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1세기 우리나라로 치면 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했던 때로 지금으로부터 대략 2100년전의 이야기입니다.
같은 시기의 고대 그리스에 컴퓨터가 존재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1900년 그리스선장인 [디미트리오스 콘도스]는 선원들과 함께 에게해를 지나고 있었죠.
그러던 중 예고에 없던 폭풍우가 몰려왔고 그들은 안전을 위해 그리스의 안티키테라 섬에 잠시 정박을 하게 됩니다.
콘도스는 폭풍이 물러간 후에도 날이 완전히 개이길 기다렸고 선원들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다이빙을 하며
시간을 보냈죠. 선원 중 한 명인 [엘리어스 스타디아티스]도 마찬가지였죠. 그는 안티키테라 섬 앞바다에서
다이빙을 하다가 수심 45m의 해저 아래에서 놀라운 것을 발견하는데요, 오래되어 보이는 수많은 유물들이
해저 바닥에 가라 앉아 있었던 것이죠, 이에 엘리어스는 해당 사실을 선장 콘도스에게 보고했죠.
확인을 위해 직접 바다속으로 들어간 콘도스는 고대 그리스의 선박으로 보이는 배가 난파된 채
침몰해 있는 것을 발견한 후 콘도스는 출정에서 복귀한 뒤 이 사실을 그리스 아테네에 보고합니다.
아테네측은 보고를 받은 직후 조사를 실시하였고 2년간 이어진 난파선 조사에서는
헤라클레스와 아폴로 같은 신들을 본 따 만든 조각상부터 독특한 문양의 유리 세공품과 도자기까지
실로 놀라운 발견이었죠.
그러던 1902년 5월 17일 고고학자 [발레이오 스티스]는 여는 때와 같이 난파선을 조사하던 중 심하게 부식되어 있는
톱니바퀴 조각을 하나 발견합니다. 고대 그리스 유물과는 별개일 것이라 생각한 톱니바퀴 조각의 표면에는
놀랍게도 그리스어로 쓰인 비문이 적혀 있었는데요, 해당 톱니바퀴는 다른 여러 톱니바퀴와 맞물리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는 일종의 기계였죠. 발견된 곳의 지명을 따 [안티키테라 기계]라고 하고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모양새로 보아 고도의 물리 지식과 세공술이 필요했을 것이라고만 판단되었을 뿐
해당 유물이 만들어진 시기를 유추할 만한 단서는 존재하지 않았고,
발견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파편만 남긴 채 부식되어버린 고대 기계의 비밀을 파헤치기 역부족이었죠.
이에 안티키테라 기계는 창고에서 50년이라는 세월을 보내며 사람들에게 잊혀져 갔습니다.
그러던 1976년 잠수부였던 [자크 쿠스토]는 난파선을 재탐사하기 위해 팀을 꾸려
그리스의 안티키테라 섬으로 향합니다.
쿠스토는 탐사 도중 고대 그리스의 주화로 보이는 동전을 발견합니다.
그리스의 페르가몬에서 주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동전의 사용 연대는 기원전 1세기!
이것을 난파선에서 발견된 유물들과 동일 연대로 본다면
안티키테라 기계는 기원전 60~70년대에 만들어진 것이라 추정될 수 있는데요,
즉 지금으로부터 대략 2100년 전에 그리스인들이 복잡한 기계를 설계 및 완성했다는 말이 되죠.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자 안티키테라 기계는 다시금 주목을 받기 시작합니다.
이에 관심이 생긴 예일대 교수 [데릭 솔라 프라이스]는 X-ray 촬영을 해보자는 의견을 제시하는데요,
그 결과 청동 판 안에 다른 여러 톱니바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하지만 해당 기계의 정확한 용도를 파악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발견된 부분이 전체의 3분의 1정도 뿐이었고,
생각 이상의 고차원적 설계에 학자들도 감히 사용처를 예측할 수가 없었죠.
하지만 학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몇 십년에 걸친 집요한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안티키테라 기계는 일종의 아날로그식 컴퓨터다ㅡ안티키테라 기계 연구진 인터뷰 중
안티키테라 기계가 약 30센티 정도의 나무상자에 들어있었던
세 개의 다이얼과 두 개의 바늘, 30개 이상의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천체 관측용 컴퓨터라는 충격적인 사실이었는데요.
놀라운 것은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1년 기준 365일로 정확히 표기되어 있는 다이얼의 눈금, 태양과 달의 움직임을 알려주는 바늘!
별자리들을 통해 관찰자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시스템!
달의 일식과 월식 주기 계산 등 믿기지 않는 사실들의 연속이었죠.
더욱 놀라운 것은 해당 기계가 "윤년"까지 도입했다는 건데요.
즉 4년에 한 번 2월에 하루가 더 해지는 해로
당시의 그리스에서는 아예 개념조차 잡히지 않았을 것이라 추측된 것이었습니다.
안티키테라 기계는 이 윤년을 아날로그 장치 내에 대입하기 위해서 4년에 한 번씩 하루 늦게 기계를 회전시켰죠.
학자들은 본인들이 예상한 안티키테라 기계의 설계도 대로 직접 시안을 만들어 보기도 했는데요,
21세기의 일류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도 1세기에 만들어진 작은 기계 하나를 완벽히 재현해내지는 못했습니다.
"안티키테라 기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복제품을 만들어 보았지만,
이 장치의 작동방식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ㅡ영국 기계공학 전문가 [마이클 라이트] 박사
그리고 2021년 3월 안티키테라 기계 연구를 지속하던 영국의 UCR연구진은
"안티키테라 기계의 비밀을 부분적으로 풀어냈다"라며
[고대 그리스 안티키테라 기계의 메커니즘]이라는 논문을 발표합니다.
50년간 잠자고 있던 기계가 45년만에 비밀이 풀립니다. 95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기계 속에 담겨있는 비밀은 상상하던 것 이상으로 놀라웠는데요,
해와 달 뿐만이 아닌 지구 주변 행성들의 위치까지 완벽하게 예측했던 것이죠.
지구를 중심으로 설계된 손잡이를 돌리면 태양과 주변 행성들이
정확한 시간 위치에 들어맞게 움직이는 형식이었습니다.
"이것은 고대 그리스의 눈부신 역작이다"ㅡUCR 토니 프리스 교수
해당 연구는 미국의 네이처지에 실리며 그 타당성 또한 인정받았습니다.
UCR 연구진은 고대 그리스의 천체학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다른 실험도 진행해보았는데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였던 [파르메니데스]가 묘사한 수학적 방법을 이용하여
금성과 토성의 사이클 계산을 시도하였고 결과는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천체지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수백, 수천년을 앞서 있었다는 것이죠.
이렇게 정교한 기계장치는 16세기까지 인류 문명사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라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고대과학의 수수께끼를 다룬 A. 토머스의 저서 <우리가 처음은 아니다>에 따르면 컴퓨터, 라디오, 비행기 등은 기원전에 벌써 지구상에 존재했던 것으로 근현대에 처음 발명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기계에 얽힌 많은 비밀들이 풀렸지만 그래도 의문점들은 여전히 남습니다.
고대의 그리스인들은 이러한 놀라운 기술력으로 또 어떤 것들을 만들어냈을까요?
세기를 뛰어넘은 고도의 지식은 왜 후대에게 전수되지 못한 걸까요?
어째서 안티키테라 기계와 비슷한 다른 유물들은 발견되지 않는 걸까요?
눈부신 과학의 발전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미스터리들은 아직도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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