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배우자가 검도 사범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결혼식장까지 펼쳐지는 에피소드
제 이름은 김아무개 라고 압니다. 처가에는 장모님이 계시고 또 4자매가 살고 있죠.
30대에 홀로되셔서 모진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부단히 갈고 닦은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내공.
그 내공에 힘은 실로 엄청나 웬만한 남자들 몇 명은 말로 넉다운 시켜 버리시죠.
속된 말로 뚜껑 열리면 이러십니다.
"으메, 뭔 짓거리여? 오늘 날 잡자 이거제? 시방 음력 며칠이다냐?"
느닷없이 날짜를 묻는데 상대방은 어리둥절하겠죠.
"뭐여? 갑자기 음력은 왜 찾고 난리여?"
이때우리 장모님의 명대사가 나옵니다.
"갈 때는 말이여 날짜를 알고 가야제. 오늘이 니 제삿날이랑께"
어쨌든 그런 장모님께 처음 인사드리던 날 저는 씩씩하게 이랬습니다.
"어미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앞으로 어머님을 도와 이 가정 튼튼하게 지키겠습니다."
"잉 그랴, 고맙당께. 그라고 모가지에 힘 안줘도 돼야. 근디 나가 한마디만 하자면 자네만 행동을 잘하면
별 탈 없을 것잉께 조심하구잉 잘해"
행동을 제대로 못하면 대체 무슨 탈이 생긴단 말인가?
좀 아리송하기 했지만 어쨌든반갑게 맞아 주셔서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 풀어졌습니다.
그렇게 나름대로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우리 아내가 앨범이나 보자고 하면서
사진첩을 가지고 오더라구요.
옛날 사진 보는 거 참 재미있잖아요. 여자들만 사는 집이니 꽃이 많은 공원이나 수영장 또 풍경좋은데
이런 곳에서 찍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저는 한껏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아니 그런데 앨범을 딱 폈는데 전체적인 색상이 우중충하면서 전부 시커먼 옷에 허리에는 검은 띠를 매고
찍은 사진밖에 없더라구요.
"무슨 사진이 이래? 이건 체육관 홍보책자 아니야? 가족사진 좀 가져와 봐."
"응? 이게 가족사진이야. 여기 봐. 이건 우리 언니고, 얘는 셋째 미경이, 응 또 얘가 미진이, 그리고 이게 바로 나야."
저는 놀라서 자세히 쳐다보니 머리로 기왓장을 격파하는 것이 큰 처형,
태권도 3단이라 하더군요.참고로 현재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사진 속에서 하늘을 훨훨 날고 있는 셋째, 태권도 2단, 합기도 1단이라 하더군요.
그리고 막내, 공중회전 돌려차기를 하는 모양새로 보이던데 사람 머리에 사과를 올리고 박살을 내고 있더군요.
막내는 무슨 특공무술을 배웠다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미선이, 서슬이 시퍼런 칼을 들고 용맹하게 서 있더군요.
우리 아내가 무술 고수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는 거 아닙니까.
왠지 속은 기분이 들면서 등골이 오싹하더라구요.
그제야 장모님말씀이 확 이해가 되더만요.
"뭐야? 나한테 운동했단 소리 안했잖아?"
"사실은 검도 좀 했어. 여자가 운동했다면 싫어 할까봐, 그래서?"
눈을 매섭게 뜨며 말꼬리를 올리는데 순간 움찔 했습니다.
"아..., 아니 그렇다는 얘기지. 뭐 내가 뭐라 그랬나?"
알고보니 장모님께서 딸들이 초등학교만 입학하면 차례대로 운동을 시키셨다고 하더군요.
그럼 대체 몇 년 동안 닦은 실력이란 말인가. 이렇게 까맣게 속이다니,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겉으로 내색은 못했습니다. 아시죠?
어쨌든 장모님께서 손수 밥상도 차려주시고 기분은 좋았습니다.
그런데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파리 한 마리가 출몰하더니 자꾸 거슬리는 겁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계속 드십시오."
저는 이렇게 믿음직스럽게 말하고 나서 파리 잡으로 열심히 왔다갔다 했는데
이놈의 파리가 어찌나 날쌘지 좀처럼 잡히질 않더군요.
"그만하고 앉아요. 먼지만 나내."
우리아내가 이러는데 그래도 사나이 체면이 있지 파리 날개라도 잡아야 될 거 아닙니까?
"아니야, 내가 잡을 수 있어. 다 잡아가."
"한 마리네. 뭐가 다 잡아가요? 그냥 앉으랑께!"
아내의 날카로운 소리에 깜짝 놀라 바로 앉아버렸지요.
그런데 잠시 후 '휘~익' 하는 소리와 동시에 그렇게 날쌔던 파리가 방바닥에 떨어져 있더라구요.
그리고 우리 아내는 긴 작대기 하나를 들고 있더군요.
"언니야. 오늘은 시간이 너무 걸렸다. 형부 우리 언니는 이 맛에 산다우."
"기집애, 쓸데없이. 오늘은 손맛이 약해."
손맛? 아니 저는 낚시하는 분들이 손맛 보려고 낚시 간다는 소린 들어봤어도
파리 잡는 손맛은처음 들어 봅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결혼날짜가 임박했고, 제 친구들은 함 팔러 처가댁 근처에 모였습니다.
저는 친구들에게 집을 가르쳐 주고는 집으로 먼저 들어왔죠.
그리고는 한 30분쯤 지나 멀리서
'함~사세요. 함~사세요!'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군요.
저는 마냥 들떠 있었는데 장모님 다소 신경질적으로 그러시는 겁니다.
"아따, 뭐여? 저것이 함을 팔겠다는 거여, 말겠다는 거여. 참말로 징하구마잉."
