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아빠의 체험기
사회

일일아빠의 체험기

by 림프사랑 2022.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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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편지를  펼쳐보면서 오랜만에  웃어보았습니다. 

작은 즐거움으로 하루가 행복해지면 그 다음날은 더 밝아집니다


 

모처럼 휴일을 맞아 방에 드러누워 있는데 그때 처형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응 제부?  난데 오늘 서현(7살짜리 조카)이 어린이집 운동회 날인데 서현 아빠가 일어 있어서 못 간다고 그러네. 부탁인데 제부가 일일아빠 좀 해주면 안될까? 하는일 별로 없고 그냥 아빠인 것처럼 같이 있어주면 돼. 내가 맛있는 거 많이 싸가는데 엉?"

 

솔직히 싫었습니다. 그러나 감히 처형부탁을 어떻게 거절하겠습니까? 게다가 맛있는 것도 많다는데

그래서 그냥 가서 아빠인척 같이 앉아 있으면 되겠지, 그런 마음으로 갔습니다. 

그래서 집사람과 우리 아들 현준이(13개월)를 데리고 운동회 장소에 도착했는데 처형이 보자마자

그러시더라구요.

 

"제부, 지금 우리 경기 시작했거든. 서현이 목마 태우고 모자 뺏으러 가야 하는데 얼른 나가줘 제부"

그래서 순식간에 앉을 새도 없이 바로 조카를 목마 태우고 경기에 나섰지요. 평소 공부 분야는 다소 저조했지만 각종 잡기에 무지하게 능하면서, 잔머리도 무지하게 잘 돌아가거든요.

 

우리편과 상대편이 서로 모자를 뺏으려고 으싸! 으싸! 하고 있는 사이 저는 뒤로 슬쩍 빠져나와 조카에게 이렇게 지시했지요. "서현아, 자 뒤에서 확 모자 벗겨라 알았지?"

그래서 우리는 당당히 상대편 뒷덜미를 덮쳐서 모자2개를 빼앗는 쾌거를 올렸고, 덕분에 우리팀이 승리할 수 있는 견인차 역할을 했지요.

 

 

이렇게 1차 경기를 마치고 처형이 있는 자리로 돌아와 이제 좀 쉴까 했더니

이번에는 세발자전거 타는 아빠 경기에 출전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세발자전거를 다 큰 어른이 타고 가면 진짜로 스타일 망가지잖아요

'어 이게 아닌데, 이건 아니야!' 싶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서 세발자전거 타고 죽기 살기로

달렸습니다. 웃겼지요...

 

박터트리기

 

그리고 박 터트리기!, 이것도 젊은 아빠가 필요하다고 해서 그거 붙잡고 운동장  한가운데 서 있는데

얼마나 모래주머니에 맞았는지 나중에는 눈이 팅팅 붓더라구요.

여러가지 경기가 숨가쁘게 흘러갔지만 여기까지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안내방송에서 이러더라구요.

 

"자자 이번 게임은 각 팀에서 엄마, 아빠 한 분씩 나오세요. 엄마와 아빠가 함께 하는 경기입니다."

순간 상대팀을 보니 경기에 임할 몇몇 부부 선수들이 보이고, 우리 팀에서도 부부로 보이는 분들이

나가셨는데 진행자가 우리 팀한테 이러시더라구요

 

"뻐꾸기팀, 뻐꾸기팀. 하나 모자라는데 빨리 좀 나와 주세요"

제가 그래도 이때만큼은 모른 척 했습니다.

아무리 제가 일일아빠라지만 처형하고 부부가 될 수는 없잖습니까?

그런데 바로 그때 유치원 선생님 한 분이 뛰어오시더니

조신하게 앉아 있는 저를 향해 그러시더라구요.

"거기 애기 엄마랑 아빠 뭐하세요? 빨리 좀 나와 주세요. 네?"

 

순간 처형하고 저하고 눈빛이 딱 마주쳤는데 처형께서

'제부 프리즈!'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시데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나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 나이 올해 딱 서른입니다. 게다가 제가 그렇게 나이많게 보이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미소년' 혹은 '꽃미남' 이런 말도 가끔은 듣던 놈인데 마흔 넘으신 처형하고

운동장에 딱 내려갔더니 다른 부모들이 저와 처형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더군요.

 

'어머 웬일이니? 서현엄마는 능력도 좋다. 신랑이 저렇게 젊네.' 뭐 이런 표정으로요.

사실 서현이가 7살이고 제가 서른이니 대체 제가 몇 살에 애를 낳다는 말입니까?

