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졸업식
사회

소의 졸업식

by 림프사랑 2022.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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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의 어린이를 위한 단편소설 ‘송아지’를 원작으로 한 이미지 인형극으로 6·25 동란을 배경으로 전쟁의 아픔 속에서 시골 소년 돌이와 송아지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동해안 어느 한 벽지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학생이 아홉명인 소학교라 교장선생은 세마리의 송아지를 입학시켰다.

아이들이 외로워하고 학교가 너무 허전해서였다.

세 어린이가 한 마리씩 '신입생'을 담당하였다.

 

잘 먹는다 하여 '먹새', 힘이 세다하여 '억새', 잘운다하여 '울새' 로 이름 지어주고

외양간의 청소며 먹이며 간병을 맡게 했다.

방과 후면 들판이나 갯가로 끌고 나가 풀을 뜯기고 소가 누워있으면 소등을 베고 누워

구름을 보며 시도 짓곤 했다. 물론 [양우일기]도 썼다.

 

'소를 예뻐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이 보고 있지도 않고, 또 친구들이 보고 있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소가 보고 있지도 않은데도

소를 위해 무엇인가 일한다는 것이 정말 소를 예뻐한다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소와 같이 하는 싱그러운 인간교육이 아닐 수 없다.

 

소의 졸업식날이 다가왔다.

졸업식장에는 화환을 두른 세 마리 소졸업생이 서 있었다.

학생들은 각기 소 이름을 쓴 졸업장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성을 내도 성을 내지 않는 너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느니

"눈을 보고 너의 맑은 마음을 배웠다" 느니

"사람보다 동물의 마음이 더 착했다" 느니

"딴곳에 가서 살더라도 감기 조심하라"느니...

 

소를 껴안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이렇게 졸업장을 읽고 모두들 엉켜서 울었다.

학생수가 6명으로 줄어든 학교에서 그해에는 여섯마리의 염소학생을 입학시켰다 한다.

 

옛날 학문에도 이같은 소의 졸업식이 있었다 한다.

그런데 이 졸업식은 졸업장 대신 짐승 한 마리씩 주는 것이었다.

후에 정승까지 오른 [정탁]이 문하를 떠나갈 때 [남평] 선생은

"뒤뜰에 소 한 마리 매어놓았으니 몰고가도록 하라" 고 했다.

 

물론, 그 소가 실제 소가 아니라 [마음의 소]인 것이다.

"자네는 기가 세고 조급하여 자칫 넘어져 다칠 것이 염려되니 소를 몰고가라는 것이네"

소처럼 우직하게 세상사는 것으로 그의 결함을 교정시키고자 교훈적인 소인 것이다.

큰일을 당했을 때마다 이 [마음의 소]를 상기하며 처신했기에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고

만년의 [정탁]은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이렇게 게으르면 닭을 주고, 야심이 많으면 염소를 주고, 약삭빠르면 돼지를 주고,

주의력이 산만하면 거위를 주고, 느리면 말을 주는 짐승의 졸업식이었던 것이다.

받고나면 시들어 버리는 꽃이나 주고, 값비싼 선물이나, 불고기나 사먹이는 졸업식에 비해

평생을 교훈으로 삼은 [마음의 소] 덕분에 정승까지 지냈다하니...

교훈적 졸업식이 아닐 수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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