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 책임진다니까
사회

내가 다 책임진다니까

by 림프사랑 2022.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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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살된 결혼 4년째 된 주부입니다.

세상에 많고 많은게 남자고 지구상의 반은 남자라고 하는데

그 많은 남자중 한 남자인 제짝을 만나지 못해 애태웠던 지난 시절의 얘기를

하려고 하니 다시 또 가슴이 뭉클해져옵니다.

 

그러니까 제가 꽃다운 나이 20대를 홀라당 넘기고 서른이 되자

정말 지나가는 멍멍이도 쳐다보질 않더군요.

그 당시 정말 너무 견디기 힘들었던게 뭔 줄 아십니까?

같이 일하던 회사 동생들 결혼식에 참석하는 일이었습니다.

 

"어머, 언니 미안해. 언니도 곧 좋은 사람 만나겠지. 꼭 밥 먹고 가!"

아니 그것들 하얀 웨딩드레스 입고 신부 대기실에서 이러는데

내가 밥 못 먹어 거기 갔답니까? 그런데 여기에 한술 더 떠 회사 부장님은

아주 불타는 가슴에 휘발유를 들이 붓습니다.

 

"아이고 미스 정, 정말 이거 이러면 안되는데. 미스 정 먼저 가야지.

아니 지들이 어떻게 먼저 간다고 저러는지 몰라. 에이 나쁘다. 걱정마 

짚신도 다 짝이 있다는데... 어디 있겄지. 쯧쯧쯧."

 

그러던 어느 날, 이제 하나 남은 회사 동생이 뛰어와서는 이러더군요.

"언니 소식 들었어?"

"와? 누구 또 결혼 한다 카더나? 별로 듣고 싶지 않으니까네. 고마 됐다!"

어떤 가스나 또 가는구나 싶어서 이렇게 말해버렸지요.

 

그랬더니 그 동생 왈.

"그기 아이고 서울 사무소에 왜 김대리라고 안있나? 지난번에 언니랑 전화로

대판 싸운 사람 있잖아. 그 김대리가 대구로 발령나서 내일부터 출근 한다 안카나?"

 

그러고 보니 제 옆자리에 며칠 전부터 빈 책상 하나가 들어와 있었던게 생각나더라구요.

그런데 하필이면 김대리가 올게 뭐람. 얼굴은 본 적이 없지만 업무관계로 서울 본사랑

통화하면서 어떤 남자가 하도 깐죽깐죽 건방을 떨기에 제가 대판 붙어서 전화기

집어 던지고 난리를 친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남자가 들어와도 하필이면 그런 남자가 들어오는지 정말 하늘이 원망스럽더라구요.

다음날 출근을 하니 아니나 다를까 웬 남자 하나가 제 옆에 앉아 있는데 인상도 뺀질뺀질한 것이

꼭 기생오라비처럼 생겨가지고 말도 '그랬어요?' '괜찮아요.' 아이고 역시나 영 맘에 들지가 

않더라구요.

 

그럼 그렇지 저는 마음의 삼팔선을 긋고 김대리랑은 최소한의 업무대화를 제외하고는

말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출근을 하려고 대문을 나서는데 어디서 빵!하고 클랙슨 소리가 들리데요.

뒤를 돌아보니 이게 웬일입니까?

 

"여기 사세요? 몰랐네요? 저도 이 근처 살아요. 저기 초록색 대문집 있죠? 거기 살아요.

이거 회사 밖에서 보니 반갑네요."

김대리가 자동차 창문을 내리더니 묻지도 않았는데 술술 얘기를 하는 겁니다.

 

저는 속으로 '흥!' 이 남자 이런 면도 있네?' 하고는 출근길에 김대리 차를 이용하면 편하겠구나

싶어서 김대리 옆자리 문을 열고 한쪽 발을 들이 밀었지요.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김대리가 버럭 화를 내며 이러는게 아닙니까?

 

"아니, 이거 왜 이러십니까? 이 차 타실려구요? 그러다 소문나면 미스 정이 책임지실 겁니까?

책임 못 지죠? 그러면 타지 마세요. 그럼 회사에서 뵙겠습니다."

이 남자 이러더니 부릉 소리를 내며 사라지는 게 아니겠어요?

 

 

아! 세상에 세상에 럴수 럴수 이럴 수가 있습니까?

여자의 자존심을 이렇게 망가뜨리다니 '이놈의 김대리. 어떻게 복수를 해야하나?'

이가 바득바득 갈리더라구요.

 

그런데 그날 아침부터 매일 아침 이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김대리가 아주 제 약을 올리기로

작정을 했는지 출근하려고 대문만 열고 나오면 빵! 하고 클랙슨을 울리고 휭 하고

사라지는 겁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냈을까. 나중에는 출근할 때 김대리 차 소리가 안들리면

불안하기까지 하더라구요.

 

그런데 이건 또 웬일이래요? 회사 야근이 있던 날이었지요.