은근히 저에게 눈치를 주시는 것 같더군요.
그런데 조금 지나서 함 마중 나갔던 신부 친구들이 다급하게 뛰어들어 오더라구요.
"큰일 났어요! 지금 밖에서 깍두기들이랑 싸움이 났어요.
"이 소리를 들으신 장모님께서 어이없어 하시더라구요.
"나참, 시방 뭐랬냐? 뭐 깍떼기들이랑 쌈박질을 한다고?
아니 무신 쌈박질할 떼가 없어 무시들이랑 붙었다냐? 참말로 별 일이제."
"아니 그게 아니고요. 왜 있잖아요. 깡패 같은 사람들, 그 사람들이랑 싸움이 났어요."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함을 팔고 있는데 검은 승용차 한 대가 올라오는데
그냥 지나가게 피해 주었으면 별일 없었는데
술도 한 잔 했겠다 함도 팔고 있겠다. 제 친구들이 괜히 객기를 부린 거지요.
함은 절대 피해주는 것이 아니라고 버티다가 결국 시비가 붙었는데
차에서 내린 사람이 덩치로 보나 헤어스타일로 보나 심상치 않았던 거지요.
"으메. 이게 뭔 짓거리여? 이것들이 오늘 형님 생신이라 특별히 사건 없는 날로 정해서
그냥 좋게 지나 갈랑께 또 접수하게 만드네. 형님 쪼까 기다리시오 잉. 금방 치워버리겠습니다요."
이렇게 싸움이 시작되었더라구요. 자초지종을 다 들으니 나가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나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움직일 기미를 안보이자 우리 아내가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지르는 겁니다.
"지금 뭐해 빨리 안나가보구? 다들 나갔단 말이야!"
아내의 소리에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방에는 아무도 없더군요.
사실 저도 막 나가려고 했다 이겁니다.
그래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랬지요.
" 이 자식들 가만히 안두겠어. 오늘이 어떤 날인데."
저는 이러면서 나가는데 갑자기 그 순간에 아랫배가 왜 아프냐고요? 진짜예요. 믿어주세요.
"으...으 하필이면 이럴 때... 잠깐 볼일 좀 보고 나갈게."
저는 화장실로 들어갔죠. 화장실에서 힘주고 있는데 밖에서 이런 소리가 들리더군요.
"안되겠어. 내가 나가봐야지. 내가 뭘 잘못 생각한 것 같아. 영 석연치 않아!"
마치 저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아내는 이렇게 말하더니 현관문을 부서져라 꽝 하고 치고 나가더만요.
그래서 어쩌겠어요. 할 수 없이 저도 도중에 따라 나갔죠.
현장에 가보니 고성이 오고가며 몸을 밀치고 당기고 이미 아수라장이 됐더라구요.
그런데 함 기다리다가 정의심에 불타서 뛰쳐나간 제 신부가 빈 술병을 여기저기 세워놓더니만
그 다음엔 어찌됐냐구요? "야잇! 하아 이얍!"이런 소리가 울려 퍼지자 순간 주위가 조용해지며
세워놓았던 빈병이 목만 달랑달랑 떨어지데요.
언제 목검까지 챙겨갔는지 동방불패라도 되는 것 마냥 사태를 한 순간에 평정해 버리더라구요.
"왜 내 함 들어오는 날 이렇게 시끄럽게 하는 거야? 난 내일 조용히 결혼하고 싶단 말이야."
그런데 갑자기 깍두기 중에서 제일 힘이 세보이는 깍두기가 제 신부 앞으로 걸어나오더라구요.
순간 저 무지 떨었습니다. 그래도 내 신부인데 제가 보호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깍두기는 성큼성큼 점점 제 신부한테 가까이 다가오고 저는 조마조마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는데
이건 또 웬일입니까?그 깍두기가 신부 얼굴을 딱 보더니 이러데요.
"아따 이게 누구여? 사범님 아니여라. 그럼 이게 사범님 함이였소잉~? 으메 싸게 말하지 그랬소 잉~."
"어머 이게 누구세요? 이중대씨 아니세요? 지금 여기서 뭐하시는 거예요?"
알고보니 그 덩치 큰 깍두기가 아내가 다니던 도장에 함께 다니던 사람이었던 겁니다.
그것도 제자라네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긴 했는데 그때부터 내가 정말 선택을 잘한 것인지 하는 의심이 들더라구요.
하여간 그래서 현장은 순식간에 화애하는 분위기가 됐고 제 친구들, 아내 친구들, 그리고 깍두기들까지
모두 처가에 들어가서 같이 술도 먹고 노래도 하면서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지요.
그리고 드디어 결혼식 날이 밝았습니다.날씨도 화창하고 우리 신부, 진짜 아름답더구만요.
그런데 그 깍두기들이 사범님께 행패 부렸던 것을 어떻게든 만회해야 한다며
도와주겠다고 결혼식장에 온 겁니다. 어떻게든 말리고 싶었는데 제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혹시 깍두기한테 안내 받으며 예식장에 와 보신 적 있으신가요?
우리 결혼식을 축하해 주러온 사람들을 깍두기들이 안내해 주었습니다.
하객들은 뭐랄까 당혹스러운 표정이더라구요.
그래서 식장 분위기가 영 안좋았는데 깍두기들도 그걸 눈치 챘나보더라구요.
느닷없이 사람들을 향해 '스마일!' 하니까 순식간에 결혼식장 분위기가 바로 급상승 하더라구요.
어쨌든 이런 우여곡절 끝에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답니다.
장모님 말씀대로 행동을 잘하고 사니까 별탈이 없더라구요.
아내가 무서워서 그러는 건 절대 아니구요. 사랑해서 그러는 겁니다.
긴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ㅡ웃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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