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동물행동학>은 20세기 중반부터 유럽에서 <행태학(ethology)>이라는 학문으로 출발했다고 합니다.
<니코 틴버겐(Niko Tinbergen)>은 1973년 <콘라드 로렌츠, 카를 폰 프리슈>와 함께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이 오랫동안 연구한 물고기가 바로 <가시고기>라고 합니다.
가시고기들은 마치 하릴없이 여럿이 떼를 지어 무리 지어 몰려 다닌다고 합니다.
그리고 초봄이 되면 바다에서 알을 낳기 위해 강으로 올라옵니다.
수컷 가시고기는 눈 가장자리가 푸르둥둥 해지며 아랫배가 빨갛게 물들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무리를 지어 떼를 지어다니던 수컷들이 이때부터 자기 영역을 확보하려 다투기 시작합니다.
자기 터를 확보한 수컷들은 물 속에 있는 작은 나뭇가지나 수초들을 모아
좁은 터널 모양의 둥지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특유의 지그재그 스타일의 춤을 추며 암컷을 유혹하기 시작합니다.
<니코 틴버겐>은 몇 가지 실험을 통해 가시고기 암컷들은
수컷의 붉은 배에 매력을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불룩하게 튀어나온 붉은 배를 출렁이며 온갖 아양을 떠는 수컷이 마음에 들면 암컷은
그 수컷을 따라 그가 만들어 놓은 둥지를 찾아갑니다.
뾰족한 주둥이로 연신 둥지의 입구를 가리키는 수컷의 정성에
암컷은 터널 속으로 몸을 들이밀고, 이내 알을 낳아 놉니다.
암컷은 알을 낳기가 무섭게 기력이 쇠진하여 몇시간 안에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리곤 수컷은 또다른 암컷을 찾아 다닙니다.
이렇게 여러 부인을 차례로 맞아들여 충분히 알들이 쌓이면
그때부터 혼자서 자식을 키운다고 합니다.
인간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 많은 배다른 자식들을
가시고기 아빠는 정성스럽게 돌본다고 합니다.
행여 산소가 모자랄세라 터널 입구에서 줄기차게 지느러미를 퍼덕이고
그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경계의 눈을 늦추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빠 가시고기는 알 주위를 떠나지 못하고 밤낮으로 알이 깨어나기만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알을 노리는 물고기와 물벌레들에 대항해 온몸을 부딪치며 싸운답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뜬눈으로 알을 지키는 아빠 가시고기는
새끼들이 깨어날 쯤이면 기력이 쇠진하여 쓰러집니다.
그러면 새끼 가시고기들은 아빠 가시고기의 몸을 뜯어 먹으며 자랍니다.
그대로 몸을 내어주는 아빠 가시고기의 부성애로 새끼 가시고기를 성장시키는 과정이
참으로 눈물겨운 부성애를 보여주는 과정이라는 것 입니다.
2000년 1월에 발표된 <조창인>작가의 <가시고기>소설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후
직장을 잃은 아버지가 백혈병에 걸린 아들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각막을 판 뒤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이야기로 교보문고 연간 판매량 1위로 총300만부 이상이 팔려나간
베스트 셀러로 등극한 소설입니다.
영화나, 드라마로도 많은 시청률을 차지했던 부성애를 본격적으로 다루고있던 장편소설입니다.
작중 '수컷 가시고기'는 주인공 아버지, 혹은 그의 부성애에 비유됩니다.
2022년 2월 '가시고기 우리 아빠'라는 제목으로 후속작이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신작은 전편의 20년 후를 다루고 있습니다. 프랑스에 살던 어머니의 도움으로 성장해 29세가 됩니다.
영화 조명감독으로 일하던 <다움이>는 업무 차 20년 만에 한국으로 온다고 합니다.
<다움이>는 한국에서 아버지가 남긴 흔적을 찾으며 아버지가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희생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22년만에 나온 후속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영업자들이 파산하고 수많은 아버지들이 실직하는 모습을 보며 1997년 외환위기 직후가 떠올랐다”며 “위기가 올수록 사람들이 다시 가족의 사랑을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후속작을 쓰게 됐다”고 합니다.
이상 자식을 위한 희생으로 반평생을 홀로 키워가는 <가시고기>의 눈물겨운 사랑을 마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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