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텀의 현명한 사람들
영국에 고텀이라는 마을이 있었는데, 그 마을에 살던 기묘한 사람들에 관해 많은 지혜로운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고텀에 존 왕이 그쪽 길로 오고 있으며 마을을 지나가게 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이 소식이 고텀 사람들에게는 전혀 달갑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존 왕을 미워했다고 합니다. 왕이 잔인하고 악한 사람이라는 것을 소문을 들어 알고 있고,
만약 왕이 그 마을에 오게 되면, 그들은 왕과 그 신하들이 먹을 음식과 숙소를 마련해야 할 것이고,
그리고 무엇이든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왕은 틀림없이 마음대로 가져 갈 것을 알기 때문에
그들은 왕이 오는 것을 어떻게 막아내야 할지 의논하기 위해 함께 모이게 됩니다.
"숲에 있는 커다란 나무들을 베어 넘어뜨려서, 마을로 통하는 길이란 길은 모조리
막아 버리도록 합시다." 하고 현명한 사람들 중 하나가 말합니다.
"좋은 생각이오!" 하고 모두들 말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도끼를 가지고 모두 밖으로 나갑니다.
이윽고 마을로 이르는 모든 길과 샛길까지도 모두 통나무와 잡목들로 뒤덮이게 됩니다.
그들은 새로 길을 하나 만들던가, 아니면 마을로 들어 오려던 계획을 완전히 단념하고
어디 다른 마을로 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체 누가 나무를 베어 넘어뜨려 내 길을 막았느냐?" 왕은 지나가던 젊은이들에게 묻습니다.
"고텀 사람들입니다." 하고 대답합니다.
"그렇다면, 고텀 놈들에게 가서, 내가 집정관을 그 마을로 보내 그 놈들의 코를 모조리 베어 버리게
하겠다고 이르거라." 길이 꽉 막혀 버린 것을 보자 그는 대단히 화를 내고 있습니다.
두 젊은이는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마을로 달려가서 왕의 말을 알립니다.
모든 사람들이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사람들은 집집마다 뛰어 다니면서 이 소식을 전하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서로 의논합니다.
"우리의 지혜로 왕이 마을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으니, 이제 우리의 지혜로 코를 잘리지 않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하고 한 사람이 말합니다.
"옳은 말이야, 옳은 말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말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지?"
"내 의견을 말해보지... 현명하기 때문에 벌을 받는 사람은 많지만, 바보이기 때문에 해를 입었다는
사람의 이야기는 들어 보지 못했어, 그러니 왕의 집정관이 오면 모두들 바보 흉내를 내세."
그들 중에서 가장 지혜롭다고 알려져 있던 <도빈>이라는 이름의 사나이가 말합니다.
"좋은 생각이오, 좋은 생각이야!"
"모두 바보 흉내를 내는 거야."하고 다른 사람들이 소리칩니다.
왕의 부하들로서는 길을 뚫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부하들이 길을 트고 있는 동안 왕은 기다리는 데 지쳐서 런던으로 돌아갑니다.
어느 날 아침 일찌기 집정관은 한 무리의 사나운 병사들을 이끌고 숲을 통과해 들판을 지나서
'고텀'을 향해 말을 달립니다.
마을에 도착하기 직전에 그들은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노인들이 언덕 위로 큰 바위들을 굴려 올리고 있는데 젊은이들은 모두 방관만 하면서 큰소리로 불평을
하고 있습니다.
집정관은 말들을 멈추고,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묻습니다.
"우리는 태양을 떠오르게 하려고 언덕 위로 돌을 굴리고 있는 것입니다." 하고 노인 하나가 말합니다.
"이 바보들 같으니라구!"
"아무런 도움이 없이도 태양은 혼자 떠오른다는 것도 모르느냐?"
"아 그렇습니까? 정말이지 그런 건 몰랐는뎁쇼. 나리께선 정말 현명하시군요.!"
"그런데 너희는 또 무엇을 하고 있는 거냐?" 하고 집정관이 젊은이들에게 묻습니다.
"예 저희는 아버지들이 그 일을 하고 계시는 동안 중얼거리며 불평하고 있는 것입니다."
"알았네. 노인들은 힘써서 바보같이 일하고 있고, 젊은이들은 불평만 하고 있군 하고
집정관 무리들은 마을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는 곧 많은 사람들이 돌담을 쌓고 있는 한 들판에 이르게 됩니다.
"너희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하고 집정관이 묻습니다.
"예, 나으리 이 들판에 뻐꾸기 한 마리가 살고 있는데요. 그 새가 날아가 길을 잃지 않도록
주위에 담을 쌓고 있는것 입니다."
"이런 바보들 같으니라고!"
"너희가 아무리 담을 높게 쌓느다 해도 새는 담의 꼭대기를 넘어 날아간다는 것도 모르느냐?"
"아니오, 몰랐는데요. 우린 그런 것은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나리께선 대단히 현명하시군요!"
"세상에! 이 마을은 이런 식으로 돌아가고 있다니..."그리고서 그는 마을을 향해 말을 달립니다.
그런 다음 집정관은 등에 문을 지고 다니는 사람을 만납니다.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
"저는 방금 긴 여행을 떠나는 길입니다.!"
"그런데 문은 왜 가지고 가는 것이냐?"
"집에다가 돈을 두고 왔습니다."
"그렇다면 그 문도 집에 두고 오지 그랬느냐?"
"도둑이 걱정이 돼서요. 그러니 제가 문을 이렇게 갖고 있으면, 도둑놈이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할 것 아니겠습니까?"
"이 바보 녀석아!"
"문을 집에다 두고, 돈을 가지고 가는 편이 더 안전하잖아."
"아, 그랬을까요?"
"아 참, 그런 건 전혀 생각도 못했는데요. 나으리는 제가 본 중에서 가장 현명하신 분입니다."
그런 다음 집정관은 부하들과 함께 말을 달렸으나, 만나는 사람마다 무언가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고텀 사람들은 모두가 바보인 게 틀림없어."
"맞는 말이야"하고 또 다른 사람이 말합니다.
"이렇게 단순하고 바보같은 사람들을 처벌 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야."
"런던으로 돌아가 왕께 이 일을 모두 말씀드리도록 하자." 하고 집정관이 말합니다.
"그래요. 그렇게 합시다." 다른 기수들도 동의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돌아가 왕에게 고텀은 바보들이 사는 마을이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왕은 웃으며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들을 해치지 않고 코도 그대로 놔두겠다고 말합니다.
◈ Gotham은 뉴욕 시의 별명입니다. 그러나 원래 고텀( Gotham)은 '고텀의 현인들' 이라는 이야기로
유명한 영국의 마을 이름입니다.
영국 존 왕이 '고텀'을 지나는 큰 도로를 건설하려고 했지만, 도로 건설에 동원되는 걸 원치 않은 마을
주민들이 모두 바보 행세를 함으로써 결국 도로는 이 마을을 우회해서 건설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 미국 작가 <워싱턴 어빙>은 1807년 뉴욕시민을 풍자적으로 고텀 주민들에 비유해 뉴욕을 '고텀 & 고담'이라
부른데서 유래된 별명입니다.
1939년 만화작가 <밥 케인>이 <배트맨>을 그리면서 뉴욕시를 <고담시티>로 부르면서 고담이라는 별명이
널리 알려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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