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성유전학은 대물림되는 유전학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후성유전학이 쥐는 물론
사람에게도 적용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 시작했다.
2005년 발표된 <마이클 스키너> 교수의 논문에 의하면 임신한 쥐를 화학물질에 노출시켜서
태어난 수컷 새끼는 성(고환)이 비정상이었다. 정자도 허약해 헤엄치는 모습이 영 시원찮았다고 한다.
이렇게 태어난 쥐들끼리 교배를 시켰더니 90%이상의 새끼들...
2세대 쥐들은 화학물질에 노출시키지도 않았는데도 비정상으로 태어난 것이다.
또한 3세대 쥐들까지 비슷한 현상이 관찰됐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1944년 9월 독일군이 네덜란드 북서부 지역을 지배하면서
식량 봉쇄 조치를 내리는 바람에 이 지역 사람들은 하루에 1000kcal 밖에 섭취하지 못했다.
1945년 2월에는 580kcal까지 떨어졌다.
당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출생 전 기근을 겪은 사람들의 후대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비만, 고혈압, 당뇨병등에 걸릴 확률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던 질병 중 상당수가
특정 세대가 노출된 환경에 의해 발현됐다.
흡연도 DNA의 비정상적인 발현을 일으킬 수 있다.
남성 흡연자의 경우 비흡연자와 달리 정자에 있는 DNA가 비정상적으로 발현될 확률이 높다.
쥐 실험 결과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발현된 DNA는 세대를 거쳐 유전될 수 있으며
비만, 고혈압,당뇨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현재 과학자들은 후성유전학이 일어나는 매커니즘을 크게 두가지로 설명한다.
DNA메틸화와 히스톤 단백질 변형이다.
DNA메틸화란 메틸이 특정 염기 서열에 붙어 단백질이 발현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레트 증후군>이라는 희귀 유전 질환이 있다. 인지 및 운동 능력의 상실, 언어기능의 상실,
그리고 손을 씻는 듯한 동작을 반복하는 특징적인 손의 상동증을 보이는 X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질환이다. 메틸화가 일어날 때,MeCP2(히스톤 단백질의 변형)라는 단백질이 들러붙어
염색체의 그 지역을 영구적으로 폐쇄하는 듯 보인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DNA가 RNA를 거쳐 생명 유지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DNA가 단백질을 만들어내면서 특정한 형질이 나타나는데, DNA메틸화가 발생하면
이 과정에 문제가 생겨 형질이 나타나지 않거나 과발현되는 것이다.
생명활동에 필요한 단백질 생산에 이상이 생기는 만큼 질병에 걸릴 확률이 많다.
고지방 먹이를 먹은 수컷 쥐가 낳은 새끼 암컷은 췌장의 DNA메틸화로 이상이 생기는 것이
보고된 바 있으며,
저단백 먹이를 먹은 쥐의 새끼는 간의 콜레스테롤 유전자에 메틸이 달라붙으면서 발현되지 않는 것
으로 확인됐다.
히스톤 단백질은 DNA가 묶인 실타래와 같은 역할을 한다.
히스톤 단백질에 메틸과 같은 분자들이 엉켜 붙으면 모양이 변하면서 DNA유전 방식이 달라진다.
2013년 1월, 사라 키민스 캐나다 맥길대학교 교수 연구진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엽산이 적게 함유된 먹이를 먹인 쥐의 정자에서 히스톤 단백질에 변형이 발생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 정자로부터 태어난 새끼는 자궁 내막 및 근골격계에 기형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후성유전학은 여러 질병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암은 세포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것이 원인이 되는데, DNA염기 서열이 문제가 아니라
메틸화로 인해 특정 유전자가 과발현됐을때 나타날 수 있다.
즉 후성유전학이 원인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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