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탑의 전설
1992년, 제 나이 스물 둘,그 해 겨울은 너무도 힘들었습니다. "자자, 쪼그려 뛰기 50회. 맨 마지막 구호는 생략한다. 실시!!"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우리는 구령을 힘차게 외쳤습니다. "하나, 둘, 셋...마흔 여섯, 마흔 일곱, 마흔 여덟, 마흔 아홉!!" 여기까지 하고 멈춰야 하는데 체력이 남아도는 정신 빠진 훈련병 있잖습니까? 그 힘찬 마지막 구호가 들려왔습니다. "쉬ㅡㅡ흔!!" 아마 군대 갔다 오신 분들은 운명교향곡보다 더 처절한 이 마지막 구호를 잘 기억하실 겁니다. 하여간 그때 여름 저 위생병으로 군 입대해서 가을 지나 겨울 올 때까지 진짜 그 넓은 연병장을 구르고 매달리고, 전투가 이보다 더 처절할 수가 있을까요? 그때 특히 턱이 앞으로 쭉 빠졌던 그 숙달된 조교가 어찌나 괴롭히던지, ..
2022. 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