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사랑이든, 정신적인 사랑이든 일단 관계가 시작되었을 때
우리는 자신이 아끼는 사람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그 사람의 생각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을까요?
깜짝 놀랄 정도로 형편없다고 합니다.
친구나 직장동료가 자기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혹은 자기를 좋아하는지
제대로 판단할 확률은 무작위로 찍어서 맞출 확률을 넘기기 힘들다고 합니다.
독신 남녀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데이트에 참가한 사람들은 누가 자기와
데이트 하기를 원하고, 누가 원하지 않는지에 대한 판단이 형편없다고 합니다(직관이란게 이런 모양입니다)
한편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부부는
배우자의 반응을 열 번 중 네번 정확하게 추측해냈는데,
정작 본인은 열 번 중 여덟 번을 정확히 맞힌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에이즈의 원인 바이러스인 HIV 양성 여부에 대해 거짓 혹은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의 동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70% 정도는 거짓말을 정확하게 가려낸다고 믿었지만 실제로는 50%였습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가려내는 능력이 아주 형편없다고 합니다.
인생이 거기에 달려 있는 경우에도 말입니다.
이것은 외교 정책 면에서도 잠재적으로 심각한 중요성을 내포합니다.
영국은 히틀러가 1938년에 체코 국경 위쪽의 땅만 내주면 평화가 유지될 것이라고 장담했던 말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영국은 체코가 자기네 병력을 동원하지 못하게 단념시켰다고 합니다.
하지만 히틀러는 이미 군대에 침공 준비를 시켜놓고 거짓말을 합니다.
미국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지 않다고
거짓말을 한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고 합니다.
거짓말 자체가 작전으로 사용될 수 있는 전략전, 군사적 맥락이 아니라도
일상적으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도 사람들은 거짓말을 합니다.
왜 그럴까요? 한 가지 이유는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했을 때 앙갚음을 당할 두려움 때문입니다.
그리 좋은 것은 아니지만 처벌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합니다.
이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작되는 행동입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대여섯 살짜리 아이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흔히 듣습니다.
"내가 안 그랬어요" 한창 그 일을 하다가 들켰는데도 말입니다.
하지만 용서 또한 인간의 본성입니다. 특히나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우리는 기꺼이 용서합니다.
한 연구에서 새치기하려던 사람이 우스꽝스러운 이유를 댔는데도 다른 사람에게 용서를 받았다고 합니다.
복사기 앞에 선 줄에서 "죄송한데 좀 끼어들어도 될까요? 복사를 좀 해야 해서요" 라고 말해도
"죄송한데 좀 끼어들어도 될까요? 마감이 임박해서요" 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미시간대 병원 의사들이 자신의 실수를 환자에게 솔직하게 얘기하기 시작하자 의료소송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의료사고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은 실수가 일어난 이유를
의사가 설명하게 놔두지 않고 소송을 통해 의사의 생각을 알아내려 하는 것입니다.
의사에게 따라올 수 밖에 없는 제약이나 의사들이 힘들어하는 부분,
그리고 인간적인 요소 등을 알고나면
우리는 그의 입장을 이해하고 용서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 <니컬러스 에플리>는 이렇게 적습니다
"투명성이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사회적 결속을 강화시키고 우리의 결점에 대한 용서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왜 투명해지지 않는단 말인가?"
물론 사람들은 앙갚음에 대한 두려움만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도 거짓말을 합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려는 것도 여기에 포함되겠죠.
때로는 하얀 거짓말이 감정이 폭발하는 것을 막고 적대감을 최소화하는 사회적 접착제가
되어줄 때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맥락에서는 사람들의 거짓말을 놀라울 정도로 잘 알아맞힙니다.
그리고 알면서도 매일 이런 거짓말에 속아줍니다.
이것은 사람들과의 대립을 피하면서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부탁하는 방식,
즉 간접화행과 관련이 있습니다.
거짓말의 진실을 투명하게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성에 따른다면,
거짓말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위치와 권력과 명예를 지키고자 노력하는것도
인간의 본성에서 나오는 행위이지만, 거짓말을 통해서 더 충격적인 사건과 사고가
발발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거짓말의 진실을 밝혀서 그에 따른 다른 희생을 막아야 하는게
인간 본연의 노력중에 하나이면서 가장 중요한 노력입니다.
거짓말의 진실은 인간 자신이 밝히지 않는 한, 끝까지 실체를 모를 수 밝에 없습니다.
(증거가 없는 한 말입니다)
투명한 세상이 되어서 사회적 유대감이 더욱더 가까운 지구촌의 인류로 남느냐...
아니면 거짓으로 넘쳐나는 세상으로 사회적 유대감이 없는 인류로 지속된다면
인류는 못 믿을 인간들로 가득한 세상으로 매일 충격과 위험과 공포를 느끼며
살얼음판에서 인간의 거짓세상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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