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까지 사람들은 절대시간을 믿었었죠.
다시 말해서 모든 사건에는 "시간"이라는 숫자를 저마다 고유한 방식으로 붙일 수 있고,
정확하기만 하다면 모든 시계로 측정한 두 사건 사이의 시간 간격이 일치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빛의 속도가, 관찰자의 움직임과는 관계없이, 모든 관찰자들에게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는
발견은 상대성 이론으로 이어지게 되었고, 이 이론에서 우리는 고유한 절대시간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버리게 된 것입니다.
과학법칙은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과학법칙은 C,P,T라고 알려져 있는 내용(또는 대칭성)의 조합 아래에서 불변이다.
(C는 입자가 반입자로 바뀌는 것이고, P는 그 거울상이 되는것, 따라서 왼쪽과 오른쪽이 뒤바뀌는것,T는
모든 입자의 운동방향이 역전되어서, 실질적으로 운동이 거꾸로 진행되는 것)
정상적인 상황 아래에서 물질의 운동을 지배하는 과학법칙은 C와 P 두 가지 작용의 조합 아래에서는
변화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물질 대신 반물질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의 거울상인 거주자가 다른 행성에 존재한다면 그의 삶은 우리와 똑같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만약 과학법칙들이 C와 P작용의 조합, 나아가서 C,P,T조합에 의해서도 바뀌지 않는다면,
그 법칙들은 T하나만이 작용하는 조건에서도 불변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실시간의 앞방향과 뒷방향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물이 담긴 찻잔이 탁자 위에서 바닥으로 떨어져서 산산조각이 나는 모습을 상상해봅시다.
만약 그 장면을 거꾸로 돌리면 부서진 찻잔 조각들이 갑자기 한데 모여서 완벽한 찻잔모양을 이루면서
바닥에서 솟아올라 탁자 위로 올라 앉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죠.
그 필름이 거꾸로 돌려진 것임을 알 수 있는 까닭은 일상생활에서는 이런 식의 움직임이
절대로 관찰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바닥에 떨어져 깨어진 찻잔이라는 미래의 상태로 갈 수는 있지만,
그 역으로는 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컴퓨터 메모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컴퓨터의 시간의 화살이 인간의 시간의 화살과 동일하다고 가정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컴퓨터 메모리는 기본적으로 두 개의 상태 중에서 한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요소들을 포함하는 장치입니다.
간단한 예가 주판입니다.
각각의 줄에는 두 가지 위치 중에서 하나에 놓일 수 있는 여러 개의 주판 알이 끼워져 있죠.
컴퓨터 메모리에 어떤 항목이 기록되기 이전에는, 그 메모리는 무질서한 상태에 있으며 두 가지 가능한
상태에 대해서 동일한 확률을 가집니다.
기억해야 할 시스템과 상호작용을 가진 후에 메모리는 시스템의 상태에 따라서 두 가지 상태 중에서 명확히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따라서 메모리는 무질서한 상태에서 질서 있는 상태로 이행한 셈입니다.
그러나 그 메모리가 정확한 상태에 있게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양의 에너지를 사용해야 합니다.(주판알을 옮기는데에
에너지가 들어가고, 컴퓨터의 경우 전력이 필요하다).
이 에너지는 열의 형태로 발산되어서 우주의 무질서의 총량을 증가시킵니다.
우리는 이러한 무질서의 증가가 메모리 자체의 질서의 증가보다 항상 크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컴퓨터의 냉각 팬에서 뿜어내는 열은 컴퓨터가 메모리에 하나의 항목을 기록할 때 우주의 무질서의 총량이
증가하는 것을 뜻합니다. 컴퓨터가 과거를 기억하는 시간의 방향은 무질서가 증가하는 방향과 동일하다는 겁니다.
따라서 시간의 방향에 대한 우리의 주관적인 느낌, 즉 심리적 시간의 화살은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에 의해서
우리의 뇌 속에서 결정되는 것입니다.
시간에 따라서 무질서나 엔트로피가 증가 하는 것은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고 시간에 방향을 부여하는
이른바 시간의 화살이라는 것의 한 예입니다.
시간의 화살에는 최소한 3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1. 무질서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시간의 방향을 가리키는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입니다
2. 심리적 시간의 화살인데 이것은 우리가 시간이 흐른다고 느끼는 방향,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기억하는 방향입니다.
3. 우주론적 시간의 화살은 우주가 수축하는 것이 아니라 팽창하는 시간의 방향입니다.
초기의 우주는 아마도 무질서한 상태였을 것입니다.
심리적 시간의 화살이 본질적으로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과 동일하며, 따라서 이 두 화살은 항상 같은 방향을
가리킬 것 임을 증명했습니다.
우주의 팽창과 같은 시간으로 왜 무질서가 증가하는가?
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지적 생명체의 생존에는 부적절하리라는 것입니다.
생존하기 위해서 인간은 질서 있는 에너지 형태인 음식을 소비하고,
그것을 무질서한 에너지 형태인 열로 전환시킵니다.
따라서 지적 생명체는 우주의 수축 국면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합니다.
무경계 제안이 예측하는 우주의 초기 단계에서의 인플레이션은
우주가 재수축을 간신히 모면할 수 있는 임계율에
아주 가까운 비율로 팽창하고 있어야 하며,
따라서 앞으로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재수축하지 않을 것임을 뜻합니다.
그 때가 되면 모든 별들은 연료를 전부 태우고,
그 속에 들어 있던 중성자와 양성자들은 아마도 가벼운 입자와 복사로 붕괴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주는 거의 완전한 무질서의 상태가 될 것입니다.
우주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인류가 거둔 진전은
무질서가 증가하는 우주 속에 질서의 작은 귀퉁이를 키워놓았다는 점이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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