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시간 뱀소동
사회

생물시간 뱀소동

by 림프사랑 2022.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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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초등학교 입학시절 교장, 교감선생님이 같은 동네 분들이라, 저를 익히 잘 알고 있어서 

입학 당시부터 '입학거부'사태까지 빚어졌던 악동으로 소문나 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선생님들께선 '수업분위기 흐려짐'과  '선의의 피해자 속출'을 이유로 제 입학을 반대하셨고,

저희 부모님께선 무슨 일이 있어도 아들놈을 잡겠다고 '각서'를 쓰시고 고개를 숙이셨다고 합니다.

 

"천하에 입학 거부당한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 혀!"

어머니께선 이 일을 두고두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구요.

저도 눈치가 있는지라 조용히 입학은 했지만, 지 버릇 개 주겠습니까? 

 

동네에서 놀 때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는데 학교에 가니, 공부에는 관심도 없고,

일단 친구가 많으니 대상도 많고, 너무 좋더라구요.

 

학교 오는 길에 개구리, 지렁이, 애벌레 잡아서 여자 애들 책상이나 가방에 넣어주면,

"끼약! 끼약! " 난리가 납니다.

 

하루에 한번씩 교무실에 불려가서 선생님 사랑(?) 듬뿍 받아서 저녁에는 어정쩡한 포즈로 집에가고,

그렇게 우여곡절 많은 시절을 보냈지요.

 

세월이 흘러 저도 중학교에 입학을 했는데 역시 사람은 큰 물에 놀아야 한다고, 산골 초등학교와

읍내 중학교는 차원이 다르더군요.

 

저와 비슷한 놈들이 넷이나 더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교무실과 학생부실 동기가 되어 매일 같이 친목을 다졌고,

하루라도 안보면 무슨 일인가 싶어 서로 안부를 물을 정도가 되었죠.

 

그런데 중3 무렵이 되니 그동안 살아 온 제 인생에 후회가 되면서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고 싶다는

강렬한 학구열이 솟구치더군요. 그런데 공부도 기본이 있어야 한다는 말.

뼈져리게 실감을 하겠더라구요. 

 

그러던 차에 어느 날 생물선생님께서 이런 숙제를 주시더라구요.

숙제로 개구리나, 물고기, 두꺼비등을 잡아오면 표본을 만들고 점수도 '수'를 주시겠다구요.

저는 그때 결심했습니다.

 

 '그래 이번에 내 평생 최초로 '수'를 받아 볼 마지막 기회가 왔다.

반드시 남들 안하는 특이한 표본을 채취하여 '수'를 받아보자.

그날 밤 밤새 고민을 하다 결론을 내렸지요.

 

'그래, 남들은 안하는 거, 특이한 거, 그래. 뱀을 잡자. 그것도 독사로 말이다.'

만약 독사를 잡아 표본으로 만든다면 분명 '수'는 나의 차지가 될것이고 선생님께서 기특하게

여기실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다 벌렁벌렁 거리더라구요.

 

다음 날 저는 오로지 '수'를 받기 위해 유리병 하나, 갈고리 하나 들고 뒷산으로 올랐지요.

하지만 뱀들이 그렇게 만만한 놈들이겠습니까?

하루 종일 뒷산을 헤매 다녔지만 독사는 커녕 도마뱀 한 마리도 발견할 수가 없더라구요.

 

허탈하더라구요!!

아니 일생에 '수' 한번 맞아서 부모님께 효도 좀 해보겠다는데 뱀들이 이렇게

안도와줘도 되는 겁니까?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와 모기 한 마리, 파리 한 마리 잡았지요.

그 걸로라도 표본 재료 하려구요.

그런데 그날 밤. 역시 운명의 신은 제게 미소를 보내더군요.

 

아버지께서 저녁 늦게 귀가를 하셨는데 저녁밥을 먹으며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저기 윗집 대추나무집 할아버지 말이여? 산에서 오늘 뱀을 잡았다네? 그것도 독사랴!"

 

저는 그 소리 듣자마자 밥숟가락 바로 내려놓고 어머니가 아버지 드리려고 숨겨놓은 막걸리

한 주전자 들고 윗집으로 날아갔습니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오늘 뱀 잡으셨쥬?

그 뱀 저 주셔유. 이 막걸리랑 바꿔유. 야?"

 

그러자 할아버지께서는 입맛을 쩍쩍 다시며 눈은 막걸리로 이미 가 있는데 이러시데요.

"안되야. 니 또 무슨 장난치려고 그러재?

괜히 이거 줬다가 니 아부지한테 나만 경치는 거 아녀?"

 

그러나 제가 누굽니까?

부엌으로 들어가 대접 들고 와서 할아버지 앞에 막걸리 한 사발 따라주며 그랬지요.

 

"할아버지. 걱정 말아유, 이거 해교 숙제니께. 절대 걱정 말고 저 주셔유. 예?"

"이러믄 안되는디. 아이구, 이러면 안되는디."

