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대생의 파리 배낭여행기
사회

어느 여대생의 파리 배낭여행기

by 림프사랑 2022.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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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4학년 여름에 단짝 친구와 배낭여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유럽에서 5주 동안 감행한 배낭여행 잊을 수가 없습니다.

배낭여행을 하는 학생 여행자들은 누구나 그러듯이 비싼돈 아껴쓰고 애쓰느라~

 

차타고 가야할 거리를 걸어가고, 3끼 먹을것을 2끼만으로 참기도 하고,

잠도 제일 싼 곳에서 새우잠도 아니고 거의 서서 자다시피 하고 

그러다 보니 정말 몰골이 말이 아니더라구요.

 

어쨌든 힘들게 파리까지 오게 됩니다.

세느강이 줄줄  흐르는 그 도시에 반바지에 티셔츠입고 다니기 민망해서

격식 차릴 일 있게되면 입으려고 아껴두었던 꽃무늬 원피스를 꺼내 입고,

8센티 정도 되는 굽높은 샌들을 신고서 파리 시내를 다녔거든요.

 

그리고 에펠탑도 가까이서 보고 개선문도 보고 루브르 박물관도 들어가 보고 다녔지요.

그런데 굽높은 신을 신어서 그런지 발이 어찌나 아픈지, 게다가 배까지 고프니까

여행이고 뭐고 '이 머나먼 타국까지 와서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나' 하고 별별 생각이 다 나더라구요

 

그때 정말 먹고 싶었던 것이 오로지 '순대국밥' 그게 어찌나 먹고 싶던지...

제가 오죽하면 나중에 파리 와서 한국 배낭객들 상대로 순대국밥집 하면 잘 되겠다

하는 생각까지 했겠습니까?

 

어쨋튼 허기져서 길거리에 서 있는데 에펠탑 건너편 저쪽에

유명한 햄버거 가게가 딱 보이더라구요.

"옴마야. 세상에... 심봤다!"

 

순간 친구랑 저는 눈이 확 뒤집어졌지요.

눈이 마주치는 순간 무작정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느꼈던 고통 가운데 이 배고픔 고통이 엄청난 것이구나~

안 당해보신 분들은 모르실 거예요.

 

하여간 일단은 먹어야 산다는 일념으로 그 넓은 파리 도로를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그런데 뛰다보니 제 친구가 저를 따라잡고 있지 않겠습니까?

실은 제가 무지 욕심이 많거든요 

제 원초적 본능이 바로 전속력을 다해 힘을 쏟기 시작한 것이지요.

 

순간 왼발 오른발 스탭이 꼬인다 싶더니만 어처구니 없게도

제 발에 제가 걸리고 말았는데 아! 속도를 못이긴 몸이

순간 붕 위로 떠오르는가 싶더니 곧이어 돌로 된 차디찬 블록 위로

떨어졌지 뭡니까

 

'철푸덕!! 쾅!!' 그 아픔, 그 쓰라림,

그보다 더 저를 미치게 했던 건 뭔줄 아십니까?

프랑스 남자들이 좀 잘 생겼습니까?

 

개선문

 

그 멋있는 남자들이 '저게 웬일인가?'

하는 눈초리로 저를 보는 모습...

정말 미치겠더라구요.

 

그때 제가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있었던터라

급히 달려온 친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가스나야, 퍼뜩 인나라. 궁디 다 보인다. 퍼뜩!!"

 

저는 아픔도 잊은 채 거의 용수철 튕겨 오르듯

그렇게 튀어 올랐고 친구의 부축을 받으며

신속히 그 자리를 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으, 이 파리까지 와서 무슨 망신이란 말인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창피함이 몰려왔지만 빨리 자리를 뜨는 일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온 몸이 쑤시고 결려왔지만

전혀 아프지 않은 것처럼 걸어서

문제의 햄버거 가게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우리에게 관심을 주더군요.

사람들 시선을 느끼며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 왜 자꾸 우리를 쳐다보는 거야?"

 

그러자 제 친구가 그러더군요

"가스나야. 우리가 이뻐가 안그러냐?

원래 프랑스 남자들이 동양여자를 억시로 좋아한다 카더라

미소 짓고 자연스럽게 행동해라. 알았나?"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미소 지으며 그 멋진 프랑스 남자들한테 미소까지 띄우며

햄버거 시켜서 자리로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우리 옆 테이블에 있던 프랑스 남자가 자꾸만 우리를 힐끔힐끔 쳐다보더니

결국 말을 걸어오더라구요

 

"나나무스꾸리 봉쥬르 마드모아젤 멜랑꼴리?"

뭔 말이냐구요? 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도 뭐라고 대꾸해야할 것 같아서

아는 불어 다 해보려 했지만, 이상한 말만 튀어나오고~

 

"오우! 매리치볶음. 한국사람 마꾸욤..., 봉수와?"

그런데 이 남자가 계속 뭐라고 하면서 제 다리 쪽을 가리키고 그때서야 제 무릎을 쳐다보니

넘어졌을때 무릎이 까져 있고 피가 아주 줄줄 흘러내리고 있는 겁니다.

 

루브르 박물관

 

세상에 그럼 그렇지! 프랑스 남자들이 동양여자라면 끔뻑 죽기는 뭘 죽습니까?

웬 누리끼리한 여자 애들 둘이서 하나는 반바지에 티셔츠 입고 때국물 줄줄 흘리며 서 있지

또 하나는 어울리지도 않는 꽃무늬 원피스 입고 무릎에서는 피가 줄줄 흐르고,

아주 가관 이었던 거지요.

 

"오우 메르치 보꿈. 마니마니"

저는 서둘러 이러면서 휴지로 닦아 봤지만, 잘 닦여 지지도 않고 일단은 배고파서

헴버거부터 먹어야 되겠더라구요. 그때부터는 말 한마디 안하고 죽어라 햄버거만

먹었습니다. 이 배고픈 데는 창피고 뭐고 없더라구요.

 

어쨌튼 그러고 있는데 아까 그 프랑스 남자가 이번에는 영어로 말을 걸더라구요

"Where are you from?" 너 어디서 왔냐, 묻고 있는데 순간 어떻게 나라 망신을

시킬 수가 없어서 과감하게 말했지요.

 

"Oh, I am from Japan."

일본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일본한테 받은 피해를 생각하면 뭐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서~그러자 그 프랑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더라구요.

 

그 후 우리는 한국말 한마디도 안쓰고 일본말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노, 벤또상. 아노 다마내기가 다깡 이빠이데스까?"

"아, 소우데스까? 쓰메끼리노 빠케스가 와리바시 이빠이데스네요."

 

대체 뭔 소리인지...일본어 대화도 어설퍼서 

만약 일본인이 들었으면  "무슨 말을 하는지...뭐라고 하는거야?"

그랬을 겁니다. 

 

하여간 우리가 국제적 망신을 안시키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어쨌든 배낭여행을 통해 배운것이 가장 생각나는것이 배고픔이었습니다.

외국여행만 생각했지... 그만큼의 외국어도 필수로 공부해야 겠구나.

이제는 남은시간 열심히... 모자라는 부분 체크하고 공부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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