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는 왜 남의 둥지에 알을 낳을까요?
삶의 한 기간을 완전히 다른 종에게 맡겨 생존하는 방식을 기생이라 하고,
피해를 입는 상대방을 '숙주'宿主라고 합니다.
탁란의 대표적인 예로 잘 알려진 '뻐꾸기'는 여름철새로 동아프리카를 출발해서 1만 킬로미터를 날아옵니다.
다른 여름철새보다 조금 늦은 5월 말에서 6월 초에 찾아옵니다.
이렇게 긴 여정을 거쳐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온 '뻐꾸기'는 쉴 틈도 없이
알을 낳을 '숙주' 둥지를 찾기 시작합니다.
탁란에 희생되는 '숙주'들을 살펴보면, <개개비> <붉은머리 오목눈이(뱁새)>, <딱새>, <휘파람새>, <산솔새> 등
작은 새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뻐꾸기'가 찾는 ‘'숙주'’는 다름 아닌 작년 온갖 수고를 다해 자기를 키워준 바로 그 숙주새입니다.
뻐꾸기는 아주 짧게 머무는 철새이기 때문에, 둥지를 마련할 시간도 없고,
알을 품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생존본능에 의한 알을 계속 낳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 숙주가 돌보게 한다는 것입니다.
'숙주'마다 알을 낳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많은 후보지를 골라 놓아야 하는데,
한두 개의 알을 낳아 놓은 둥지가 제일 적당한 후보지입니다.
하지만 '숙주'의 둥지에 아무 때나 무턱대고 알을 낳을 수는 없습니다.
'숙주'도 '뻐꾸기' 탁란에 대한 대비를 하여 방어를 하기 때문입니다.
적당한 둥지를 고른 다음 '숙주'의 경계심이 적은 정오 즈음,
암수가 함께 둥지 근처로 가깝게 접근하여 양동작전을 펼칩니다.
먼저 수컷이 큰 울음소리로 자극하면 '숙주'들이 수컷 '뻐꾸기'를 쫓아내려 둥지를 벗어나는데
그 짧은 순간 암컷이 알을 낳습니다. 불과 10초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이 때, 둥지 안 알의 숫자를 맞추기 위해 '숙주' 알 하나를 입에 물고 나옵니다.
'뻐꾸기'는 얼핏보아 ‘새매’와 비슷하기 때문에 '숙주'들이 속아서 두려움에
둥지를 벗어나기를 기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뻐꾸기' 알은 크기를 제외하고는 '숙주' 알과 모습이 유사하여 '숙주'는 자신의 알로 알고 품습니다.
'뻐꾸기'는 보통 20-25개의 알을 낳습니다. 하루 하나의 알을 낳기 때문에 한 달 가까운 기간을 계속해서 탁란합니다.
이 같은 뻐꾸기의 생활방식은 그동안 여러 학자들에 의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네요.
대부분의 경우 뻐꾸기 어미는 자기 자식을 맡길 수 있는 숙주새의 알과 비슷한 모양의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여기서, 자기 알과 남의 알을 구별하지 못하도록 진화했으리라는 추측이 나옵니다.
실제로 같은 종의 뻐꾸기라도 지역에 따라 다른 숙주새를 이용할 경우 알의 색이나 반점의 형상이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숙주새의 알과 전혀 다른 색의 알을 낳아도 숙주새(의붓어머니)가 상관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보고되어 있어서 관심을 끌었다고 합니다.
흰 바탕에 검은 반점들이 거뭇거뭇 묻어 있는 모습의 알들 속에,
진한 자주빛 알이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는데도
유럽의 새들은 자기 알의 색깔이나 반점 패턴을 잘도 구별하는데~
일본의 새들은 모른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하네요.
유럽뻐꾸기와 일본의 뻐꾸기는 전혀 다른 종이지만
알 색깔조차 구별하지 않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되어서 지켜본 결과!
그들의 진화 역사에서는 구태여 알 색깔의 차이를 인식할 필요가 없었나 봅니다
◎숙주' 입장에서 탁란은 어떨까요?
다른 종의 새끼를 키우기 원하는 새는 없습니다.
탁란을 빼앗고 지켜려는 <진화적 군비 경쟁>에 비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탁란을 피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합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알의 색>을 바꾸는 것입니다.
많은 뱁새가 푸른색 알을 낳지만 탁란을 피하기 위해 흰색 알을 낳는 뱁새도 있습니다.
둥지에서 푸른색 '뻐꾸기' 알을 발견한 뱁새는 '뻐꾸기' 알을 쪼아버리고, 그 둥지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탁란을 피합니다.
알의 크기를 더 작게 줄이는 쪽을 선택한 새도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뻐꾸기' 새끼가 먹을 수 없는 먹이로 새끼를 키우는 방법으로 탁란을 피하기도 합니다.
땅에 떨어진 자기 새끼를 보면 탁란을 알아차리고 둥지에 남은 '뻐꾸기' 새끼를 돌보지 않는 새도 있습니다.
◎뻐꾸기 어미의 세심한 관찰
부화가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숙주새의 알들이 이미 발육 된 상태에서 알을 맡기면
자신의 알이 먼저 깨어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죠.
숙주새가 언제 알을 낳는지까지 세심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자기 새끼가 적진에서 너무 늦게 출발하는 불상사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뻐꾸기의 알은 대체로 숙주새의 알들보다 먼저 부화한다고 합니다.
뻐꾸기 새끼의 등 한복판에는 알 하나가 꼭 들어맞을 만큼의 홈이 파여 있다고 합니다.
뻐꾸기 새끼는 아직 눈도 뜨지 않은 채 본능적으로 숙주새의 알들을 등으로 떠밀어 둥지 밖으로 떨어뜨리거나,
먼저 부화된 숙주새끼는 커다란 몸으로 눌러서 죽임을 당합니다.
뻐꾸기 어미는 새끼가 거의 자립할 때가 되면 시간에 맞춰 자식을 찾아옵니다.
의붓어머니 품에서 큰 자식도 때가 되면 자기 종족을 만나야 번식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친어머니를 따라 나섭니다.
◎뻐꾸기가 어떻게 숙주를 고를까요?
뻐꾸기는 제 손으로 새끼를 기르지 않기 때문에,
알에서 깨어난 뻐꾸기 새끼가 처음 보는 것은 숙주 어미 새와 둥지입니다..
그렇다면 다 자란 뻐꾸기가 알을 맡길 상대를 고를 때
어린 시절 각인된 어미 새를 찾아가는지,
아니면 낯익은 서식지를 찾는지가 논란의 핵심이 됩니다.
그러나 <딱새>는 알에 민감해서 뻐꾸기의 알을 보면 골라냅니다.
뻐꾸기 새끼는 이 먹이로 살아남지 못한다고 해요.
당연히 숙주인 파랑딱새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오른쪽).
‘기생의 덫’에 걸릴 것이다(왼쪽). 연구 결과는 숙주 기억으로 나타났다.
파랑딱새의 둥지에도 뻐꾸기가 알을 맡길 것이다.
반대로 숙주 각인이 맞는다면, 파랑딱새의 둥지에서 살아남는 뻐꾸기가 없을 테니
파랑딱새를 기억하는 뻐꾸기도 없을 것이고 당연히 파랑딱새에는 탁란하지 않을 것이다.
<딱새>의 둥지에서 뻐꾸기의 탁란율은 16.2%였지만 <파랑딱새>에서는 0%였다.
연구자들은 “뻐꾸기가 알을 맡길 상대를 고르는 방법은 둥지의 위치가 아니라
숙주의 종류임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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