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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1933.12.29~2022.2.26:88세) 대한민국의 문학평론가, 언론인, 저술가, 대학 교수를 지낸 국어국문학자이며, 노태우 정부에서 문화부 장관을 역임하였다.
'이 시대 최고의 지성’, ‘5000년 역사상 가장 돋보이는 창조적 인물’
2월 26일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고인의 유족은 “오늘 낮 12시 20분쯤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큰 통증 없이 돌아가셨다”며 “유언은 따로 남기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고인은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대표 석학이자 우리 시대 최고 지성으로 불렸다. 노태우 정부 때 신설된 문화부 초대 장관이었으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문학평론)으로 활동했다.
2019년 86세 마지막 인터뷰
- 어릴적 시절
“내가 돌상에서 돌잡이로 책을 잡은 걸, 어머니는 두고두고 기뻐하셨다”라며 “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라서 나는 책을 읽고 상상력을 키우는 인간이 됐다”고 회상한 적이 있다.
그는 서울대 국문학과 재학 중이던 1956년 비평가로 등단한 뒤 문학을 바탕으로 인문학 전반을 아우른 지성의 필력을 휘두르면서 60여 권의 저서를 냈고, “짧게 말하겠다”면서도 홀로 서너 시간은 족히 쏟아내는 달변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지난 2009년 저술 활동 50주년을 기념한 자리에서 그는 “내가 ‘닭은 빛을 토할 뿐 울지 않는다’는
문장을 쓴 적이 있지만,
나는 계유생(癸酉生)이라 늘 울고 다니기만 했다”라며 왕성한 말과 글의 인생을 우스개로 풀이했다.
- 어떤 천재는 단명하고 어떤 천재는 장수하는 걸까요?
"오래 살면 생각이 계속 달라져요. 내가 존경하는 이들은 다 일찍 죽었지.
[이상]도, [랭보]도, [예수]도. 단명한 이들의 공통점은 번뜩인다는 것. 둔한 게 없어요.
면도날로 소를 잡았지. 소를 잡으려면 도끼를 써야 하는데, 이상은 날카로운 면도날로 단번에 그었어요.
반면 [괴테]는 80살까지 살았어요. 도끼날 같았지. 도끼로 우주를 찍어 내린 사람이었어요.
형태학, 광산학까지 했잖아.
천재는 악마적 요소가 있어요. ‘파우스트'를 봐요. 파우스트는 신학을 했던 성스러운 사람이었어요.
사색적인 그가 한계에 부딪혀 자살하려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지만, 결국 신은 그를 구원해요.
나는 서른이 지나고 모델이 없었는데, 그때 잡은 게 괴테였어. 괴테는 바이마르의 재상을 지냈죠.
그런데 나도 문화부 장관을 했잖아. 바이마르 인구보다 한국 인구가 더 많으니, 나는 괴테한테 쫄지 않아요(웃음)."
"괴테도 유니버설맨이었어요(웃음). 동과 서를 알았고 성과 속을 알았고,
인공지능인 호몬클루스까지 써서 미래의 정황을 보여줬지요.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그랬죠. 코끼리의 전체를 보려면 그들처럼 제너럴리스트가 돼야 해요.
코만 만지고 코끼리를 봤다고 하면 엉터리야.
그렇게 인간과 학문의 전체를 보려고 했던 르네상스맨이 다빈치와 괴테였어요.
그런데 제너럴리스트들은 종종 욕을 먹어. ‘전공이 뭐냐’는 거죠. 허허."
- 젊은이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는지요?
"딱 한 가지야. 덮어놓고 살지 마세요. 그리스 사람들은 진실의 반대가 허위가 아니라 망각이라고 했어요.
요즘 거짓말하는 사람들은 과거를 잊어서 그래요. 자기가 한 일을 망각의 포장으로 덮으니 어리석어요.
부디 덮어놓고 살지 마세요."
- 지금의 한국 사회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미래를 낙관할 수 있습니까?
"지금은 밀물의 시대에서 썰물의 시대로 가고 있어요. 이 시대가 좋든 싫든, 한국인은 지금 대단히 자유롭고 풍요하게 살고 있지요. 만조라고 할까요. 그런데 역사는 썰물과 밀물을 반복해요. 세계는 지금 전부 썰물 때지만, 썰물이라고 절망해서도 안 됩니다. 갯벌이 생기니까요."
- 뒤늦게 깨달은 생의 진실은 무엇인가요?
"모든 게 선물이었다는 거죠. 마이 라이프는 기프트였어요. 내 집도 내 자녀도 내 책도, 내 지성도...
분명히 내 것인 줄 알았는데 다 기프트였어.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처음 받았던 가방, 알코올 냄새가 나던 말랑말랑한 지우개처럼.
내가 울면 다가와서 등을 두드려주던 어른들처럼. 내가 벌어서 내 돈으로 산 것이 아니었어요.
우주에서 선물로 받은 이 생명처럼, 내가 내 힘으로 이뤘다고 생각한 게 다 선물이더라고."
- 죽음의 상태에 관한 공부도 하셨습니까?
인간에게도 퇴화한 날개가 있어(웃음)."
-무슨 말이지요?
"새는 날짐승이잖아. 그런데 무거운 새는 못 날아요. 그때는 날개가 덮개가 되죠(웃음).
인간도 몸이 불으면 못 날아. 늙고 병들면 머리가 빠지고 이빨이 빠지고 어깨에 힘이 빠져요.
비극이지. 그런데 마이너스 셈법으로 몸이 가벼워지면 날아요. 고통을 통과해서 맑고 가벼워진 영혼은 위로 떠요. [덩컨 맥두걸이]라는 학자가 실험했어요. 죽은 후 위로 떠오르는 영혼의 무게를 쟀더니 21g이었죠.
그러니 죽어갈수록 더 보태지 말고 불순물은 빼야 해요. 21g의 무게로 훨훨 날아야지요."
2019년 86세 마지막 인터뷰에서 이어령님이 쏟아낸 말씀은 너무나 가슴에 와 닿습니다.
이시대의 최고의 지성, 돋보이는 창의적 말씀은 선생님의 말씀이자, 평생의 지성이셨습니다.
걸어다니는 지성으로 유명하셨던 이어령선생님이 2022년 2월 26일 별세하시므로
이제는 모든 말씀을 우리의 지성으로 영원히 간직되길 빌어 마저 않습니다.
편안한 영면이 되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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