그래도 열심히 이 사태를 극복해보려고 했는데 다시 안내방송이 나오더라구요.

"자 이번 게임은 엄마들이 아빠를 엄마처럼 꾸며보는 게임이에요. 3분 시간을 주겠어요.

자 예쁘게 아빠를 꾸며주세요. 시작!!"

 

아빠를 엄마처럼 꾸미기ㅡ화장하는남자 개그맨 김기수

 

안내방송을 듣고 우리 처형이 그러데요

"제부 미안해. 저기 그냥 눈 딱 감고 이왕 하는거 해보는 거야. 알았지?"

그래서 어쩝니까? 말이라도 그냥 좋게 하고 말았지요.

"예. 처형, 이왕 할거면 예쁘게 해주세요."

 

그후 마네킹처럼 멍하니 서서 내 몸을 맡기고 서 있자니 웃음도 나오지 않더군요

아! 드디어 망가지는 제 몰골, 거울이 없어 보이지는 않지만 상상만으로도 몸이 부르르 떨렸습니다.

립스틱 바르고 눈 위에 무슨 아이 섀도인지 뭔지 그런 거 바르는 거 거기까지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풍선, 아! 가슴에 풍선을 넣어야 했습니다.

 

모르긴 해도 D컵 사이즈는 충분히 넘을 겁니다. 실제로 여자들이 어디 풍선만 하기야 하겠습니까?

그런데 여기까지도 좋았는데 바지를 갑자기 벗으라고 하는 겁니다.

글쎄 팬티 스타킹을 신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게 바지벗고 신는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그렇게 빡빡한지도, 또 그렇게 끼는 건지도 처음 알았습니다.

 

아니 그냥 스타킹도 있다는데 어쩌자고 팬티스타킹 그런 걸 주시냐구요!.

신발도 벗으라고 해서 하이힐 신었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너풀거리는 치마 입고. 머리에는 핀도 꼽고...

예전에 '린다 김'이란 여자가 쓰던 큼직한 선글라스도 끼워주더군요.

그러더니 우리 처형. 좀더 기발한 방법이 생각났다면서 갑자기 스탠드로 뛰어가더니 애기 포대기와

우리 아들을 데려오데요. 그 복장에 포대기로 애기 업었습니다.

 

 

포대기두른 아빠 유재명 ㅡ마흔 일곱에 늦깎이 아빠가 됐다 실제상황(2020년8월) 어린 게 수고 많았다며 행복한 아빠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리고 한 손에 들려준 기저귀 가방. 흑흑흑. 제가 나름대로 우리 집안에서는 종손입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이 꼴을 보시면 어떻게 되시겠습니까? 아마 당장 버리라고 하셨을 거예요.

하여간 종료시간을 알리는 사인과 동시에 저 진짜 우리 아들 업고 나갔는데 진행을 맡으신

선생님이 저를 보더니 진행을 못하더군요.

 

'인간 참 모질게도 망가졌구나!' 하는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시는데 상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음악을 틀어주더니 거기에 맞춰 춤을 추라는 방송이 나오는 겁니다.

순간 정말 이대로 집으로 가야하나?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이왕 망가진 몸,

더 이상 망가질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습니다.

 

아! 이것이 정령 나란 말인가? 저 나름대로 유통업에 종사하는 과장입니다.

내가 정녕 이렇게 무너질 놈이 아닌데... 이런 생각도 잠시 저 이때 개다리춤! 추고 있었습니다.

저를 따라서 흔들고 있는 남자아이들 몇 명의 다리가 보이더군요.

결과는 물론 우리 팀 승리였습니다. 그렇게 망가졌는데 우승못하면 그게 말이 되나요?

 

그런데 그렇게 망가지고 휴지통 하나 받았습니다. 귀한 겁니다.

운동회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교문 앞에 서 계시던 모든 선생님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시면서

그러시더군요. "어머, 서현 아버님이 최고였어요. 역시 젊으셔서 힘도 좋고, 정말 너무 좋았어요."

우리 처형 서둘러 나가시고 저는 이렇게 외치고 싶었습니다.

 

"저요!!, 서현이 아빠 아니거든요, 서현이 이모부거든요!!!"

그리고 나중에 너무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습니다.

즉 형님께서 작년에 이 모진일 당하시고 올해는 또 당하기 싫어서 새벽에 쥐도 새도 모르게 튀신

거더군요. 그것도 모르고 흑흑...

그래도 이 담에 우리 아들 커서 유치원 행사 때는 더 잘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면서 위로를 해봅니다.

<출처ㅡ웃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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