 

할아버지는 결국 막걸리 두 사발 연거푸 드시고 바로 독사를 내어주시더군요.

저는 아직도 그날 밤을 잊지 못합니다. 그 뱀을 들고 돌아오던 그날 밤에~~

너무나도 아름답게 별이 반짝이고 있었거든요.

 

와! 나도 이제 '수'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결국 그날은 잠까지 설치고

다음날 아침 일찍 등교를 했습니다.

저는요, 등교 길이 이렇게 상쾌하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니까요.

 

친구들은 절보고 눈이 똥그래지더군요.

"야, 너 오늘 웬일이냐? 너 어디 아프냐?"

전 정말 너무 기뻤습니다. 왜냐하면 '수'가 바로 눈앞에 보였으니까요.

 

학교에 도착해서도 빨리 생물시간만 와라~.

수업시간을 기다려 본 것도 그때가 생애 처음입니다.

선생님 얼굴이 너무너무 보고 싶더라구요.

 

저는 잡아온 뱀을 유리병에 담아 복도 창문에 매달아 놓고 열심히 신경을 곤두세우며

수업에 열중했습니다. 그러던 중, 드디어 생물시간!.

 

선생님께서 교실로 들어오시고, 저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습니다.

"표본꺼리 가지고 온 사람, 생물실로 집합!" 

 

저는 냅다 뛰어서 뱀을 매달아놓은 복도로 향했지요.

그런데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뱀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는 게 아닙니까?

 

아니, 나에게 '수'를 선사할 뱀이 사라지다니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구요.

근처를 샅샅이 뒤졌지만 결국 뱀은 보이지 않고, 저는 선생님께 말했지요.

 

"흑흑 선생님, 제 뱀이 없어졌어요."

그 소리를 들으신 선생님의 반응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뭐? 뱀이 없어져?  얘들아! 뱀이다~~뱀이 나타났다!"

 

 

선생님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교탁으로 올라가 소리소리 지르시고

얘들은 얘들대로 '까악!~ 까악!' 소리치며 책상 위로 올라가고

선생님께서 겨우 정신을 차리고 다시 물으시데요.

 

"야, 그거 물뱀이냐? 그냥 뱀이냐? 엉?"

"혀를 낼름 낼름거리는 독사인데요?"

 

그러자 순간 또다시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고

선생님 교탁 위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고 또 물으시데요.

"야, 그... 그...그럼 언제 없어진 거냐? 엉?"

 

제가 알 턱이 있습니까?  제가 그랬지요.

"저 오늘따라 너무 열심히 공부하는라 정신이 없어서 못 봤는데요."

 

그러자 또 다시 비명소리가 난무하더군요.

"꺄악!~  꺄악! " 아! 그후의 일은 정말 말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저희 교실 난리나니까 옆 교실, 앞 교실로 금방 번지더군요.

 

"얘들아~뱀이 없어졌대!"   "독사다!"

결국 학교 전체에 민방위 훈련 때 울리는 싸이렌이 울렸고,

교무주임 선생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학생 여러분, 진정하시고, 신속하게 학교를 대피해 주십시오.

아~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정말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민방위 훈련이 그렇게 신속했겠습니까?

학생들 죄다 운동장으로 뛰어나가고~~

 

저와 담임선생님과 생물선생님이 총대 매고, 교실 뒤지며 울부짖으셨지요.

"뱀아~나와라!  뱀아~ 제발 나와라!" 그런 악몽이 어디 또 있을라구요.

 

결국 2시간만에 교실에는 뱀이 없는 것 같다고 결론 짖고 운동장 쪽을 의심하고 있는데

그때 학교 수위 아저씨가 저 멀리서 어기적 어기적 걸어오시는데...

한 손에 닷 병짜리 소주를 들고 오시더라구요.

 

운동장과 교실 풍경을 확인한 수위 아저씨가 물으시데요.

"대체 무슨 일입니까? 전쟁이 났습니까?"

 

그래서 선생님께서 그러셨지요.

"어디 갔다 오세요? 지금 뱀이 없어져서 난리가 났는데요!"

 

그런데 수위아저씨가 뭐라고 그러는 줄 아십니까?

"뱀이라니? 3학년 복도에 매달린 뱀 말이유?

아이구~, 그거 내가 복도 순찰을 도는디 복도에 척 하니 매달려 있기에~,

 

위험할까봐 가지고 왔는디유? 그냥 버릴까 하다가 아까워서

술 담글라고 쇠주사러 갔다 오는 길이구먼유?"

 

그말을 듣는 순간 너무 허망해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아! 왜 이렇게 세상살이가 힘든 겁니까? 

 

결국 그날 사건은, 일주일 동안 생물선생님에게 반성문 제출하는 것으로 끝이 났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납니다.

 

어쨌든 어머니, 아버지, 저 이제 옛날의 아들이 아니구먼유.

군대 갔다와서 진짜 효도하겠습니다. 믿어주세요.

 

아참! '수' 는요? 

'수'는 제 팔자에 무슨 '수'입니까?  '양'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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