김대리와 회사 동생 미스 리 그리고 저. 이렇게 3명이 남게 됐는데 아니 그렇게 소문나면

안된다더니 김대리 이 인간이 글쎄 회사 동생을 집까지 바래다주는 게 아닙니까?

그것도 괜찮다고 거절하는 동생을요.

 

뭐 여자가 밤늦게 혼자 다니면 위험하대나 뭐라나. 

회사 동생을 태우고서는 마지못해 저한테 그러데요.

"미스 정도 같이 타실래요? 같은 방향인데..."

아이고 더라버라. 치사해라. 그래도 저요 끝까지 탔습니다. 제가 미쳤습니까?

공짜 차를 거절하게요.

 

그런데 차안에서도 어찌나 눈꼴시럽던지 원.

"미스 리. 미스 리는 정말 조심해야겠어요? 이렇게 아름다운데 불안해서 어떻게 밤길을 혼자

다니십니까? 호신술이라도 꼭 배워보시죠. 정말 걱정됩니다. 하하하."

 

아니 걱정도 팔자지 아니 지가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남 예쁜 건 왜 그렇게 챙깁니까?

그리고 미스 리? 그 가스나가 정말 예쁘면 제가 말도 안해요.

나이가 저보다 어리다는 거 빼면 몸매로 보나 인물로 보나 제가 한 수 위였다 이거예요.

어쨌든 그 후 회사에는 김대리랑 미스 리랑 사귄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데요.

 

아니 그것도 그럴 것이 야근하면 꼭 바래다주고, 점심시간이면 가끔 단둘이 차도 마시고

그러니 소문이 나죠. 그런데  아니 정말 웬일입니까?

처음에는 분명 아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밤에 잠을 자려고 해도 김대리 그 뺀질뺀질한 얼굴이

떠오르면서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고 꿈을 꿔도 김대리가 나타나고 어쩌다 회사에서

김대리를 만나면 그냥 가슴이 벌렁거리는게 너무 이상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우짜노, 혹시 김대리를 사랑하는 거 아이가?'

왜 아니겠습니까?

그 후 김대리와 미스 리의 사이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단 회사 동생 마음을 알아보야겠기에 동생 마음을 슬쩍 떠봤지요.

 

"미스 리야, 니 김대리하고 사귄다카던데 진짜가?

내한테만 말해봐라. 내 혹시 도와줄 일이 있을지 아나?"

"언니, 사실은 내가 김대리님한테 좋아한다고 말했거든예. 그런데 김대리님은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카면서 그냥 회사 동생으로 지내자 그카는 거라예.

언니가 좀 도와주면 안되것습니꺼?"

 

"그래. 우야노? 내 한번 다리 좀 놔볼게. 기다리라마. 으흐흐흐."

그리고 간만에 회식이 있던 날 드디어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는 거 아닙니까?

회사 동료들과 1차로 밥 먹고, 2차로 맥주 한잔하고, 3차로 소주집에서 소주를 마시고,

동료들과 기분 좋게 헤어졌는데, 저는 그때 비틀거리며 주인도 타지 않은 김대리 차에 먼저

올라탔지요. 그리고 얼마나 기다렸나?

 

징크스의 연인

 

 

드디어 김대리가 차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제가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야야 김명철! 니가 뭐야? 임마, 너 차만 있으면 다냐? 누구는 타도되고, 누구는 타면 안되고

그런기 어딧노? 이 나쁜 놈아 그래, 내보고 책임질라카마 타라캤제? 그래 짜식아. 내가 책임진다. 됐나?

책임 진다캤으니까 니는 이제 내끼다. 알았나? 남의 속도 모르는 나쁜...놈..."

 

사실 뭐, 반은 술김이었지만 반은 진담이고 그리고 그 말하고 나서, 나중에 우리 신랑 말로는

자기가 싫다고 싫다고 발버둥을 치는데 제가 우격다짐으로 자기 입술을 뺏었다고 하는데

정말 기억에 없습니다. 기억이 안난다구요.

 

어쨌든 다음날 출근을 하려고 대문을 나서는데 김대리가 떡 하니 버티고 서서 절보고 그러데요.

"책임진다면서요? 그럼 타세요."

그래서 그날부터 우린 매일 같이 출근을 했고, 그리고 현재는 그때 그 김대리를 2년 넘게 책임지면서

 잘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책임질 사람이 늘었는데 이제 모레면 돌이 되는 딸이 하나 더 있지요.

 

"어쨌든 김대리! 자기 말이야. 그러는 게 아니야. 자기도 사실은 내가 마음에 있었지?

지난번에 술 먹고 그랬잖아!!" 

끝까지 아니라고 하는데 제가 마음에 없었다면 그렇게 한번에 넘어올리가 없잖아요.

안그렇습니까? 이상은 제가 책임진 저의 남편과의 인연 스토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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