 이젠 그만 나갈라고 그러는데 

그때 우리집 양반이 일어나더니 장롱 문 앞에다 대고 이러는 겁니다.

"됐다 마. 힘든데 고마 나와라!!"

 

어데 세상에 이 영감이 그럼 첨부터 내가 거기 숨어 있다는 거 다 알면서도 그럴수가 있데요?

참말로 얼매나 허무하던지 혼자 이불 걷고 내려와서 생각하니까 속은 시원한데 너무 야속해서

거실에서 신문보고 있는 영감한테 따졌구만요.

"당신, 너무 한 거 아닌교? 남은 숨도 못 쉬고 그러고 있는데 사람이 우째 그랄 수가 있는교?"

 

우리 영감이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그러더만요.

"그러게, 더븐데 뭐할라꼬 장롱 속에는 들어 가노?"

어휴, 30분 넘게 장롱 속에서 '까꿍' 하려고 기다리고 있던게 창피해서

그 길로 바람 쐰다고 나와서 저녁밥 혼자 사먹고 집에 갔구만요.

 

그런데 몇일 있다 이건 또 웬일이래요?

낮에 볼일이 있어서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오니 현관문이 열려져 있고,

남편 신발은 보이는데 사람이 없더라구요.

그래 제가 남편을 불러보았죠.

 

"여보~~!  여보~~!"

여러번 불렀는데도 대답이 없고 그래서 속으로 '집에 없는가 보다' 싶어서

안방으로 들어가 옷 갈아 입으려고 하는데 세상에,

우리 영감이 문 뒤에 숨어 가지고는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겁니다.

 

아이고 숨소리는 왜 그렇게 큰지.

게다가 영감이 배가 많이 나와 가지고 몸무게가 95킬로그램이나 되거든요. 

애들 좋아하는 켄터키 치킨인가 하는 그 허연 옷 입은 영감있잖아요? 

그 영감하고 비슷하게 생겼는데 그 나온 배로 문 뒤에 숨는다고 그게 안보인데요?

 

그래도 자기 딴에 숨는다고 숨었는데 어쩐데요.

그래도 참 며칠전에 나한테 한게 미안해서 그런가 싶어 가지고 일부러 괜히~

화장실 열어보고 애들 방도 열어보고 한참 찾는 척을 했지요.

 

 

"여보~~!  여보~~!"

다시 안방으로 가서는 문을 여는데 예상대로 우리집 영감이 불쑥 나타나데요.

"놀랬지~~ 놀랬지?"

우리집 양반 좋아 죽더만요. 그래 제가 또 막 놀라는 척을 해줬지요.

 

"아이고, 놀래라. 영감, 여기 있었스요? 내가 얼매나 찾았는데?

거기 숨어 있었스요? 아이고 놀래라."

"니 내 많이 찾았나?  내 문 뒤에 요래 숨어 있었는데 그래 안보이드나?"

 

우리 영감이 좋아 가지고 입이 찢어지더라구요.

제가 속으로야 '아이고 영감, 당신 그 몸에 어디 숨어도 얼굴 반쪽밖에 못가리는고마.

그것도 숨은기라요?' 했어도 어떻게 그렇게 말한데요.

 

그날 우리 영감 자기 못 찾은 벌로 맛있는 냉면 해달라고 해서 기분 좋게 냉면 해다 줬습니다.

몇일 전에는 제가 일부러 우리 영감 똑바로 쳐다보고 이랬습니다.

"영감, 나 사랑합니꺼?"

"뭐...뭐...뭔 소리고? 니 뭐 잘못 먹었나?"

 

이러더니 우리 영감이 거의 경기하듯 놀라 가지고 얼굴이 뻘게져 휙 화장실로 가버리더군요.

이이고 남들이 들으면 주책이라고 할런지 몰라도 젊은애들만 사랑하는 맘 있고,

늙으면 사랑하는 맘도 없어집니까?

 

끝으로 우리 남편이 몇개월이면 다니던 대학에서 정년퇴임을 하는데 애들 가르친다고

늘 근엄하게 앉아 있어도 내가 그 속을 몇 번을 왔다갔다 했게요.

속정도 많고 장난도 좋아하고, 그래도 괜히 내색을 못해서 그렇죠.

학교 그만두고 나면 허전할 텐데...

 

"영감 정년퇴임하면 당신 할 일도 없고 우리 정답게 오순도순 둘이서 행복하게 삽시다.

그리고 나한테 한번도 사랑한다고 말해준 적 없는데 한번만 해줘요.

둘이 같이 사랑한다고 말해봅시다. 사랑합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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