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왕과 대수도원장
1. 세 가지 문제
영국에 <존>이라는 왕이 있었습니다.
그는 가혹하고 잔인했으며, 제멋대로 할 수 있는 한, 다른 사람은 어떻게 되건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영국의 역대 왕 중에 가장 나쁜 왕이자, 스스로는 비운의 왕이었습니다.
켄터베리라는 마을에는 대수도원이라고 불리는 저택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늙고
부유한 대수도원장이 살았습니다. 매일 백여명의 귀족들이 그와 함께 식사를 했으며,
오십 명여명의 용감한 기사들이 금줄이 달린 멋진 벨벳 코트를 입고 그의 식탁에서 시중을
들었습니다.
대수도원장의 생활상에 대해 들었을 때 존 왕은 대수도원장의 호화로운 생활에 종지부를
찍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존 왕은 늙은 대수도원장을 부르러 사람을 보냅니다.
"듣자하니 당신은 나보다 훨씬 더 좋은 저택을 가지고 있다는데 어떻게 감히 그럴수가 있소?"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 누구도 왕보다 더 화려하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당신은
모르오? 분명히 말해 두지만 아무에게도 그와 같은 것을 허락하지 않겠소." 하고 왕은 말합니다.
"오 왕이시여 !"
"말씀드리옵건대 저는 제 재산 외에는 아무것도 쓰지 않습니다. 저의 친구들과 제 휘하에 있는
용감한 기사들을 즐겁게 해주고자 하는 것을 나쁘게 생각치 말아 주시기를 바라옵니다."
수도원장이 이렇게 말합니다.
"어찌 내가 당신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소? 이 넓은 나라 안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권리는
나에게 있는데 당신은 어떻게 감히 나보다 호화로운 생활을 해서 나를 수치스럽게 하는 것이요?"
"사람들은 당신이 내 대신 왕이 되려 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오." 하고 왕이 말합니다.
"아 그런 말씀은 마십시요!"
"저는 ---"
"닥치시오! "
"당신 잘못은 명백하오.
그러니 만약 당신이 나의 세 가지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면 당신 목을 자르고, 당신 전재산을
내 것으로 만들겠소."
"아 왕이시여, 질문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첫째 당신은 하루안으로, 내가 정확히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를 내게 말해야 하오."
"둘째 내가 말을 타고 세계를 얼마나 빨리 돌 수 있는지를 말하시오."
"셋째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말해야 하오."
"두 주일의 여유를 주겠소."
"그러나 만약 당신이 그때 가서도 대답하지 못한다면 당신 목을 자르고, 당신 땅은 모두 내 것으로 하겠소."
"아 왕이시여!"
"그 문제들은 대단히 어려워서 지금 당장은 답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저에게 생각할 여유를 두 주일 주신다면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대수도원장은 매우 슬프고 대단히 두려워하며 돌아갔습니다.
그는 우선 옥스포드로 말을 몰았습니다. 이곳에는 대학교라 불리는 큰 학교가 있었기 때문에 그는 현명한
교수들 중에 누가 자기를 도와 줄 수 있는가를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존 왕에 대해서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책에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다른 대학이 있는 캠브리지로 내려갔지만, 마찬가지로 그를 도와줄 수는 없었습니다.
마침내 그는 슬픔과 비탄에 잠겨 그의 친구들과 용감한 기사들에게 작별을 고하려고 집으로 말을 몰았습니다.
이제 그가 살 수 있는 날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2. 세 가지 대답
자기의 저택에 이르는 좁은 길을 가다가 대수도원장은 들판으로 나가던 그의 집 양치기를 만납니다.
"어서 오십시요, 주인님!"
"존 왕으로부터 어떤 소식을 갖고 오셨습니까?"
"슬픈소식이야, 슬픈 소식," 하고 말한 뒤 양치기에게 그간 있었던 일들을 모두 얘기 해 줍니다.
"주인님의 걱정을 제가 덜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가 나를 도와 줄 수 있다고?"
"어떻게? 어떻게 말이냐?"
"주인님도 아시다시피 사람들은 저와 주인님이 꼭 닮았다고들 말하고, 가끔은 저를 주인님으로
잘못 보기도 합니다. 그러니 저에게 주인님의 하인들과 말과 외투를 빌려 주십시요.
다른 일은 할 수 없다치더라도 적어도 저는 주인님 대신 죽을 수는 있습니다."
"선량한 양치기여..."
"자네는 정말이지 매우 친절하군. 그러면 자네의 계획대로 해보게. 그러나 만약에 최악의 사태가
온다면 자네를 내 대신 죽게 하지는 않겠네. 내가 죽겠네."
그래서 양치기는 즉시 갈 준비를 차리고 있습니다. 그는 매우 신경을 써서 정장을 합니다.
양치기 코트 위에다가 그는 대수도원장의 긴 예복을 입고 모자와 금지팡이도 빌렸습니다.
모두 갖추고 나니, 정말 대수도원장이 아니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 다음 그는 대수도원장의 말에 올라, 많은 하인들을 거느리고 런던을 향해 떠납니다.
"어서 오시오, 대수도원장 !"
"돌아온 것은 잘한 일이오. 그러나 즉시 돌아오기는 했지만 내가 낸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면
당신 목은 달아날 것이요." 물론 왕도 그의 정체를 알 수 없었습니다.
" 왕이시여! 세가지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정말이시오 !" 하고 말하며 왕은 혼자 웃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첫째 질문에 대답해 보오 내가 얼마나 살 수 있겠소?"
자 당신은 정확히 날짜를 말해야 하오."
"왕께서는 돌아가시는 날까지 사실 겁니다. 그 이상은 하루도 더 못 사십니다.
그리고 왕께서는 마지막 숨을 거두시는 바로 그 순간에 돌아가시는 겁니다."
왕은 웃었습니다.
"당신은 과연 재치가 있구료."
"하지만 그것은 통과한 것으로 치고 당신 대답이 옳다고 해 두겠소, 그러면 이제
내가 말을 타고 얼마나 빨리 세상을 한 바퀴 돌 수 있는가를 말해 보시오."
"왕께서는 해가 뜰 때 일어나셔야 됩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해가 다시 뜰 때까지 말을 타고 계셔야 합니다. 그렇게 하시면
왕께서는 스물 네 시간만에 말을 타고 세상을 한 바퀴 도신 셈이 되는 것입니다."
왕은 다시 한 번 웃습니다.
"정말, 그렇게 빨리 문제의 답을 풀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치 못했소."
"당신은 재치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명하기도 하구료.
그러면 내 마지막 질문에 대한 대답은 무엇이요. 내가 무엇을 생각하오?"
"왕께서는 지금 저를 캔터베리의 대수도원장이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러나 진실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그분의 보잘것 없는 양치기에 불과합니다. "
이렇게 말하고 양치기는 입고 있던 긴 예복을 벗어던졌습니다.
"재미있는 친구로다."
"내가 너를 네 주인 대신 캔터베리의 대수도원장을 시켜 주마."
"오, 왕이시여!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저는 읽고 쓸 줄을 모르거든요."
"그렇다면, 좋다."
"나는 너의 그 재미있는 농담에 대한 보답으로 다른 어떤 것을 주겠다, 네가 살아 있는 동안
매주 은화 네 닢씩을 주겠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거든 그 늙은 대수도원장에게 존 왕으로 부터
무조건 사면을 받아 왔노라고 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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